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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f Feb 03. 2021

슬럼프를 이겨내려 한다

이 글이 반환점이 되기를

슬럼프다. 공부도, 글도, 생활도 슬럼프가 찾아왔다. 슬럼프라기에는 찬란히 빛나던 순간도 없었고, 사회생활을 할 때와 비슷한 우울감이지만, 분명 내가 위치한 곳은 늪이다. 내가 만든 늪에 내가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를 조언하려 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하지만, 사실 제대로 이겨낸 적 없는 만성적인 슬럼프.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답을 두며, 말장난으로 문제를 회피했던 나였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해결되지 않는다. 끝없는 욕심과 나태하고 게으른 나. 군대라는 공간의 특수성보다는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기에, 이제는 이겨내야 하는데, 자신과의 씨름이 오래가면 오래갈수록 찌든 문제를 벗겨내기는 힘들어져만 간다.


글도, 공부도, 생활도, 기분도 요즘 최저점을 찍었다. 혼자만 관심 있는 브런치 글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부담은 커졌고, 실제로도 몇몇 글들을 쳐냈다. 글은 언제나 내 머릿속 감정 쓰레기를 비우려고만 했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은 마치 새벽 3시 지상파 방송처럼 회색 잡음으로 머리가 가득 차서 기분 나쁜 우울함, 서글픔, 그리고 죽음과는 결이 다른 막막함만을 뿜어내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 속엔 파란색, 빨간색, 초록색도 있지만 분명 회색인 잡음과 같은 기분. 시끄럽고, 정확한 특성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특성이라는 아이러니함. 우울한 잡음들은 징징거리는 글을 뱉어내려 했지만, 그래도 내세울만한 것들로 브런치를 꾸미고 싶다는 고집 덕분에 끝내 삼킬 수 있었다.


사람은 어떻게 부지런할 수 있는 거지. 아니, 내가 부지런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력을 안 한다기보다는 몸이 안 따라주는 느낌. 턱걸이를 처음 시도할 때 느껴지는 어깨의 통증처럼, 무언갈 시도하려고 해도 온몸 세포들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이럴 때면 부지런하고 노력하는 이들이 부럽다. 나도 DNA가 조금만 바뀌었더라면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배부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딱히 틀린 말은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만났던 전교 1등, 2등은 노력의 천재들이었다. 한 명은 집착에서, 한 명은 끈기에서 시작된 노력을 보고 있노라 하면 내가 어떻게 이들과 비슷한 점수로 비빌 수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물론 사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채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슬럼프를 마주하고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플래너 쓰기, 운동 꾸준히 하기, 물 많이 마시기, 달력에다 기록하기. 그런데 어째 계획은 점점 더 그럴듯해지는데, 실황은 점점 더 나빠져만 간다. 그래 필요한 건 의지겠지. 답을 알고 있지만, 그걸 몰라서 슬럼프를 몸에 달고 사는 것은 아니다. 시도해봐도 답으로 이어지지 않는 답답한 현실은 '의지'라는 답은 그저 맞는 말일뿐이다라는 인상만을 남긴다.


자신이 없다. 슬럼프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 난 정말 내가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 없기에, 성공하고 쟁취하는 법을 모른다. 사실은 알지만, 유지하는 방법을 모른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부어보면서 언제나 내 앞에 놓인 음식은 실패였다. 이런 순간일수록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지만, 필요하다는 것과 가능하다는 것은 다른 영역. 그래도 언제나 답은 이겨 내야한다겠지. 그건 답이 아니야. 그냥 맞는 말인 거지.


그래도 이렇게 흥 코를 풀어내고 나면 잠시 동안은 비염에서 자유로워진다. 이렇게 자유로워졌을 때 무언가를 꾀하는 게 N번째 나의 plan. 불이 붙지 않던 전자기 공부는 내려놓고 코딩 공부로 갈아탔고, 텅 빈 1월을 가진 달력도 다시 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유지해야 하는 건 언제나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작심삼일은 제발 여운이 긴 폭죽이었으면 한다. 글도, 독서도, 공부도, 운동도 무엇하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슬럼프를 이겨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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