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럽보다 달콤 Nov 12. 2023

화양연화의 추억,
직원간 불륜이 일어난다면?

in the mood for love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



1962년 홍콩, 상하이에서 이주한 이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동시에 온 두 부부의 일상은 영화 제목인 ‘화양연화’와는 거리가 멀다. 그곳에는 무역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리첸 (장만옥 분) 부부, 신문사 기자 차우 (양조위 분) 부부가 살고 있다. 아내가 호텔 직원인 차우와 출장이 잦은 남편을 둔 리첸은 홀로 지내는 시간이 길다. 차우는 아내의 것과 같은 핸드백을 리첸이 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리첸은 남편의 넥타이와 차우의 것이 똑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우연히, 자주 부딪치며 가까워진다.


왕가위 감독의 명작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화양연화'는 각 배우자의 불륜을 계기로 비밀스러운 만남을 갖게 된 차우와 리첸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의 제목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은유하는 말이다.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과 왕가위 감독 특유의 서정적인 연출, 아름다운 미장센이 20여년 전 개봉 당시에도 극찬을 받았던 작품으로 202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두번째로 재개봉한 한 바 있다. 영어 제목 ‘In the mood for love’가 대변하듯 사랑, 외로움의 감정을 분위기를 통해 전하는 영화이다.


영화 속 ‘불륜’의 장면은 다소 아름답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 회사 직원간 ‘사내불륜’이 발생한다면 회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직원의 ‘불륜’은 징계 사유가 될까?


회사가 직원에게 징계권을 행사하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범위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징계를 하기 위해서는 직원이 회사의 경영질서를 어지럽게 해야 한다. 지각·결근을 반복하는 경우, 불성실한 근무태도, 지시명령위반, 폭력 행위, 자료유출, 비밀유지 위반, 뇌물수수 등이 있다.


직원의 사적 영역에서 진행되는 비위행위는 회사의 징계권이 미칠 수 없다. 다시 말해 회사의 징계는 경영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직원의 사적 잘못까지 평가하고 제재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직원의 불륜 등 사생활 문제는 회사의 기업질서나 업무와는 관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 다만, 사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회사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면 징계나 해고가 가능하다.


[관련판례]  


근로자의 사생활 비행이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이라면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누23275 판결)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면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구체적인 업무저해의 결과나 거래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행위의 성질과 정상, 기업의 목적과 경영방침, 사업의 종류와 규모 및 그 근로자의 기업에 있어서의 지위와 담당 업무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비위행위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01. 12. 14. 선고 2000두3689 판결)


항공사 팀장이 해외비행 후 근무의 연장이라 할 수 있는 현지 호텔체류 중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거나 적어도 그렇게 인식되도록 보이는 행동을 한 것은 풍기문란행위로서 징계사유에 해당된다. 
(서울고등법원 2012. 1. 19. 선고 2011누31842 판결)


기혼임에도 미혼의 여직원에게 교제를 요구하여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하고, 관계의 청산을 요구하는 여직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등의 행위를 이유로 한 해고는 정당하다. 
(서울행정법원 2006. 2. 10. 선고 2005구합10576 판결)


직원 사이의 불륜 내지 부적절한 관계는 회사의 분위기를 매우 저하할 우려가 있어 충분히 징계사유로 삼을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13. 5. 15. 선고 2012구합20083 판결)


부정행위(불륜)로 은행의 명예를 실추한 은행간부(팀장급)에 대한 면직처분은 정당하다.
(서울중앙지법 2019. 6. 27. 선고 2018가합582086 판결)

 

 

‘사내 연애’를 사유로 징계가 가능할까?

회사생활이 배경인 드라마의 단골 메뉴는 ‘사내 연애’ 이다. 젊은 남녀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일을 하는 곳이므로 연애의 감정이 싹트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만일 회사에서 사내연애를 금지하는 규정을 둔다면, 취업규칙상의 징계 사유로 ‘회사 직원간 연애를 하는 경우 징계에 처한다’라는 규정을 둔다면 합법적일까? 이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선량한 사회풍속에도 반하게 되므로 이는 무효이다. 


결국 사내에서 진행되는 연애는 직원의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위법한 경우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징계처분의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회사의 명예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면 그에 따른 징계는 가능하다. 예컨대, 사내에서 연애를 했으나 헤어진 뒤 업무협조가 안되는 경우, 채용담당자가 인턴과 사내연애를 한 후 부당하게 영향을 끼친 경우 등에 대해 법원은 회사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직원의 ‘불륜’에 회사는 어떻게 대응할까?

직원의 사생활 이슈는 원칙적으로 징계사유가 되지 않기에 회사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다만, 동일한 부서내 혹은 동일한 작업장내 근무자들간의 사생활 이슈가 발생한 경우 이들을 인사이동 조치를 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인사조치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내에서 회사의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나, 업무상의 필요성, 근로계약의 내용, 신의성실의 원칙, 인사조치에 따른 직원의 불이익 정도 등에 따라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


‘업무상의 필요성’은 업무능률의 증진, 인사이동을 통한 업무운영 원활화 및 경영능률 증진 등으로 정당성을 판단한다. 특정 직원의 인사조치의 사유가 직원의 사생활 이슈인 경우 회사의 과도한 간섭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으므로 업무상의 필요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직원의 직무가 근로계약에서 특별히 정해진 경우 해당 직원의 인사이동은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