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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순 Jun 30. 2022

소설을 쓴다는 건...

2021년 8월에 쓴 글

"쯧쯧... 자넨 그 나이 먹도록 '소설적 인물'이 뭔지를 모르나?"

졸업반 시절, 소설합평시간. 지도교수님은 분명 그리 말씀하셨다.

조용한 강의실에 툭 뱉어진 그 충고는 꽤나 충격적이었는지,

수업엔 안중에 없다는 듯 고개를 쳐박고 딴 짓을 하던 몇몇 학우들이 흠칫 머리를 쳐들고 두리번 눈치를 볼 정도였다.

물론, 가장 당황한 것은 나였다.

평소 제자들에게 신중하고 정중하게 말씀하시던 분이 나에겐 왜이리 날을 세우실까. 얼마나 개고생해서 쓴 글인데...

난 그 말의 뜻을 이해하려하지는 않고 속으로 씩씩대기만 했다.

까맣게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부끄러운 타투마냥 마음 한 구석에 새겨져 있었나보다.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리 선명한 걸 보니...

그때 왜 교수님은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학창시절 끄적였던 습작 몇 편을 떠올려보니 두가지 공통점이 보이더라.

첫번째는 치기어림과 오그라듬(작가가 못 된 건 정말이지 천운이다). 그리고, 나의 소설에는 좀처럼 '남'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다.

습작 속 주인공들은 거의 '혼자'였다. 캐릭터와 캐릭터가 부딪히는 '사건'이 없이, 어떤 상황에 내쳐진 주인공의 '상념'에만 집착했다.

내 이야기는 큰 따옴표 하나 없는, 하나의 길고 지루한 작은 따옴표였다.

그래, 이 나이 먹고 생각해보니...

어쩌면, 교수님의 '소설적 인물'은 '소설'이 아닌 '나라는 인물'을 가리키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소설'을 쓴다는 건 '지금의 나'를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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