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아워

루코‘s 단편소설

by 루도비코 Ludovi Ko


**이 이야기는 픽션입니다. 사진 속 장소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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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낚싯대를 챙겼다. 집에서 나와 하늘을 봤다. 다행히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다. 낚시가방을 차에 싣고 강가로 향했다.

강에 도착하고 시간을 체크했다. 일몰시간까지 약 1시간 정도 남았다. 얼른 트렁크에서 낚시 가방을 꺼내들고 강으로 향했다. 강에서 세팅을 하고 낚싯대를 강 쪽으로 휘둘렀다. 낚시찌가 강물 속으로 풍덩하고 빠졌다. 폰을 한 번 더 체크했다. 일몰 시간에서 정확히 1시간 전이다. 미소를 지으며 강을 바라봤다. 노을이 지고 있었다. 황금빛 하늘과 황금빛 물결 속에 내가 있었다. 날씨와 노을 색 모두 완벽한 운이 좋은 날이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간 전후로 1시간씩을 골든아워라고 부른다. 이때는 아름다운 자연광이 만들어져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고 한다. 이 시간대를 알게 된 이후로 골든아워에 맞춰 낚시하러 간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나가도 항상 이상적인 노을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날씨가 안 좋거나 구름이 많은 날이 많다. 그러면 노을이 황금빛이 아니라 다른 색으로 변한다. 그런 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구름이 붉게 물들어 예쁜 장관을 만들기도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나는 멋진 사진을 만들기 위해 이때 낚시하는 것이 아니다.

난 황금빛 노을만 찾는다. 그 노을이 오면 강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그 강에서 물고기를 낚는다. 황금빛 물속에서 올라오는 물고기는 황금빛이다. 황금 속에서 황금을 건져낸다. 이 장면이 나에게 쾌감을 준다.


강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있다. 모두 똑같이 생겼다. 하지만 때와 장소가 잘 맞으면 이 물고기는 황금 물고기가 된다. 화려하고 멋지게 된다. 나는 항상 무리 속에 평범한 사람 중 하나였다. 화려하게 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특별하거나 돋보이게 되면 남들의 시선에 눌렸다. 약했던 난 그 시선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에 원하던 것을 할 수 없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남들의 시선으로 뭉개졌다. 이런 게 삶이지 하며 그냥 살았다. 몇십 년이 흐른 뒤 우연히 강가를 걷다가 낚시하는 사람을 보았다. 골든아워 시간에 그 사람은 황금빛 무대 속에 있었다. 그는 황금 속에서 물고기를 낚았다. 황금을 낚았다.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한 그 장면에 매료되었다. 평범한 모든 것이 화려하게 되는 순간. 똑같이 생긴 수많은 물고기들이 자신의 숨겨진 화려함을 뽐낼 수 있게 되는 시간. 그 장면을 보자 억눌린 삶을 살았던 내가 떠올랐다. 내가 골든아워 때 억눌리지 않고 버텨서 황금빛을 맞을 수 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달라졌을까? 나는 이 물고기처럼 황금이 될 수 있었을까? 내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눈물은 노을빛에 황금이 되어 떨어졌다. 내 안에 여전히 황금이 남아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우는 나를 시선으로 억눌렀다. 멋진 노을이 눈앞에 있는데 다 큰 남자가 울다니. 하지만 이번엔 그 시선들에 억눌리지 않았다. 내 안에 억눌려 있던 황금이 내 눈에서 쏟아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 사건 이후로 골든아워 시간에 맞춰 낚시하러 나갔다. 하지만 제시간에 나가도 황금빛으로 물드는 날을 만나기란 어렵다. 온 세상이 나를 도와줘야 그런 날을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하늘이 도와준 날이다. 세상을 아름다운 황금색으로 만들어줬다. 황금 물속에서 황금을 낚았다. 물속에서 올라오는 황금을 보며 과거의 나를 떠올렸다. 황금이 된 나를 떠올렸다.

골든아워 때 잡은 황금은 어망 속에 있었다. 노을이 지고 어망 속에 있는 황금은 물고기로 변했다. 모두 똑같이 생긴 평범한 물고기가 되었다. 떨어진 해가 보여주는 마지막 햇빛 속에서 낚시를 정리했다. 어망 속의 물고기는 강에 다시 풀어줬다. 황금으로 변했던 자신을 기억하며 지내기를 바랐다. 다시 황금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살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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