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익~. 트럭이 멈춘다. 남자는 앞자리에서 내려 내가 든 상자를 들고 한 아파트로 향한다. 남자는 복도를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그는 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도 내가 들어있는 상자는 얆은 플라스틱이 한쪽에 고정되어 있어서 앞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몸을 그쪽으로 돌려 그쪽을 바라봤다. 엘리베이터 벽의 맨 왼쪽의 위에는 광고를 하고 있는 작은 텔레비전이 있었는데 그 텔레비전에서는 명품 옷을 50% 세일한다는 지루한 광고밖에 나오지 않았다. “띠링~ 13층입니다.” 남자는 나를(정확히는 내가 들어 있는 상자를) 들고 그 층에서 내려 ‘1013호’라고 쓰여있는 집의 벨을 눌렀다. “띵동~띵동~.” 벨을 누르자 30이 조금 넘어 보이는 여자가 집에서 나왔다. 여자가 반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인형 배달 하러 오신 건가요?” 그러자 남자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 네! 그렇습니다! “ 여자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다행이네요. 이 인형이 안 와서 저희 딸아이가 며칠동란 불평을 했답니다. “ 여자는 내가 있는 상자를 받아 든 다음, 몇 번이나 감사 인사를 하고 남자를 배웅한 후 딸을 불렀다. “지원아, 이리 나와 봐! 네가 그렇게 원하던 인형 왔어!!” 그러자 6~7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자기 방에서 뛰쳐나왔다. 머리는 짧은 단발에 위쪽은 양갈래로 묶었고, 파란색 바탕에 귀여운 분홍색 토끼 그림이 그려져 있는 긴팔옷을 입고 있었다. 바지는 주머니가 있는 노란색 긴바지였다. 양말은 초록색에 꽤 보들보들해 보였는데, 약간씩 올이 빠져있고 색이 바랜 것으로 보아 그 양말을 오래 신은 것이라고 생각됐다. 어쨌든 아이는 나를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