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lf Apr 19. 2021

다짐이 이끈 글

성공한다면 내게 선물을 주겠어

Self - Promise


1. 영어 공부 100분

2. 애프터-미드 근무를 서는 날을 제외하곤 운동하기

3. 자유 공부 100분

4. 하루마다, 일주일마다 점수 합산하기


점수란?

00 ~ 20 min : 0점

20 ~ 50 min : 1/3점

50 ~ 90 min : 2/3점

90 이상 min : 1점

하루 총점은 3개 영역(영어, 운동, 자유)을 더해 3점이고 일주일 총점은 21점.


군생활이 끝날 때까지 '2/3(14점)를 못 채운' or '0점인 날이 이틀 이상'인 주가 5주 이하면

'연구를 하며 살아도 괜찮다는 확신'을 나한테 선물할 것이다.


(주의 시작은 언제나 월요일부터이고, 중간에 휴가가 있다면 주에 남은 일들에 대해서 1 ~ 3일은 0.5주, 4일 ~ 7일은 1주로 계산하기)


이제 군생활이 대략 260일 정도 남았다. 원래 군대에 입대하면서 계획했던 목표는 여유롭게 운동하며 진로탐색이었다. 물리학 역시 속에 수많은 분야가 있는데, 논문들을 읽으며 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다. 또는 내 후 유학생활에서 도움이 될만한 영어라던가 코딩을 공부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도, 부족한 환경도 아니었지만 자꾸 느긋해지고 게을러졌다. 1년의 군생활을 했지만 내게 남은 것은 브런치 글 29개와 전자기학 복습, 그리고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된 몸뿐이다.


예전 대학생 때 시험공부를 하며 가장 큰 불만은 '시험에 쫓겨 공부하는 것'이었다. 물리 과목 특성상 음미하듯 공부를 해야 직관도 이해도 깊어지는데 언제나 쫓기면서 공부하니 교재 문제를 조금만 비틀어도 풀지 못했었다. 낫 놓고 기역자를 모르게 이해한 자신을 보며 시험 탓을 했었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 남이 시키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을 만큼 물리를 좋아한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군생활 자유시간의 대부분을 핸드폰에 쏟는 나를 발견하며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자 내가 정말 공부, 더 나아가 물리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연구원이 되겠다는 나의 꿈 역시 교수이신 아버지를 동경하는 맹목이었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런 마음들은 결국 지금 내 안에 많은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낳았고 매번 노력도 안 하면서 자책하는 날들이 늘어갔다. 그런 날들이 멈추질 않자 한번 들이받아보고(?) 데이터를 쌓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만약 내 길이 아니라면, 22년간의 삽질을 멈출 용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친한 선배가 해준 말이다. 22년보다 더 긴 78년이 날 기다리고 있다고.


물론 군대란 환경이 나와 맞지 않기 때문에, 이번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연구원의 길을 완전히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정상적인 환경에서 다시 한번 도전하겠지만, 지금 실패하면 그때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을 안다. 반대로 여기서도 성공할 만큼의 자기 통제력과 공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연구원이 제법 내 성향과 어울린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머니께서는 흐름을 거스르지 말고 편하게 살라고 하신다. 아마,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너무 세차게 물살을 맞고 아파하는 내가 걱정되시기도 하고, 삶이란 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셨기 때문에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늘 도전적인 삶을 동경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고 위험회피형 성격인 내가 가지지 못한 점이기 때문이겠지만 말이다. 난 남이 아닌, 내가 내 삶의 길을 정하고 걸어 나갔으면 좋겠다. 만약 그러지 못한다면, 여태껏 내가 이룬 것은 남이 잘 시켜주었기 때문에 이룬 것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표를 동네방네 소문내면 이뤄질 확률이 크다는 말을 언뜻 들었었다. 그렇지만 인스타그램을 사용할 순 없다. 인스타그램은 저번 글 이후, 너무 심심해서 깔았다가, 똑같은 이유로 계정을 비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나마 다른 사람이 볼만한 브런치를 통해 소문내기로 결심했다. 물론 내 글의 평균 조회수는 100도 안되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은 사람 수십 명이 있으니깐 비슷한 효과가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여러분들의 댓글 ... 양심에 찔린다. 조기 전역을 고려해서 꼭 올해 11월 ~ 12월에는 성공 후기로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늦잠이 이끈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