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도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
어린이집 가는 길. 천천히 걸어도 5분이면 가는 거리인데 아이랑 같이 가면 30분이 넘게 걸린다. 개미랑 인사도 하고 꽃 보고 우와도 한번 하고 참새도 따라가야 하기 때문. 나도 덕분에 꽃도 보고 하늘도 본다. 오늘은 딸 아이와 둘이 쪼그리고 앉아 가만히 개미가 가는 것을 쳐다보았다.
“개미야 힘내 으쌰 으쌰”
딸아이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정말 힘을 내 응원을 한다. 개미 한 마리는 응원에 맞춰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을 따라 힘 있게 걸어간다. 자세히 보니 작은 개미가 머리에 과자 부스러기를 하나 이고 기어가고 있다.
이 바쁜 아침시간에 개미를 볼 일인가 싶어서 속이 터지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모두 내려놓고 아이와 같이 쪼그리고 앉아 이것 저것 보다보면 꽃도 참새도 개미도 나름 매력이 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놀라운 것은 정말 보잘것없는 사소한 것 하나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뻐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비록 어른들의 눈에는 쓰레기일지라도 말이다. 가끔 빨래를 하기 전 아이의 바지 주머니를 뒤집어보면 각종 돌멩이와 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플라스틱 쪼가리(?) 등이 발견된다. 엄마 입장에서는 길거리에 있는 더러운 쓰레기는 안 만졌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온갖 쓰레기를 고사리 같은 손에 담아 소중하게 바라보는 그 눈빛을 보고 있으면 ‘당장 갖다 버려!’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다. 딸아이의 보물상자(어른들에겐 그저 빈 페트병)에는 각종 돌멩이와 풀 등 쓰레기 조각들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다만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면 그저 쓰레기일 뿐이기에 아이가 잊을만하면 내가 몰래 주기적으로 버리고 있다.
사실 아이들의 이런 소중한 마음 덕분에 적잖은 감동의 순간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엄마의 특권이다. 길가에 핀 작은 들꽃을 지나치지 못하고 꺾어서 선물이라고 건네줄 때는 꽃을 보고 날 생각해준 그 마음이 고마워 눈물이 날 것 같다.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아이 마음을 닮아가는지 보잘것없이 시든 들꽃 하나를 이리저리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놓기도 했다.
보잘 것 없는 돌멩이 하나도 소중하게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얼마나 소중한가.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돌멩이도 나뭇잎도 개미도 참새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가끔 뉴스를 통해 학대받는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무너진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온다. 모든 아이들의 순수함이 지켜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돌멩이 하나에도 온 마음을 다해 사랑을 주는 그 넘치는 사랑이 세상 차가운 구석구석에도 흘러간다면 점점 더 따뜻한 세상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