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47 보스톤'
후련한 카타르시스 ‘1947 보스톤’
“나라가 독립을 했으면 당연히 우리 기록도 독립이 되어야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던 그는 하루아침에 민족의 영웅으로 떠올랐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광복 이후 1947년 서울,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에게 ‘손기정’이 나타나고 밑도 끝도 없이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을 건넨다.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려 보자는 것! 운동화 한 켤레 살 돈도 없던 대한의 마라토너들은 미국 보스톤으로 잊을 수 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대한민국의 완전독립을 염원하는 동포들에게 승리를 선물로 안겨준 그들의 노력을 리더십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
열정을 일으키는 꿈
강제규 감독은 “1947년은 혼란스럽고 희망이 부족했던 시기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루고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을 통해 힘과 용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서윤복은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운동화를 신고 트랙을 돈다. 손기정은 그런 선수에게서 일본에 귀속된 베를린 올림픽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려 보자는 비전을 건넨다. 피 끓는 애국애족의 태극기를 흔들게 했던 것이다.
열정을 부르는 비전이 구성원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사례는 수도 없다. 노예해방 100주년인 1963년 8월 28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을 듣기 위해 25만여 명의 군중이 링컨기념관 앞에 모였다.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 (I have a dream)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 색깔이 아니라 인성에 의해서 평가받는 그런 세상에서 살기를…”으로 시작된 연설에서 킹 목사는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이 연설은 꿈이 갖는 호소력을 통해 결국 모든 군중의 꿈으로 커졌다.
1975년에 창립한 마이크로소프트는 직원 30명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일류대학의 우수인재를 채용하고 그들을 주당 100시간 이상의 프로그램 개발에 전력하게 하였다. 비결은 빌 게이츠가 제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전에 있었다.
“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 (집집마다 모든 책상 위에 컴퓨터를)”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비전에 공감한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합류했다. 빌 게이츠는 회사가 성공한 근본 이유를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열정을 바쳐 일하도록 권한과 동기를 부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좋은 비전의 요건은 간결하고 명확해야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꿈과 조직만의 정체성이 담겨야 하고, 구성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서윤복 선수는 손기정과 남승룡이 전달했던 비전에 공감했기에 목표를 이룰 수 있었다.
인재를 알아보는 눈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은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서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일제의 탄압을 받아 더는 달릴 수 없게 됐다.
베를린에서 손기정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남승룡은 손기정에게 다시 달리기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조국의 영광을 빛낼 새로운 건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렇게 11년이 지난 후인 1947년, 손기정은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에게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나가자는 제안을 건넨다. 처음엔 대립하고 맞서던 두 사람은 결국 한 마음으로 마라톤을 시작한다.
도미닉 바턴 전 맥킨지 회장은 인재 경영을 중시한 컨설턴트이자 기업인이다. 그는 30년 넘게 맥킨지에 근무하며 수천 명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인재 중심 조직 운영 전략을 전수했다.
그는 "인재전략 없이는 경영전략은 없다. 최고경영자, 최고재무책임자, 최고인사책임자는 한 팀을 이뤄 기업의 핵심전략 결정에 인적자본과 금융자본을 동시에 고려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2%' 직원을 찾는 일이다." 라고 말했다.
페이스 메이커의 중요성
천신만고 끝에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게 된 손기정, 남승룡, 서윤복 선수
마라토너로서는 환갑에 가까운 35세 남승룡 선수는 서윤복의 승리를 위해 페이스 메이커를 자처한다. 계획대로 서윤복 선수를 우승의 페이스로 이끌고 자신도 12위 (2시간 40분 10초)의 우수한 기록을 남긴다.
마라톤 경기에서 전체 42.195km를 뛰는 것이 아니라 30km까지만 선두로 달리면서 함께 뛰는 동료 우승 후보 선수의 페이스를 잡아주는 것이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이다. 결국 ‘우승 후보의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투입된 선수로 오로지 남의 1등만을 위해 달려야 하는 메달을 목에 걸 수 없는 국가대표인 것이다.
평소 함께 연습한 페이스메이커가 있으면 뒤를 따라가는 선수는 체력 안배에 유리하다. 감정적으로 무리하게 쫓아가면서 막판에 체력을 잃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게다가 달리는 와중에 코스에 따라 바람막이를 해주고 물을 건네주기도 한다.
서윤복이 우승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평소 연습한대로 최적의 페이스를 찾아 뛸 수 있도록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한 페이스 메이커 남승룡 선수의 존재였고 그는 ‘서번트 리더’의 표상이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주변에 도움을 줌으로써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번트 리더십이 발휘되는 모습은 상황마다 다르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재능,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 등을 활용해 주변에 최대한 도움을 전달하면 그만큼 성취하는 것들이 생긴다.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대다수의 중간관리자들은 상사와 부하직원의 성공을 돕는 서번트 리더이다. 페이스 메이커 그 자체로 우수한 리더인 것이다.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엄청난 사건’
이승만 박사는 서윤복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 “나는 평생 독립운동을 해도 신문에 한 줄 나지 않았는데, 그대는 겨우 2시간 25분을 뛰고 연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구만”이라는 농담을 했다.
척박한 시대인 1947년 보스톤 마라톤에서 발생한 엄청난 사건은 그 당시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전해 주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