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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끄적루씨 Dec 29. 2021

그해 겨울, 운동에 진심이었다.

[글,책_겨울] 세번째 이야기


그 해 겨울, 나는 운동에 진심이었다.


"이 위로 올라가 보시겠어요?"

인바디 측정계 위에 올라갔다.

계속 올라가는 근육량. 막대가 표준 이상을 한창 넘어 멈췄다.

"와, 근육량이 정말 많으시네요! 금방 회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산후조리원에서 나는 근육량이 많은 산모였다.


임신 중 임당 판정을 받은 나, 나는 그 덕분에 근육량을 늘릴 수 있었다. 

'임당'은 '임신성 당뇨'의 줄임말. 모든 임산부는 임신 24~28주 사이에 '임당 검사'를 한다. 평소 당뇨가 없던 사람도 임신하게 되면 호르몬이 불균형해지고 임당에 걸릴 수 있다. 나는 검사 결과 혈당 수치가 높아 재검을 받게 되었고, 일부 수치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높아 임당 판정을 받았다.






임당에 걸리면 식단 조절과 혈당 관리 그리고 운동을 함께 한다. 

심한 경우 인슐린 주사를 맞기도 하지만, 다행히 혈당 수치가 높지 않아 식단 조절과 혈당 관리만 했다. 병원에서 식단 관리 교육을 받고, 한 달 동안 삼시 세끼 식단을 써오라는 숙제를 받았다. 또 하나의 숙제는 식사한 뒤 1시간 뒤 혈당 체크. 난생처음으로 받아 든 혈당 체크기를 들고 집에 돌아와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하늘이여,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임당에 걸리면 혈당이 빨리 올라가는 음식은 되도록 피해야 한다.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면 나뿐만 아니라 아이에게도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기간 동안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아이가 태어난 후 소아 당뇨가 걸릴 수 있다고 하니. 속상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날부터 운동에 진심인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의 미션은 2가지.

1. 고단백 식사를 하는 것

2. 식사 후 1시간 뒤 혈당 수치가 정상인 것


우선은 식사 관리.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단 음식은 무조건 금지다.

식사는 고단백질 위주로 하되,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의 비율도 적당히 섞어줘야 한다. 단순히 다이어트가 아니고 관리이기 때문에 이 점이 어려웠다. 당이 많이 안 올라가는 음식을 검색해서 여러 가지 식단을 찾아 실험해본 결과, 식사 전에 채소를 한 그릇 먹고,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순으로 먹어야 혈당이 가장 덜 올라갔다. 당시 나는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었는데, 점심을 회사 식당에서 먹었다. 회사 식당에서는 샐러드가 따로 나오지 않아 매일 채소를 손질해 샐러드를 싸가서 샐러드를 먼저 먹고 난 후, 점심을 먹곤 했다. 그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던 회사 언니는 아직도 나를 만나면 그때 이야기를 한다. 참 독하다고 생각했다고.


식사 후 혈당을 빨리 떨어뜨리기에 운동만큼 좋은 게 없다.

그때까지 운동다운 운동은 해 본 적이 없던 나. 가장 쉬운 걷기부터 시작해서 범위를 늘려나갔다. 임산부 필라테스도 다니고, 집에서 요가도 해봤지만 가장 잘 맞는 건 외국인 유투버의 임산부 유산소 운동이었다. 동작이 다양하고 음악도 신나서 밥 먹고 나서 20분 정도 2세트를 했다. 출산예정일이 2월이었던 나는 1월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휴직과 동시에 임산부 수영을 등록하여 일주일에 3번 열심히 갔다. 임산부가 무슨 수영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몸에 무리가 가지 않아 임산부에게 수영만큼 좋은 운동이 없다. 처음 수영을 할 때 아이가 신이 났는지 배를 마구 찼던 기억이 난다. 임산부 수영하는 곳은 우리 집에서 마을버스로 10분 거리. 임신 막달에는 운동하기 위해 집에서 임산부 수영하는 곳까지 걸어 다녔었다. 1월의 추운 공기를 뚫고 수영장에 도착하여 수영을 1시간 동안 하고 나면 몸도 마음도 개운해졌다.






임신 기간 쌓은 운동의 내공으로 2시간 만에 출산을 마쳤다.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나의 몸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였다. 모두 운동을 꾸준히 한 덕분이었다. 임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운동이었지만 운동의 재미를 알게 되어 출산 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이어 나갔다. 출산 후 100일이 지난 뒤부터는 집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산후 요가를 하였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한 뒤에는 수영하러 다녔다. 지금은 코로나로 수영은 잠시 중단한 상태이지만, 코로나가 다시 좋아지면 다시 수영하고 싶다. 요즘엔 주로 유튜브의 홈트 영상으로 운동을 한다.


운동에 진심이었던 그 해 겨울, 나는 매년 겨울마다 그 생각을 하며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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