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르쯔 Mar 19. 2023

당신의 MBTI를 발달시키는 방법

 MBTI가 한차례 열풍을 일으키더니 우리 생활 속에 완전히 자리 잡아버렸다. '잠깐 유행하고 말겠지' 했던 내 예상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성격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달해야 하고 발달한다'라는 말을 지켜온 나는 사실 MBTI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MBTI를 나쁘게 보거나 부정하지는 않는다. 상담장면에서 여전히 너무나 유용하고 심리학이나 상담을 잘 모르는 사람들 혹은 내담자들과 소통하기에 좋은 검사도구임에는 틀림없다. 다만 '자칭 MBTI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정도로 맹목적으로 MBTI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신의 성격 유형이 타고나는 것처럼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MBTI는  "내 MBTI 성격 유형은 ㅇㅇㅇㅇ이라 이렇게 살고 있어 너는?" 이렇게 사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다 좋다. MBTI로 상대의 성격을 예측하는 것도 좋고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거나 서로가 상극인 MBTI 성격 유형이라 맞지 않을 예정이니 가까이하지 말자며 회피하는 것도 모두 괜찮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우리는 하고 있지 않다. MBTI는 나를 압축해서 타인에게 소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최종적인 의미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가령 나는 ENFP이고 창의력이 뛰어나며 즉흥적이고 늘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며 사람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이 정도면 나에 대한 이해가 끝난 것이 아닌가? 그냥 이렇게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약속 시간에 좀 늦더라도 ENFP라고 하면 상대도 조금은 이해를 해준다. 괜찮지 않은가?


 아니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앞서 예를 들었던 약속에 늦은 경우 당신은 ENFP라서 늦은 것이 아니라 그냥 약속에 늦은 사람일 뿐이다. 사람을 좋아할지라도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의사소통과 대인관계 패턴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떠나가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의 성격 유형을 방패 삼아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말아라. 진짜 당신에게 필요한 MBTI의 사용방법은 왜 당신이 극단적인 ENFP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탐색하고 미래를 위해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환경이 개인의 MBTI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내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우리 가족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쯤 부모님이 맞벌이를 시작하셨다. 아버지는 굉장히 엄격하신 분이었고 어머니는 한없이 나를 오냐오냐 해주며 사랑하시는 분이셨다. 사실상 주 양육자는 어머니셨는데, 어머니의 교육 방침은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경험하고 그 의미를 찾게 하라'였다. 덕분에 나는 어릴 때부터 창의력과 상상력이 좋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이 방침의 단점은 자유롭지만 규칙이 없다는 것이었다. 규칙 없는 삶은 즉흥정이거나 충동적이고 일관성 없는 선택과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자신의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서 내 성격유형이 무엇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와 I는 타고나는 것이고 나머지 유형은 환경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나는 지지한다. 다만 진짜 스스로가 E와 I인지 정확하게 아는 방법은 정말 어렵다고 생각한다.


타고난 유형이 E일지라도 환경과 특정 사건으로 인해 I처럼 살고 있는 E일수도 있다.

타고난 유형이 I이지만 외향적인 삶과 사회적 분위기를 동경해 E처럼 살고 있는 I일수도 있다.


심지어 성격유형의 결과는 '자기가 바라보는 나'이다. 

MBTI 검사지에 누가 답했는가? 당신이다. 


결국 MBTI 심리검사의 결과물은 내가 바라보는 나일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자신을 속이면서까지 되고 싶은 MBTI가 나오게끔 검사를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의 그림에서 가운데 선이 있다 생각하고 자신이 얼마나 특정 유형으로 치우쳐져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령 극단적인 P라면 MBTI 검사의 결과에서 P 쪽으로 그래프가 높게 나올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는 왜 극단적인 P가 되었는가?'에 대해서 탐색하고 J를 발달시켜야 한다.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극단적인 P구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래 극단적인 P인건 알겠어. 그럼 J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J를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규칙, 일관성, 책임감이 필요하다. 가령 일을 할 때 메모를 한다던지, 달력에 일정을 표시한다던지, 나만의 삶의 루틴을 만들어서 꾸준히 실행하는 연습을 한다던지 등의 당신의 J를 발달시키기 위한 것은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위와 같은 방식의 작업을 하고 나면 극단적으로 P를 향하던 그래프는 가운데 즈음에 위치할 것이다. 성격 유형이 가운데 위치한다는 것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P와 J를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J나 P를 추구하는 사람과 언제든지 J와 P를 맞춰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 어느 쪽이 더 좋을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재미와 소통의 도구로써 MBTI가 사용되는 것은 너무나 반가운 일이다. 심리학과 상담이 점점 대중화가 되어가는 모습은 보기에 흐뭇할 정도다. 다만 한 발자국만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자신을 돌아보는 도구'로써 MBTI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사용하면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데도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성격유형은 어떻게 형성되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 예정인가?

성격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발전하는 것이다.

이전 12화 MBTI 제대로 해석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