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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lf May 16. 2021

다짐해봐도, 작심삼주였다

하지만 아직 실패는 아니야

https://brunch.co.kr/@luckymonkey7/38


4주 만에 벌써 목표 점수인 42점에 다다르지 못한 한 주가 생겨버렸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모두 열심히 했었더라면 점수를 채웠을 순 있었다. 하지만 토요일에 그만 놀아버려 목표 달성 확률이 0이 되었고, 그래서 오늘(일요일)은 에라 모르겠다 놀아버렸다. '뭐 이런 날도 있어야지' 하면서 말이다.


근무시간에 현대대수 책을 보는 것도, 생활관에서 휴식 취할 때 짬을 내어 토플 리스닝을 하는 것도 오늘만큼은 쉰다 생각해니 즐거웠다. 분명 즐거웠었지만, 즐거움은 미래를 상상할 때만 찾아왔다. 여유로울 주말이라는 기대감은 좋았지만, 막상 다가오면 어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공부에서 벗어났다는 즐거움보단 이번 1주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자책이 자꾸 맴돌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도 나름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작품을 찾은 것으로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이번 주말은 휴식이라는 말이 아까웠던 시간이었다. 이번 주말은 내가 지친 나를 위해 용기 내어 비어낸 시간이 아니었다. 되려 목표 실패 후 깨져버린 것을 허겁지겁 줍기 바빴던 시간들이었다. 그럴 거면 게을렀던 주일들에 차라리 확 스트레스 해소라도 하지, 해낸 것도 없으면서 뭘 그리 자책을 꼬리처럼 달고 왔는지 모르겠다.


조금 걱정되는 것은 내가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것이다. 분명 '다짐이 이끈 글'에는 점수 미달 주의 개수가 다섯이 넘는 것을 다짐의 실패라고 써놨지만, 그렇게 적으면서도 속으로는 기껏해야 한 주만 점수 달성을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운동화 끈으로 비유하자면, 난 끈이 풀리면 다시 묶기보다는 그냥 포기하는 성격인 것도 그런 생각의 한 몫했다. 더 나아가, 한 주라도 점수가 모자란다면 그때부터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질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작년 10월에서 12월까지 [전자기학]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휴가 제한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루틴한 삶의 패턴은 물론 완전히 무너진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슬럼프가 왔다.


https://brunch.co.kr/@luckymonkey7/14

(이제 와 읽어보니 코딩 공부를 다짐했었던 글이었는데, 어느새 코딩 공부는 전역 뒤로 미뤄버렸다.)


그렇기에 이번 실패가 걱정되는 이후는 이대로 무너질까 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3주를 보내면서 한 주, 한 주가 무리라는 인상을 받긴 했었다. 머리는 물론, 특히 몸이 헬스의 고중량을 견디기엔 너무 고되고 수면도 부족했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에는 그랬겠지란 생각으로 '악' 조금 넣어서 했었다. 혹시나 이번 한 주가 종이 위 접기 자국처럼, 나의 다짐이 쉽게 접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아직 실패한 것은 아니니, 약한 소리 그만하고 잠깐 앉아서 운동화 끈 묶는다고 세뇌할 시간이다. 



    

그나저나 글 주제에 관한 고민이 많다.

5월 16일 기준, 내 글 조회수 랭킹

가장 힘 안 들이고 쓴, 정성을 들이지 않은 글이 1위다. 1번, 2번 글들이 검색에 자주 노출되기 때문에 조회수가 많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성심성의껏 쓴 글 들이 저런 글에 묻힌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2번 글 같은 경우는 성심성의 껏 쓴 글은 맞다. 나름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수필/소설의 형식을 빌려 표현한 것이긴 하지만 저 글의 조회수가 높은 이유는 필력이나 내용 때문이 아니다. 사람들이 [글 잘 쓰는 법]이라는 키워드로 많이 검색하기 때문일 뿐이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글이 인기가 많은 걸 보고 '물리'에 관한 글을 고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내 브런치 글 양식을 보고 포기해버렸다. 그림은 그렇다 쳐도 너무 수식을 넣기 어려운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한글'은 Ctrl + M, N만 눌러도 딱 수식 입력창이 뜨고, 몇몇 단축키로 금방 수식을 재현할 수 있다. 그 정도의 수식 입력기만 있어도 솔직히 '물리' 연재 글을 쓸 의향, 아니 마음이 아주아주 있다. (그러니 제 글을 보시는 몇몇 큰 손, 구독자 1000명 넘으시는 분들... 한번 브런치에 이야기해주세요...)


어필을 좀 하자면 나 정도면 재밌게 물리 쓸 자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자긍심 높은 널드(nerd)라 수학적인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겠지만, 이과 과목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던 사람들에겐 신비함을 느끼게 해 줄 수 있을 거라 자부한다. 언제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책 뒤로 넘어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기도 했고, 나름 물리를 많이 배운 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서울대 물리학과 2학년). 그러니 혹시 브런치 관계자 분이 이 글을 본다면, [수식 입력기] 꼭 브런치에 넣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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