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엄하던 아빠의 따뜻한 전환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내 방식

by 루플레아

오늘은 아빠와 함께한 하루였다.


아빠의 일손을 도와 드리고 나니
오후에는 적십자사에서 아빠 회사에 감사 명패를 전달하러 오셨다.

앞으로 정기 기부를 하기로 약속한 것에 대한 의미의 명패였다.

우연히 이 특별한 순간을 나는 곁에서 함께 지켜본 것이다.

사실 이런 것에 무뚝뚝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던 아빠였기에 이유를 여쭤보았다.

회사를 30년 동안 무탈하게 버텨올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적게라도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나누고 싶으시다는 이유였다.


순간, 나는 깨달았다.
이건 단순히 좋은 일의 연출이 아니었다.

아빠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 아빠의 가치가 향하는 방향이 달라졌다는 의미였다.


사실 나는 올해 여러 일을 겪으며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그 끝에 '사랑'이 가장 중요한 삶의 좌표라는 것을 깨달았다. ㅡ자립이 곧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이었다는 게 가장 큰 깨달음이다.


그래서 나는 나답게 살아가기 위해 더욱 사랑하겠노라 다짐했었다.

마치 사랑이 내 삶의 사명인 것처럼 살아가겠다고, 슬프고 미울 때가 있어도

기꺼이 사랑하고 감내하며 나아가는 방향이 있음을 경험했기에

내 삶의 정답은 '사랑'이라 선택하며 살고 있다.

그 전환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건 사실 우리 가족이다. 분위기가 서서히 변했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태도, 선택하는 언어와 사고 프레임이 달라지니 가족들을 향한 태도가 다정해졌고

그런 나의 변화는 역시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가족들의 태도 역시 미묘하게 달라졌고

그중에서도 가장 근엄하던 아빠는 이 기부 소식을 이제서야 머쓱하게 말씀하셨다.


나는 느꼈다.

이건 그냥 따뜻한 마음이 아니라 사랑이 우리 가족의 정서로 통과했고

이젠 각자의 삶에 흐르는 진동이 되었다는 것을.


적십자사에서는 아빠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종종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내 휴대폰에 남겨진 사진은 거의 없었지만 ㅡ주로 아빠의 핸드폰에 남기느라ㅡ

몇 장 안 되는 내 사진첩 속 사진을 일부러 가족 톡방에 올리기로 했다.

나는 이 반짝이는 흐름을 일부러 가족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 사실만으로 가족 마음 한편에는 따스함이 전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빠가 스스로 변화한 이 선택,

이 따뜻한 전환이 조용히 지나가지 않도록,

‘우리 아빠, 참 멋지다’는 축하가 울려 퍼지도록.


어쩌면 아빠가 살면서 가장 듣고 싶었을 인정의 말을

그토록 오래 우리 가족은 진심으로, 따뜻하게, 때로는 농담으로라도 전한 적이 드물었다.


이 사소한 순간 뜬금없는 타이밍이지만

나의 포문으로 우리 모두가 단 한마디라도 따뜻함을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는 남겨두었다.

'아빠 오늘 정말 멋있었어요:)'


그 한 마디가 아빠를 뿌듯하게 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를 따뜻하게 만드는 걸 아빠도 경험한다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움직인 것이었다.


조용한 밤,

소박한 텍스트 사이로

또 한번 사랑은 장면이 되어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장면은 내 마음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언젠가 아빠도 오늘의 마음을

당신 안에서 더 크게 피워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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