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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f Mar 04. 2021

늦잠이 이끈 글

늦잠 자서쓰는 글

늦잠 자버렸다. 다른 병사들과 달리, 오늘이 나에겐 주말이었기에 가능한 특권이었지만 탐탁지 않다. 원래대로라면 일어나자마자 아침도 먹고, 운동도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젠 군내 마트가 열리는 11시까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 공복에 운동하면 충분한 효과를 못 얻는다는 핑계는 덤이다. 하루가 11시에 시작하게 내버려 둘 수 없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분명 어제 일찍 잤는데 말이지. 11시 40분에는 잤으니, 대략 7시간 정도 잤으면 충분한 거 아닌가? 항상 '조금만 더'란 욕심에 아침 계획을 망치고 나서야만 후회한다. 지금 보면 별 후회도 아닌 거 같다. 진짜 후회했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지 않았을까. 


'이만큼이면 충분히 잤다.'는 생각이 잠을 쫓는데 아주 중요하다. 졸리더라도 다시 눕지 않고 잠시만 앉아있어도 잠은 달아나기 마련이다. 근데 스스로 잠이 부족하다 여기면, 다시 몸에서 잠을 부른다. 오랜 경험으로 아침 침대에서 30분이나 1시간만 자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또 속아준다. 내가 속은 건 아니다. 내 몸이 속은 거지.


오답노트가 끝나면 언제나 새로운 다짐뿐이다. 다음 비번 때에는 진짜 꼭, 계획했던 걸 지켜야지. 의지는 마치 종이처럼 한번 접히면 계속 접힌 방식대로 접히기 마련이니, 더 이상 의지가 꺾이면 난 아침 계획은 못 지키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거야. 알람을 2개 맞춰볼까라는 회피책은 일단 피하자. 그럼 점점 알람 개수만 늘어나고 수면의 질만 떨어질 거야. 차라리 잘 거면 푹 자는 게 낫잖아. 아 이 생각 때문에 항상 늦게까지 자는 거였나? 


분명 찾아보면 나올 텐데. 아침에 계획한 대로 사는 방법이. 성공한 사람들의 꿀 같은 팁과 통찰에 바탕한 요령이 있을 텐데. 그렇지만 찾아보진 않을 거다. 스스로 찾기 전까지는 그 어떤 사람의 도움도 구하지 않을 거다. 남이 보면 쓸데없는 시행착오겠지만, 자존심이 걸린 부분이다. 여기서 도움을 구해버리면 잠과의 전적이 너무 구린 채로 싸움이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기필코 내가 찾은 방법으로 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뒤, 의기양양하게 브런치에 팁을 나누리라는 다짐과 함께 상상한 미래에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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