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타(Camerata)
이제 Self Facilitation 1부 막바지를 향하고 있네요. 셀프 퍼실리테이션 1부는 소개와 마인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총5부 +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2부는 지식관리, 3부는 할일 관리, 4부는 결과물 만들기로 구성됩니다. 마지막 5부는 자신만의 작업구조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제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깨달은 내용입니다. 부록은 Obsidian과 기타 도구 사용팁을 담을 예정입니다.
이전에는 Self Facilitation 구성요소 TKO-Tool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저는 제 기력이 다하는 동안 이 시스템을 발전시켜 나가려고 합니다. 시스템을 바꾸고, 시스템이 나를 돕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서 평생의 동반자로 지내려 합니다.[1] 즐거운 삶을 사는데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제 개별 TKO 요소와 이들을 유기적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활용법 전에 디지털 도구를 바라보는 저의 관점에 대해 소개합니다.
'인간의 능력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한 단락 써줘'라고 ChatGPT4.0과 Claude3.0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길게 말이 많아서 질문을 바꿨습니다. '인간의 능력을 딱 두 단어로 표현해봐'라고 물어봤어요.
ChatGPT는 '창의적 적응력'이라고 답하네요. 창의성은 우리가 문제를 독창적이고 유연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게 해주며, 적응력은 그러한 해결책을 실제로 적용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Claude는 '불완전함과 가능성'이라고 답하네요.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보완해나가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고 하네요.
이들이 말하는 인간의 능력은 '인간다운 삶'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관심은 르네상스 시대가 시작되면서 '자아를 가진 개인'이라는 개념으로 전환했습니다.[2] 인간다움은 자신이 주인이 되어 자기 내부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가꾸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인간다움은 개인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원하는 삶을 스스로 가꾸어나가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자신만의 생존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즉, 알로타시스, 뇌는 신체예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생존'할 수 있게 해주는 기관이라고 합니다.[3] 다른 동물 마찬가지로 자기 생존과 종족의 번영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디서 생존하느냐입니다. 동물은 자연에서 생존하는 것이고, 인간은 자연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지구라는 땅위에 있지만, 아스팔트위를 다니고, 콘크리트 집에서 살아갑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인공적인 세상에서 생존해야 하는 것이죠. 인간이 자연으로 가는 것은 여행이지 일상이 아니죠.
수렵채취인들의 일은 기술집약적이지만 노동 집약적이지 않다고 합니다. 그들에게 일과 놀이는 엄밀하게 구분되지 않지만, 우리가 일이라고 부르는 것을 일주일에 20~40시간 한다고 합니다.[4] 정해진 시간이 아니라, 일할 때가 무르익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일하고 싶을 때 합니다. 그들의 삶에는 다양한 게임, 음악, 춤, 여행, 수다 등 충분한 여가 시간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수렵채취인의 일은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죠.
반면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어떤가요? 외국은 모르겠지만, 한국은 주40시간 일합니다. 더 일하는 사람도 많이 있구요. 일마치고 집에오면 지쳐 잠이 듭니다. 주말만 기다리죠. 그리고 우리의 일은 생존에 직결되지 않습니다. 간접적이죠. 생존하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죠. 자연인으로써 생존 능력은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문제는 기술과 과학이 고도화될수록 필요한 생존 능력이 늘어난다는 것이 문제죠. 은퇴를 앞둔 50-60대가 취업할 당시와 현재 20대의 취업 자격요건은 다릅니다. 더군다나, 기술직에 있는 기업은 경력같은 신입을 뽑고 싶어하죠.
이제 '핵개인'[5]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이전에 여러명이 하던 일을 혼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개인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기는 '재미'와 '생존'의 적절한 비율이었습니다. 비관적인 시각인지 모르겠으나, 앞으로는 '생존' 비중이 커질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무리한 시대요구로 좌절에 빠지지 않고[6],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지성과 능력을 확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도구요.
손글씨로 필기하는 것이 좋은가? 키보드로 필기하는 것이 좋은가? 에 대한 논란은 많습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요. 장단점이 있으니 둘 다 쓰면 됩니다.
인간은 도구를 활용해 자신의 자원[7], 지식, 능력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도구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죠. 도구를 이해한다는 것은 사용법만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는 것 까지 입니다. 인간은 이 한계를 인식[8]하면서 창의적하면서 독창적으로 활용하거나, 다른 도구를 찾거나, 새로운 도구를 제작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끌어 올리기도 합니다.[9]
'전문가'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도구 관점에서 바라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자신이 활용하는 범위 내에서)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압니다. 도구가 지닌 한계 또는 자신의 활용능력 한계까지 알고 있습니다.
도구 활용과 사용법이 개인의 능력을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도구 자체가 인간의 능력을 높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10] 넓은 화이트보드는 창의적인 연상, 작은 메모지는 생각을 집중하게 합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죠.
세상에는 다양한 도구가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자연에 가까운 도구와 인공적인 도구로 나눠보고자 합니다. 나무막대기는 자연에 가까운 도구고,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는 인공적인 도구에 가깝습니다. 청룡언월도는 삼국지의 관우가 사용한 칼이자 창입니다.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무게가 대략 5~7kg으로 추정됩니다. 청룡언월도를 잘 다루려면 많은 훈련이 필요합니다. 칼의 무게감에 익숙해지도록 신체를 단련하고, 무기에 맞는 초식을 개발하고 연습해야 합니다. 인공적인 도구일수록, 그 도구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학습과 훈련이 필요하죠.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도구가 있다면, 이와 같은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구 활용 능력이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기도 합니다. 도구 활용법에 너무 함몰되는 것은 위험하지만, 의도적으로 배척하는 것 또한 기회를 막을 수 있습니다. 적절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도구는 우리의 환경입니다. 환경은 나를 바꾸기도 하죠. 카메라타(Camerata)[11], 즉 살아있는 시스템이죠.
[1] How to Improve Your Zettelkasten by Learning from Athletic Training
[2] 책, 인간다움 by 김기현
[3] 책,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by Lisa Feldman Barrett
[4] Why hunter-gatheres'work is play - Peter Gray
[5] 책, 핵개인의 시대 by 송길영
[6] 책, 엔트로피 by Jeremy Rifkin
[7] 책, 세컨드 브레인 by Tiago Forte
[9] 책, 생각은 어떻게 행동이 되는가 by David Badre
[10] 책, 쏟아지는 일 완벽하게 해내는 방법 by David Allen
[11] 책, 크리에이티브 프로그래머 by 바우테르 흐루네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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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f Facilitation을 위해 여러가지 도구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저는 옵시디언(Obsidian)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음글은 이 관점에서, 제가 옵시디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