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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현 Oct 23. 2022

꼰대는 일곱 살부터

‘라테는 말이야…’는 본능인가요

"나 때는 말이야, 장난감 유치원에 가지고 가면 안 됐는데 요즘은 가져가도 된다고? 참 좋아졌네"

초등학생이 된 지 3개월이 된 첫째가 유치원에 입학한 동생에게 했던 말이다. 말 그대로 '라떼는~'의 정석을 보여주는 꼬맹이들의 대화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요즘 세상 참 좋아졌네' 하는 꼰대는 본능인가요?


'라떼'는 꼰대의 기본 조건. 꼰대임을 인정하기 싫어서 라떼는~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것을 얼마나 꾹 참고 있는지 모른다. 두 딸을 키우면서도 "나 때는 이런 책 다 흑백이었어 두꺼운 종이, 컬러풀한 책으로 공부하는데도 불평이라니!"라든가, "엄마 학교 다닐 때는 칠판에도 가루 날리는 분필로 쓰고 교실도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청소했어. 그런데 분필이 뭔지는 아니?"라든가... 하는 꼰대 발언 말이다. 직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들은 한결같이 '요즘 신입은 다르다'라고 말한다. 회식도 잘 참여하지 않고 퇴근을 칼 같이 한다며 '라떼는~'을 성토한다. 4,000년 전 바빌로나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라는 말이 등장하고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은 아무데서나 먹을 것을 씹고 다니며 버릇이 없다'라고 말했다고 하니, 꼰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것 같다.


꼰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의 한국 사회는 정말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수많은 꼰대양성 국가가 되었다. 해외에 살고 있는 80년대생 엄마인 나는,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부쩍 늘어난 무인 가게를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 키오스크 앞에서 멈칫거리는 나 자신이 스마트폰을 다루지 못하는 할머니처럼 느껴졌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없었던 빌딩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그 사이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나만 시간이 멈췄던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 전 엄마는 뉴욕으로 여행을 다녀오는 한국행 비행기에서 가수 NCT를 만났다. 그리고 한국에 도착해서 들뜬 목소리로 우리에게 NYC를 만났다고 말해서 웃음이 팡 터졌다. "NYC는 엄마가 다녀온 도시의 이름이고!"라며 놀려댔지만 편하게 웃을 수만은 없었다. 사실 고백하건대 나도 NCT가 누군지 잘 모른다. 그저 요즘 유명한 K POP그룹이라는 것만 알고 있을 뿐, 직접 만난다면 누군지 모르고 지나칠게 분명하다. 인기 있는 KPOP 스타들도 너무 많아서 따로 공부가 필요할 지경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서 '핫플'에 갈 열정도, 줄을 서서 유명 아이템을 살 체력도 떨어지는데 엄마가 된 후에는 유행이나 인기를 따르기가 더 힘들어진다. 인기가요 TOP 100 대신 동요를 듣고, 드라마나 뉴스 대신 시크릿 쥬쥬나 티니 핑을 보기 때문이다. 한때는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하던 나였는데 혼자 운전을 하면서도 시크릿 쥬쥬의 주제곡을 흥얼거리고 있는 나 자신이 싫어진다.


사실,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요즘 젊은이'들의 행동을 보면 부러움이 앞선다. '개인주의 성향'이라는 비난은 사실 하고 싶은 말을 주저 없이 하고 부당한 상황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모습이고 '조직에 충성하지 않는 모습'은 워라벨을 찾아가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눈치를 보느라 실천하지 못했던 일들을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나씩 바로잡아 가는 것 같다. '버릇없다'는 비난 이면에는 캐캐 묵었던 안 좋은 관습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꾸고 개선해 나간다는 모습이 있다.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나는 고작 30년 남짓 살았어도 세상의 변화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 앞으로 몇십 년 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 나의 세상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장래희망 1순위는 과학자나 의사였고, 한때는 공무원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이돌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내가 방송국 기자를 꿈꾸던 어린 시절, 유튜브라는 채널이 등장해 공중파 TV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듯 앞으로는 또 어떤 신문물이 기존의 것을 대체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아이들은 점점 더 가속화되어가는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능력을 배우는 것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나는 점점 더 틀딱충(틀니+딱딱 의성어+ 벌레충)이 되어가겠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배우려는 발전하는 꼰대가 되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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