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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럽보다 달콤 Dec 09. 2023

'청룡의 여신' 배우 김혜수가 롱런한 비결

롱런하는 인재들의 특징

청룡영화상 30년 진행 김혜수 배우, 그녀는 ‘청룡’ 그 자체였다.


제44회 청룡영화상은 30년간 사회를 맡아온 배우 김혜수가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무대였다. 무대에 오른 수상자와 시상자 모두 ‘청룡의 여신’ 김혜수 배우에 대한 존경을 표하며 사회자 김혜수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이날 정우성 배우는 “김혜수를 청룡영화상에서 떠나보내는 건 오랜 연인을 떠나보내는 심정과 같이 느껴진다. 그녀가 함께한 청룡영화상 30년은 청룡영화상이 곧 김혜수이고 김혜수가 곧 청룡영화상인 시간이었다.”며 영화인들의 마음을 담은 연서와 함께 트로피를 전달했다. 이전까지 누구도 받은 적 없고, 앞으로도 없을 선물이었다.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한 연예계에서 김혜수 배우가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노련한 진행 역량


그녀의 매끄러운 진행 솜씨는 롱런의 비결 중 하나였다. 매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청룡영화상은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김혜수 배우의 노련한 진행은 아찔한 순간 마저 에피소드로 변하게 만들었다.


2010년 제31회 청룡영화상에서 영화 ‘백야행-하얀 어둠 속을 걷다’로 인기스타상을 받은 배우 손예진이 예상치 못한 수상에 놀라 횡설수설하며 “영화를 이번에, 올해 못 찍었거든요? 그런데 왜 주셨지?”라고 하자 김혜수 배우는 침착하게 “올해 촬영은 안 했지만, 개봉한 영화는 있죠? 워낙 많은 작품을 하시고 올 초에 개봉한 영화는 지난해에 촬영이 종료되기 때문에 이게 올해 작품인가 과거의 작품인가 혼동될 때가 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당황했던 손예진도 그제야 차분함을 되찾았다.



2022년 제43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나온 배우 문소리가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스태프에게 마음을 전했고 이에 장내가 숙연해지자, 문소리는 “오늘 너무 기쁜 날인데 무겁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사회자 김혜수는 “기쁜 날이지만 의미를 함께 나누는 날이기도 합니다. 괜찮습니다. 문소리씨”라며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치밀한 작품 분석


배우 정주호는 한 방송에 출연해 “김혜수 배우는 영화제 한참 전부터 후보에 오른 작품들을 모두 본다.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술술 나올 정도로 준비한다”며 그녀의 철두철미함에 경의를 표했다.


2014년 제35회 청룡영화상, 영화 ‘한공주’에서 한공주 역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청우희가 오열하자 “영화를 정말 감명 깊게 봤다. 천우희를 한공주라고 부를 뻔했다. 얼마나 잘했으면 그러겠느냐. 실력으로 무장한 배우다”며 함께 울기도 했다. 오랜 무명시절을 견디고 상을 받은 후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모습이었다.



2015년 제36회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배우 수상 소감 순간에도 사회자 김혜수의 공감능력은 빛을 더했다. 예상치 못한 호명에 놀란 이정현 배우에게 “이정현 씨는 어릴 때부터지요? 작은 몸에서 놀라운 폭발력을 지닌 무서운 연기자 입니다. 오늘 너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라며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해 연기생활 28년 차인 박은빈 배우에게도 유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3년 4월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차기작으로 선택한 ‘무인도의 디바’ 주인공 연기를 위해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트를 준비했다. 


일명 박은빈의 ‘생각 노트’. 매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의 성격·행동·태도 등을 연구해 공책에 정리한다. 배역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드라마 설정을 꼼꼼하게 노트에 적는다. 대사만을 단순히 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이다. 


촘촘히 적은 고민과 생각은 캐릭터로 체화되어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열린 마음과 도전정신


50대에 들어선 그녀가 영원히 젊을 수 있는 이유는 마음가짐에 있었다. 그녀는 연기한 시간과 노련미가 비례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대신 작품의 캐릭터와 소통하고 상대 배우와 소통하며 연출자와 지난한 소통의 과정을 통해 캐릭터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떠한 배역이든 도전할 수 있고 안으로든 밖으로든 늘 열려 있다.



여배우는 때가 되면 기혼을, 모성을, 노인을 연기하는 시점이 온다. 하지만 배우 김혜수는 그런 진화론적 도식을 거부했다. 섹시한 매력을 갖춘 금고털이 (도둑들)이었다가, 전지전능한 비정규직 사원 (직장의 신)이 되었고, 따뜻한 심성과 실력을 갖춘 정신과 의사 (즐거운 나의 집)였다가, 날 선 잡지사 기자 (스타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따스한 배려심


최근 적지 않은 유명인의 사생활이 이슈가 되는 가운데 ‘인성’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부각되었다. 사회자 김혜수가 청룡 무대에서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전한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흘린 눈물을 떠올려보면 그녀의 인성을 짐작할 수 있다.


청룡영화상이 열리던 날 급격하게 건강이 나빠진 자신의 스태프가 입원을 했고, 그때 김혜수 배우가 매일 아침 휴대폰 문자로 죽염이 좋은 이유,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 등 건강 상식을 보내줬다. 스태프의 건강까지 챙기는 배려심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녀는 시상식 직후 소셜미디어에 “백번의 준비에도 무너질 수 있는 그 모든 상황에 아무 일도 없듯이 대처해 준 놀랍게 프로패셔널 한 나의 팀. 고맙고 자랑스러워!!! 서른 번의 청룡상을 함께해 준 모든 나의 스태프들께 존경과 감사를”이라며 자신의 패션을 도맡아 온 스타일리스트에게 공을 돌렸다.

 

 

철저한 자기관리


김혜수 배우는 50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현직 배우들과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배우로서 롱런하기 위해 몸매, 체력,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그녀는 다양한 운동을 즐기고 있다.

운동효과와 재미의 효과가 높은 킥복싱을 즐기는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킥복싱 영상을 올리기도 한다. 수준급의 니킥, 원투펀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밖에도 수중 러닝, 수중 사이클, 자전거 라이딩을 즐기며 건강미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1년에 라면을 한 번만 먹는다고 밝힐 정도로 철저한 식단관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의류학과 하지수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글래머러스한 드레스를 더욱 빛나게 하는, 해가 갈수록 완벽해지는 몸매를 보면서 김혜수라는 여배우가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하고 가꾸어 왔는지 그 프로페셔널리즘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자기관리의 화신이자 롱런의 대명사 인순이 가수는 “나는 언제든 하이힐을 신고 무대에 설 준비를 한다. 그래서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37년간 야식을 제한해 1986년 데뷔 때 몸무게 45kg에서 1kg밖에 늘지 않았다는 김완선 가수와 같은 모습이다.



영원한 스타


1980년대 최고의 스타 중 한 명이었던 김혜수 배우는 8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의 코팅된 책받침 모델이었다. 동시대를 풍미했던 청춘스타들이 ‘왕년’이라는 수식어를 보태는 동안에도 그녀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자리를 30년간 지키기 위해서는 직무 역량, 일을 대하는 자세, 변화관리, 태도 및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법이다. 배우 김혜수가 오랜 기간 청룡영화상 MC를 지켜온 것은 이 모든 것을 충족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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