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를 관람 했습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위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헨리 지킬 박사. 그는 인간의정신에서 어두운 면을 분리하는 신비의 약을 개발합니다. 하지만 임상실험 대상자를 찾지 못해 자신의 몸에주사바늘을 꽂지요. 두 개의 인격으로 살게 된 그는 낮에는 점잖은 ‘지킬박사’로, 밤에는 악행을 일삼는 악마 ‘하이드’로 살아가며 억압된 스트레스를 분출합니다. 무시무시한 행동으로 주위를공포속으로 몰아넣다, 결국 파국을 맞는다는 이야기 입니다. ‘지금이 순간 마법처럼, 나를 묶어왔던, 사슬을 벗어 던진다~~’는 주제곡 ‘지금 이 순간 (Thisis the moment)’은 지킬박사가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으며 부르던 노래이지요.
작품의 원작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Robert LouisStevenson)이 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 (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 입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실존 인물을 모델로한 소설입니다. ‘디콘 브로디’라는 인물은 소설의 주인공처럼지역의 명사로서 존경받는 신사였지만, 밤에는 거짓말과 도둑질을 저지르는 이중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소설은 유명세를 탔고 이후 발표된 히치콕의 사이코, 한니발 렉터, 헐크 등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창작물들은 ‘지킬앤하이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람석에 앉아 내내 ‘우리가 일하는 조직에 동료를 악질적으로괴롭히는 이중 인격 구성원이 있다면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구성원을 괴롭히는 ‘이중 인격자’는 어떤 모습일까?
직장인의 70% 내외가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변할정도로 우리 사회에는 ‘직장 내 괴롭힘’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습니다. 직장에서의 괴롭힘이란 의미는 무엇일까요? 오는2019년 7월 16일에는‘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예방에 관한 법령’이 시행됩니다.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발생했을 때 대응 조치 등을 취업규칙에 담아야 하지요. 최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이 담겨있습니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되었습니다. 고용노동부가2019년 2월에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판단및 예방·대응 매뉴얼’에는폭력·협박과 같은 눈에 보이는 행태뿐만 아니라, 반복적인 개인 심부름, 집단 따돌림, 업무상 의도적 무시와 배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폭언, 욕설, 험담을 그 사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썩은 사과의법칙’을 들어보셨나요? 경영학자 미첼 쿠지와 심리학자 엘리자베스홀로웨이가 오랜기간 조직 컨설턴트로 활약하면서 얻는 경험을 바탕으로 ‘썩은 사과’가 발생하는 조직 환경, 그들의 특성 및 악영향을 분석하여 개념화하였지요. ‘썩은 사과’는 조직 속에서 쉽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특별한 행동유형을 보입니다. 미묘한 학대와 소극적인 공격을 일삼고, 권력을남용해서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모두 적이라고 생각하지요.
인사업무를 하다 보면 조직 내 특정인의 괴롭힘으로 괴로워하는 구성원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은밀하고 정교하게 부하직원과 동료를 괴롭히지만, 겉으로는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예의 바르고 젠틀하다’라고 토로합니다.
조직 내 ‘이중 인격자’를어떻게 찾아낼까?
첫째, 사내 고발 프로세스의 신뢰성을 확보하자.
조직 내부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악행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조직내부의 이슈를 조직 밖에서 확인하기는 여간해서 쉽지 않습니다. 여러 사례에서 경험하듯 구성원의 제보를통해 결정적인 사실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부 고발 프로세스’는이미 많은 조직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감사실’, ‘온라인신문고’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방식과 절차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직구성원의 권리의식과 윤리의식이 향상된 요즘 내부 고발의 횟수도 확대되고 있지요.
하지만, 내밀한 이슈를 동일 조직 내 감사조직에 고발할때 보안이 철저히 유지될지 제보하는 구성원들은 불안해 합니다. 고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조직의 보복이두려워 선뜻 고발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경우 회사 밖의 ‘SNS 익명소통 게시판’에 글을 올려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사례가발생합니다. 내부 고발 프로세스가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익명성을 보장하여 구성원들로부터신뢰를 얻어야 합니다.
둘째, 퇴사자 면담의 효과를 극대화하자.
퇴사율이 유난히 높은 조직이 있습니다. 이 경우 대개 리더의자질에 이슈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와 같은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확인하고 정확한 피드백을 얻을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제대로 된 ‘퇴사자 면담 (Exit Interview)’이 지름길이 아닐까요? 퇴사자는 더 이상조직 구성원이 아니기 때문에 한걸음 떨어진 위치에서 조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면담을 통해 조직의건전성과 리더의 자질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리더와 구성원간의 관계는 워낙 사적관계이기에 그 상황을경험한 이 만이 정확한 진실을 말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인사담당자들은 커피잔을 앞에 두고 퇴사 예정인 구성원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개 퇴직의사를 밝힌 시점이나 근무 마지막 주에 이뤄지곤 하지요. 하지만생각을 전환하여 면담시기를 조정하면 어떨까요? 퇴사 직전보다는 퇴사 이후에 실시한다면? 퇴직의사를 밝힌 시점은 감정적으로 불안정하고 격앙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아직은조직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조직과 리더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고 싶어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퇴사 이후 1~2개월이 지난 시점은 정서적으로 보다 여유가 생기는 때 입니다. 그시점에 대면이나 유선 통화를 통해 퇴사자 면담을 진행한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솔직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셋째, 성격진단을 활용하자.
미국 내 다양한 업종의 여러 기업에서는 채용과 육성과정에서 성격 진단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악질적 성격유형을 정의하고, 성격진단을 통해 이와 같은성격의 보유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입니다. 산업과 직종별 검증된 설문문항으로 악질적인 행동 여부를 진단하고채용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행동 개선을 위해 피드백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특히, 리더의 선발과정에서는 성격 진단을 통해 악질적 행동으로 부하직원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예비 리더를 사전에 걸러내야합니다. 국내 기업에서도 채용 전형 과정의 하나로 성격 진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악질적인 한 사람으로 인한 큰 피해를 줄여야 할 때 입니다.
인사담당자는 ‘숨은 그림 속 썩은 사과’를 파악해야
인사담당자가 조직에서 받은 소명은 궁극적으로 ‘일하기 좋은환경 만들기’ 입니다. ‘숨은 그림 속 도깨비’ 처럼 위험한 그들의 행태를 지나쳐서는 안됩니다. 수시로 돋보기를들고 다니며, 멀리 있을 때는 고성능 망원경으로, 어두울때는 야간투시경을 써가며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합니다. 때때로 현미경과 핀셋도 필요하겠지요. ‘썩은 사과’는 상자 속 다른 사과도 병들게 하니까요.
대한민국 모던록 밴드 ‘델리스파이스’는 데뷔 앨범에 담겨있는 ‘가면’ 에서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너 어디서 구했는지 주웠는지 모르지만 꽤 그럴듯해 아마 모르긴 해도 다른 사람들은 너흴 보고 대단하다 말해주겠지 벗겨줄 수도 있어 너의 요란하지만 어설픈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