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by 박나은

이건 굉장히 개인적인 의견이긴한데,세상에는 이상할 정도로 같이 밥먹기가 힘든 인간이 있지 않아?

나는 그런 사람을 종종 보곤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여기에 관해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고 말하는 편이 맞겠군. 세상에는 같이 밥먹기가 힘든 인간과 아닌 인간으로 분명하게 나뉜다고.


그걸 왜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분법으로 나눠 결론까지 내린거냐고? 당연히 중요한 문제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끼니를 챙겨야 하는지 생각해봐.

우리가 어떤걸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우리의 건강이나 당장의 컨디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느냐를 생각한다면...... 간혹 어려운 상사라던가 처음 만나는 거래처 사람이랑 식사를 할 때, 그런 불편한 자리에서 밥을 먹다 체하기라고 하는 날엔 그날 하루가 다 망쳐버리곤 하잖아?

실제로 작년도 포스트 시즌 3차전 경기 말이야. 내가 진짜 힘들게 취소표 구했는데 말이지. 좌석 위치도 끝내줬던게 응원단장을 살짝 내려다 보면서 시야가 탁 트여있어 경기의 흐름이 한 눈에 들어오는…. 치어리더가 춤추는 모습도 꽤 중요하지만-

아무튼 어렵게 취소표를 구했는데 전날 저녁에 갑자기 부장님이 호출을 해서는 굳이 굳이 단둘이 저녁을 먹자고 해서 불려갔지 뭐야. 나도 그 양반이랑 단 둘이 밥먹는건 처음이었는데 지난번 프로젝트때 고생 많이 한거 안다며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방어집에 데려가 주겠다고 막무가내더라고. 내가 방어를 먹을 줄 아는지는 묻지도 않더라니까? 다행히 내 입맛에 맞긴 했는데 식사시간 내내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고역이었어.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도 참 드문데…그렇다고 본인 할말만 하고 끝내는 거면 나는 열심히 먹으면서 리액션만 하면 되는건데 한 마디 끝내면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하며 내가 그럴싸한 대답을 하길 바라더라고. 나는 그렇게 리액션하랴 그럴듯한 대답을 지어내랴 쩔쩔매느라 제대로 급체해버려서 주말이틀을 내리 앓아누웠어. 물론 그렇게 고대하던 경기도 못가고 말이지.

심지어 그 날 경기는 두고두고 회자될 명경기였단 거 알어? 무려 연장 12회까지 이어진 난타전 끝에 2아웃, 주자는 만루인 상황에서의 밀어내기 안타. 결과를 다 알고 다시보기로 봐도 심장이 쫄깃해지더라구. 직접가서 봤다면 현장감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지?


뭐 그래도 이런건 어쩌다 있는 일이니까 넘어간다 쳐도 진짜로 내가 말하려던 부류는 이거야. 왜 식당에 가면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인테리어나 분위기에 대해 궁시렁 대는 친구가 있지 않아? 거기다 음식까지 자기랑 안맞으면 이건 밍숭맹숭하네, 짜네, 자기가 무슨 요리경연 프로 심사위원이라도 된 양 꼭 의견을 내야 속이 시원한 작자들 있지? 이 쪽에서는 아무 생각없이 ‘오 생태탕이군 국물이 시원하겠다.’ 라고 생각하며 한 술 뜨려는데 왜 이렇게 살이 없냐는 둥, 미원으로 맛을 냈다는 둥 떠들어대기 시작하면 나까지도 입맛이 뚝 떨어져 버린다니까. 그럼 경험 한번씩 해봤지? 심지어 작게나 말하면 몰라. 주인이 듣기라고 할까싶어 입 다물고 밥이나 처먹으라고 쏘아붙이고 싶은데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그렇게까지 말하기도 힘들잖아? ‘허허 난 괜찮은데.’ 라고 말하면 내 의견에 반박하기 시작해서 2절 3절까지 시작하니 대충 동의해주고 그때부턴 내쪽에서 입 꾹 닫고 열심히 먹는 수 밖에. 하다못해 밥 다먹고 식당을 나온 다음에 해도 될 얘기 아니냐고 그런건.

그 다음은 나랑 식성이 다르거나 먹는 속도가 너무 차이나면 그것도 꽤 곤란하지. 생선을 못먹는다거나 예전에는 고기를 안좋아하는 친구도 있었는데 메뉴 정할때마다 못가는 집이 어찌나 많던지. 어쩔 수 없이 근처에서 둘 다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정해서 가면 맛이 그냥저냥일때도 많고. 속도가 너무 느린 친구는 내가 먹을만큼 다 먹고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눈치보면서 손을 멈추더라고. 누가 봐도 반도 못먹은게 분명한데 혼자 먹고싶진 않은지 그때부터 전혀 입을 안대더라고.


그런데 그거 알아? 함께 밥먹는게 즐거운 사람은 완전히 달라.

그냥 그런 아무 집에나 들어가도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고.

사실 입맛이 잘 맞으면 식당을 나오면서 맛을 평가하는 순간도 하나의 즐거운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하고 어쩌다 둘다 맛있게 먹은 맛집을 찾는다? 그럼 그 한 끼 식사만으로도 그 날 하루는 꽤 잘보낸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예전에 한 번, 그런 사람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매 끼를 맛있게 먹는 사람이랄까. 아니 식전 감사기도 같은게 아니라 정말로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 대해 즐거움을 가진 사람이라 먹고 있는 표정만 봐도 행복한게 보이는거야.

그럼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즐거워 지는거지. 혹시나 입맛에 안맞는 집에 가더라도 먹는 동안은 절대 그런 소릴 안해. 먹는 중에 그런 얘길하면 내가 신경쓰거나 미안해 할까봐, 나중에 입가심으로 카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 한 잔 할때쯤에서야 ‘아까 찌개가 좀 짰는지 목이 많이 마르네.’ 라고 표현하는거지. 나야 짠 것도 싱거운 것도 곧잘 잘 먹는 편이니까 그제서야 ‘ 아. 아까 좀 짠편이긴 했지?’ 라고 눈치채는거지. 그래도 절대 가게에 나쁜 소리는 안해. 그냥 다음에 그집에 또 가자는 얘길 안할 뿐이지.

참. 고상해. 그래 고상한 사람이었어. 사실 그런건 막상 같이 시간을 보낼땐 눈치 못챘던 건데….이제는 그렇게 잘맞는 사람이랑 밥먹을 일이 없게되니 그제서야 앞서 말한 부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거야. 아. 남이랑 밥 한끼 먹는게 이렇게 불편하고 신경쓸 일이냔 말이지.



내가 지난 번에 보니 너희 두 사람은 먹는 게 잘 맞아서 참 보기가 좋더라. 그거 진짜 큰 복이야! 항상 감사하며 살어. 아주 그냥 선남선녀야. 너흰 분명 잘 살거야.

어이쿠 음식 나왔네. 얼른 먹자. 아이 무슨 초장을 찾냐. 참치는 요 김에 싸서 참기름에 톡!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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