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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가꾸는 사람들, 비개발 조직

게임, 누가 만드는가 #2

by 박루디

소위 잘 나가는 게임의 조건은 무엇일까. 방대한 세계, 매력적인 캐릭터, 짜릿한 전투……. 정말 이런 것만으로 충분할까.


웰메이드 게임도 알리지 않으면 유저에게 닿지 않는다. 유저가 오지 않거나 떠나가면 새로운 즐길거리를 선보이기는커녕 지금의 상태마저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한다는 건 빼어난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더 널리 알리고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도록 돌보는 일까지 아우른다.



사업, 가치를 키우고 가능성을 확장하다


게임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출시되어 운영되기까지 수많은 선택이 필요하다. 어떤 시장을 공략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할 것인지, 어떻게 보다 많은 유저에게 다가갈 것인지. 사업은 이 모든 과정에서 게임의 방향을 조율하고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는 "게임이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직군이다. 사업 PM의 주요 업무는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게임 시장 조사, 경쟁 게임 분석, BM 설계, 이벤트 기획, 외부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주도하고 운영 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개발 프로젝트 매니저는 "게임이 어떻게 완성될 것인가?"를 끝없이 고민하는 직군이다. 개발 PM은 게임의 개발 일정과 품질을 관리한다. 마일스톤을 설정하고 개발 조직이 서로 원활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조정하며 문제 발생 시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예를 들어 정해진 날짜에 특정 시스템이 완성되어야 한다면 개발 PM은 일정에 맞춰 일감을 분배하고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필요시 우선순위를 조율하거나 추가 기간을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또 다양한 관리 방법론을 도입해 개발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기도 한다.

L10N(Localization) 프로젝트 매니저는 번역과 더빙을 포함한 현지화 작업을 총괄하며 다양한 언어권의 유저가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나아가 단순 번역을 넘어 게임에 문화적 맥락을 반영하고 현지화 품질 테스트까지 책임지기도 한다.


개발이 게임을 만드는 일이라면 사업은 게임을 성장시키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게임이라도 전략 없이 시장에 나선다면 금방 잊힐 수밖에 없다. 사업 직군은 게임이 한결 많은 유저에게 닿고 오랜 시간 회자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정하는 나침반이자, 게임의 가능성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추진체다.


ℹ️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KPI)

KPI는 조직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이루어낸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다. 회사는 KPI를 설정하고 분석함으로써 게임의 상태를 진단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 대표적인 KPI로는 신규 가입 유저, 일일 활성 유저, 최고 동시 접속자, 매출, 구매 유저 비율, 유저당 평균 매출, 구매 유저당 평균 매출 등을 꼽을 수 있다. KPI는 게임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기 때문에 추후 더욱 자세히 살펴보겠다.
ℹ️ 마일스톤(Milestone)

마일스톤은 게임 개발의 주요 목표 지점을 의미한다.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경우 콘셉트를 정하고 시장성을 분석하는 것이 첫 번째 마일스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핵심 재미를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알파 빌드를 완성해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홍보와 마케팅, 유저의 마음에 게임을 각인하다


제품과 서비스는 유저에게 닿지 않으면 의미를 갖지 못한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홍보와 마케팅은 게임과 유저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게임의 매력을 전달하며 브랜드를 구축한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여러 방식을 통해 게임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유저가 게임을 경험하기도 전에 게임을 인지하고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PR(Public Relations) 매니저는 게임의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움직인다. 게임의 핵심 재미와 주요 소식을 언론에 전하고 미디어 및 업계 관계자들과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외부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광고 캠페인을 기획 및 집행한다. 유관 부서, 대행사, 제휴사 등 많은 관계자와 협력하여 최적의 성과를 도출하며 지표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마케팅 전략을 개선해 나간다.

브랜드 마케터는 게임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장기적인 인식을 형성한다. 오프라인 이벤트, 제품 컬래버레이션, 공모전, 사회공헌 활동 등 게임의 가치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폭스바겐의 전 CEO 마틴 빈터코른은 한 워크숍에서 "우리는 훌륭한 자동차를 만들어야겠지만, 브랜드는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좋은 게임이 자연스럽게 흥행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전략적인 접근과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때다.


호요버스는 팬 페스티벌 호요랜드를 통해 자사 IP를 알리고 미니게임, 코스프레 퍼레이드, 퀴즈쇼, 드론쇼, 포토존, 푸드존 등 다채로운 즐길거리를 선보였다. ⓒ 호요버스



운영, 유저와 게임을 잇다


유저가 게임에 찾아오더라도 꾸준하고 흥미로운 업데이트, 안정적인 서비스가 병행되지 않으면 금세 흥미를 잃고 떠나버린다. 운영 직군은 게임의 최전선에서 유저와의 소통, 정책 관리, 고객 지원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게임이 순조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다.


게임 운영자(Game Master, GM)는 원활한 운영을 위한 기틀을 다진다. 예를 들어 유저 경험 관리를 위한 운영 정책을 정비하고 유저의 피드백(Voice of Customer, VOC)을 모니터링해 문제 상황을 전파하거나 개선점을 도출한다. 또 유저의 활동 내역을 조회하고 필요시 지급, 회수, 제재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 위한 운영 툴을 기획 및 사용하기도 한다.

커뮤니티 매니저(Community Manager, CM)는 유저와의 소통을 담당하며 공식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관리한다. 유저가 게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신뢰를 형성하고 다가오는 업데이트와 이벤트 소식을 알려 기대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또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자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게임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도 한다.

고객 지원(Customer Support, CS)은 유저의 문의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답변하여 유저의 궁금증이나 문제를 해결한다. 문의 속에 숨어있는 유저의 감정과 그 감정을 촉발한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함으로써 만족을 최대화하는 동시에 불만족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넥슨 고객센터는 메이플스토리 20주년 기념행사를 타계하신 아버지와 함께 보고 싶었다는 유저에게 위로의 마음이 담긴 선물, 손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 넥슨



데이터 분석,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순간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생성해 낸다. 유저들이 어떤 콘텐츠에 오래 머무는지, 어떤 구간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상품을 구매하는지, 어떤 이벤트에 호응하는지. 데이터 분석 직군은 이러한 정보를 정리하고 해석하여 한층 진보한 경험을 설계하는 데 기여한다.


데이터 엔지니어(Data Engineer, DE)는 데이터 수집, 저장, 처리, 관리를 담당한다. 즉 데이터를 모으고 불완전하거나 부정확한 데이터를 정제 후 적재함으로써 필요한 데이터가 적재적소에 이용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애널리스트(Data Analyst, DA)는 게임을 만들고 운영함에 있어 유용한 데이터를 정의하고 해당 데이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니터링한다. 그 과정에서 특이 사항이 발견될 경우 시각화된 리포트를 통해 관련 부서에 인사이트를 전파하기도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 DS)는 기계 학습, 예측 모델링 같은 기술을 활용하는 직군으로 DA처럼 데이터를 통해 인사이트를 도출하지만, DA가 지금 상황에 관한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면 DS는 앞을 내다보는 데 집중한다는 차이가 있다.


데이터는 게임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다. 직감만으로는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숫자의 나열만으로는 유저를 이해할 수 없다. 데이터 분석 직군은 이 사이에서 게임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비춘다.



QA, 게임을 담금질하다


훌륭한 기획과 개발이 수반되더라도 버그가 많거나 조작감이 불편하다면 유저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QA(Quality Assurance, 품질 보증)는 개발된 게임을 철저히 테스트하여 품질을 검증한다.


기술 QA는 테크니컬 QA라고도 불리며 기획서에 명세된 내용이 정확하게 구현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을 담당한다.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오타가 없는지, 버그나 오류와 같은 문제가 있는지, 있다면 무슨 상황에서 발생하는지, 예상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버그의 존재 여부는 물론 재현 방법과 수정 이후의 모습까지 명확히 공유함으로써 동료들이 현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호환성 QA는 게임이 다양한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구동되는지 확인한다. 게임을 운영체제, 플랫폼, 기기별로 테스트하며 특정 환경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같은 게임이라도 PC, 모바일, 콘솔 등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실행될 때 화면 비율, 조작감, 시스템 자원 사용 방식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온전한 재미를 전달하려면 철저한 검증이 필수다.

펀 QA는 게임성을 확인한다. 일차원적으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재미있거나 재미없다는 감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레이 경험을 분석한다. 새롭게 추가된 콘텐츠가 유저에게 충분한 흥미를 주고 있는지, 예상보다 플레이 시간이 짧거나 이탈이 많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외에도 현지화 테스트는 여러 언어와 문화권에서 게임이 적절하게 번역되고 전달되는지를 검증하며 성능 테스트는 게임의 최적화 상태를 확인한다. 밸런스 테스트는 특정 콘텐츠의 난이도나 스킬 간 성능 차이 등을 점검해 게임이 공정하고 즐겁게 플레이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준다.


QA는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서 그치는 대신, 게임이 고스란히 유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돕는 최후의 수비선 역할을 한다. 작은 버그, 오류 하나로도 유저 경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게임이 출시되기 전 마지막 순간까지 세심한 검증이 필요하다.


ℹ️ 이슈(Issue), 버그(Bug), 오류(Error)

이슈, 버그, 오류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각각의 의미와 사용되는 맥락에 차이가 있다.

이슈는 게임 개발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튜토리얼이 너무 길다는 유저 피드백이 많다면 기획 이슈, 서버의 응답 속도가 느려졌다면 성능 이슈, 이벤트 당첨자 추첨 방식이 불공평했다는 의견이 나온다면 운영 이슈에 해당한다.

버그는 게임이 기획된 대로 동작하지 않는 현상으로 개발 단계에서 발생하는 의도치 않은 결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유저가 벽을 뚫고 이동할 수 있거나 적이 특정 위치에서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오류는 게임 실행 중 발생하는 시스템적인 문제로 보통 에러 메시지와 로그(Log)를 통해 기록되며 원인을 분석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Error 500 - Internal Server Error'라는 메시지가 노출되면 서버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요청을 처리할 수 없다는 의미이며 로그인 시도가 많아 데이터베이스가 과부하된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 또 'Error 404 - Not Found'라는 메시지가 보인다면 요청한 리소스를 서버에서 찾을 수 없다는 뜻으로 업데이트 이후 특정 NPC가 사라져 그 NPC와 연결된 퀘스트 데이터를 불러오지 못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경영 지원, 원활한 흐름을 조율하다


게임이 법적 리스크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쾌적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며 인재를 채용하고 성장시켜 나가는 일. 이러한 도움이 없다면 게임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법무 및 정책 담당자는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리스크를 검토하고 대응한다. 또 게임 내 약관을 점검하고 각종 규제의 변화에 맞춰 게임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한다.

총무는 사옥과 사무 환경을 관리하며 비품과 자산을 운영해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사는 채용부터 조직 문화까지 사람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담당한다. 인재를 발굴하고 채용하는 일련의 단계를 전담하며 입사 이후에는 복지, 근태, 연차 관리 등을 통해 구성원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울러 조직 문화 개선과 직원 만족도 관리를 통해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회계는 회사의 재무 흐름을 기록하고 법적 기준에 맞춰 보고한다. 수익과 지출을 정확히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손익계산서와 재무제표를 작성하며 세금 신고 및 납부, 급여 지급, 결산 업무 등을 수행한다. 또 기업 감사에 대응하고 외부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회사의 재정적 투명성을 유지한다.

재무는 기업의 자금을 전략적으로 운용하고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분석한다. 예산을 수립하고 관리하며 투자 유치 및 자금 조달 계획을 세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원한다. 또한 수익성을 분석하고 비용 절감 방안을 기획하는 등 미래의 재정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사업은 게임의 적인가?


게임 업계에서 사업 PM은 종종 '양복쟁이'라고 불린다. 게임으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정작 게임에는 관심이 없고 머릿속엔 "돈이 될까?"라는 생각뿐인 비즈니스맨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게임의 재미와 수익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게임이 망하면 재미도 사라진다. 아무리 훌륭한 게임이라도 운영을 지속하려면 자본이 필요하다. 사업 PM의 역할은 회사가 만든 게임이 장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안정적인 BM을 설계하는 것이다.

수익 구조가 안정되면 꾸준한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유저 피드백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서버 유지와 신규 유저 유입도 원활해진다. 반면 수익 구조가 불안정하면 게임은 초반에 반짝했다가 사라지거나, 생존을 위해 무리한 BM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 좋은 사업 PM은 게임에 대한 관심과 지식을 바탕으로 게임의 특색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예를 들어 배틀 패스 같은 BM은 유저의 과금 부담을 낮추면서도 꾸준한 수익을 만들어낸다. 캐릭터 치장 위주의 BM 역시 콘텐츠의 수명을 해치지 않으면서 유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탁월한 사업 PM은 지속 가능한 BM을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발 조직과 협력해 게임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시장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을 제안하기도 한다. 게임의 핵심 재미를 보존하면서 경쟁 게임과 차별화할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의한다. 프로젝트 이해와 유저 경험을 등한시하는 사업 PM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바람직한 사업 PM은 개발 조직과 머리를 맞대고 게임의 성공을 만들어가는 파트너라 할 수 있다.


게임이 단기적인 수익을 넘어 장기적인 성공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 게임이 더 오래 살아남고 더 많은 유저가 즐길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사업 PM의 본질적인 역할이다.


ℹ️ 배틀 패스(Battle Pass)

배틀 패스는 일정 기간 동한 정해진 미션을 완료하고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콘텐츠다. 기본 보상은 무료로 제공되지만, 유료 서비스를 구매하면 더 많은 보상을 추가로 획득할 수 있다. 유저는 게임을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보상을 얻고 회사는 꾸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장기적인 운영에 적합한 BM으로 평가된다.



사업과 마케팅, 다른 길 같은 목적지


일부 모집 공고나 조직에서 사업과 마케팅을 한 데 묶는 바람에 이 둘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 본질은 다르다.
마케팅은 돈을 써서 유저를 모으는 과정이며 사업은 그 유저에게서 다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다. 즉 마케팅이 광고,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통해 게임의 인지도를 높이고 유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면 사업은 BM을 설계하고 수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두 역할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유저를 모았음에도 결제율이 낮다면 이는 게임 내 BM이 유저의 기대와 맞지 않거나 과금 유도가 자연스럽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반대로 사업이 뛰어난 BM을 설계했더라도 마케팅이 충분한 유저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 구조는 의미를 잃고 만다. 따라서 마케팅과 사업은 상호독립적이면서도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다.


일부 조직에서는 사업 PM이 마케팅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인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을 알리는 것과 게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별개의 작업이며 이를 명확히 구분할 때 더욱 효과적인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마케팅과 사업이 제 역할을 다하며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게임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게임을 '운영'한다는 것의 의미


게임 업계에서 운영 직군은 종종 낮은 진입 장벽으로 인해 오해를 받는다.

"고객 불만 접수나 게시판 관리 정도라면 비숙련 인력도 가능하지 않나?", "누구나 할 수 있다면 중요한 일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운영은 게임의 생명력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저가 게임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운영이며 운영의 대응 방식이 게임의 첫인상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운영 직군은 동향 및 지표 모니터링, 공지 작성, 이벤트 진행, 문의 응대, 불법 프로그램 검출, 불량 이용자 제재, 위기 대처 등 유저 경험을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요소를 담당한다. 운영이 믿음을 주면 유저는 게임에 애정을 느끼고 머물지만, 운영이 불친절하거나 문제를 방치하면 유저는 쉽게 등을 돌린다.

운영은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유저가 운영을 지지하면 충성도 높은 유저층이 형성되며 이들은 게임을 믿고 기꺼이 결제에 임하는 구매 유저가 된다. 또 활발한 커뮤니티는 대세감을 형성해 신규 및 복귀 유저의 유입을 촉진한다. 즉 운영이 유저에게 신뢰를 줄수록 게임의 수명과 수익성은 함께 성장한다.


결국 운영이 탄탄할수록 게임은 더욱 강해지고 운영이 흔들리면 게임도 흔들린다. 좋은 운영이 있는 게임이 오래 살아남는다. 운영이 곧 게임의 미래다.



QA는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일까?


일각에서는 QA의 역할을 단순 반복 작업으로 치부하며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게임이 완성되기까지 QA가 하는 일은 간단한 테스트를 아득히 넘어선다.


완성된 게임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답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즐길 거리가 풍부한 게임"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게임이 아무리 재미있고 콘텐츠가 풍부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게임을 재미있게 만들었으니 버그는 적당히 있어도 괜찮아." 하지만 유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충 테스트해도 문제없을 것 같아." 그러나 출시 후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하면 유저는 떠나간다.


QA가 없다면 개발자는 본래 집중해야 할 개발 업무 이외의 테스트까지 맡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일정이 지연되고 전체적인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전문 QA가 존재하면 개발자는 개발에, QA는 검증에 집중할 수 있다. QA는 반복적인 테스트를 자동화하거나 테스트 시나리오를 최적화하며 이를 통해 개발팀이 보다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QA는 게임의 전반적인 유저 경험을 검증한다.

"특정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지나치게 어렵지는 않은가?", "수익화 모델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가?", "네트워크 환경에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가?", "게임이 다양한 기기에서 정상적으로 실행되는가?" QA가 없다면 이러한 요소들을 놓치기 쉽다. 특히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QA 없이 업데이트를 반복하면 문제가 누적되어 게임 전체의 완성도가 저하될 위험이 크다.


따라서 QA는 유저가 온전한 게임을 경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하며 게임 개발이 창조라면 QA는 그것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마치며


이렇게 게임 업계의 비개발 조직과 그 역할을 살펴봤다.


게임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것은 개발자의 손끝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의 체계적인 방향 설계, 예술적인 손길, 날카로운 분석, 트렌디한 활동, 감성을 자극하는 교류, 철두철미한 검사 등 다분한 노력이 더해져야 비로소 한 편의 게임이 완성되어 세상의 빛을 보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게임을 더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 이끌기 위해 고민하는 동료들에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온 나 자신에게 작은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다양한 역할 중 내가 사업 PM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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