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회고
자신의 어두움을 안아주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조차 나의 빛나고 자랑스러운 모습만 바라보고 싶고 그걸 사람들에게 드러내고 싶은 게 당연한 본능이니까, 나만 아는(어쩌면 나도 다 알지 못하는) 외롭고 못난 부분을 마주할 때만큼 외롭고 괴로운 일도 없다. 하지만 자기 그림자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는 건 깊고도 따뜻한 사랑을 마주할 용기일지도, 어쩌면 그런 사랑을 품을 줄 아는 자질일지도 모르겠다.
기어코 긴 울음과 불안 끝에 나는 안았다. 그 이후 나는 자유롭고 정말 행복하다. 소유하지 않고 집착도 없는 마음을 알게 됐다. 그게 더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들었다. 마치 램프의 지니가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지막 소원을 쓰듯, 나는 그렇게 나와 너를 궁극의 자유로움으로 풀어냈다. 그게 내 사랑이었으니까.
이제 나는 나의 템포로, 나만의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다. 네가 나와 같지 않다고 속상할 필요도 없다. 같이 동행해도 되지만 다른 길을 가도 된다. 결국 연결되어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어떤 선택이든 다 아우를 마음이었다. 그건 당신 덕분이지만 곧 나를 사랑하는 원동이 되었고, 더 높고 멀리 날 수 있는 가벼움의 원천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같은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진짜 '사랑'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과거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대로 사랑해 내듯. (포샵도 없는 예전의 내 셀카가 요즘따라 괜찮아 보이는 것처럼?ㅎㅎ)
누군가에 대한 애틋한 설렘, 가까이 두고 싶은 마음만을 사랑이라 말하는 시대. 그 사랑을 자기 자신으로 바라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만을 간절히 갈망하는 동안 도리어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면 그게 진짜 사랑일까?
나 역시 그랬다. 아니 사실 지금도 그렇다. 결국 그것은 스스로를 괴롭게 할 뿐이었다. 나는 내 삶을 잘 영위해갈 책임이 있고 그게 내가 나에게 주고 싶은 사랑인데, 누군가를 가득 담느라 내 공간에 내가 없다는 건 모순이다. 분명 옳지 못한 방식이다.
깊은 사랑이란 응당 희생을 포함한다지만, 그 희생이란 타인만을 위해 자존을 버리는 선택이 아니다. 나만 생각한다는 이기심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는 만큼 당신이 귀중한 것을 잘 안다는 것이고 너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의미여야 한다. '이기적'이라는 단어는 사랑의 어떤 카테고리에도 다소 어색하다. '우리'가 없으니까.
결국 내가 아낌없이 먼저 사랑해 버리면 된다. 사랑 '받고자' 하니 집착과 욕심이 생긴다. 그게 진짜 자유로운 사랑이었다. 진짜 자유는 빛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림자 마저 사랑한다. 그래서 눈물이 있고, 아픔이 있고, 괴로움이 있고, 미움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사랑이다. 그럼에도 너를 놓을 수 없고 그럼에도 내 마음에 다시 들여와 너로 인해 내가 완성되는 것이다. 내 마음에 결핍이 당신의 존재만으로 다시 빈 공간을 메운다.
그렇게 가장 괴로운 마음까지 만나게 하고 끌어안게 하는, 기어코 지독하고 강한 내 사랑. 결국 나의 모든 삶을 다 끌어안아 버렸다. 그렇게 나는 사랑만으로 살아가는 10월이었다.
적당히 서늘하고 푸른 하늘에 단풍이 익어가는 시기임에도 올해 10월은 부쩍 차가운 날씨였고 비가 자주 내리곤 했다. 단풍은커녕 겨울이 코앞에 다가온 것처럼 느껴져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진작 계획해 둔 가을 여행을 서둘러야겠다는 조급함도 나타났다.
11월이 시작되며 서서히 상황도 마음도 날씨도 원래대로 정돈되었다. 단풍은 오히려 찬 바람을 견딜 때 더 아름답고 선명한 빛깔을 낸다고 하던데, 이번 단풍은 꽤나 아름다울 모양인가 보다. 혼자 가려던 여행 일정은 아쉽게 취소되었지만, 어쩌면 더 아름다울 계절을 혼자서만 보기엔 아까울 테니 이렇게 일정이 조정되기도 하나보다.
그래서 난 내일 떠날 엄마와의 가을 여행이 기대된다
올해 11월은 왠지 예사롭지 않다. 벌써 두근두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