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지지 않는 감각
1. 삶이란 건 때로 너무도 허무하다. 가까운 선배의 남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둘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혼이고 나이는 겨우 30대 초중반이다.
장례식에서, 뼈만 앙상한 선배를 안아주고 집에 오니 갑자기 모든 풍경이 낯설다. 3일장을 치르고 집에 돌아가면 얼마나 황망할까. 남편이 없는 집. 가구, 물건, 남은 온기마저 모든 게 그대로인데 사랑하는 사람만 덩그러니 사라진 공간. 생각만 해도 마음이 찢어질 것 같다.
곁에 있어준다는 것에 대해, 그 당연했던 사실에 한없는 무게를 느낀다.
2. 몇 주 전엔 할아버지를 하늘로 떠나보냈다.
요양병원에 계신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면회하고 온 날, 반나절을 울면서 온 몸의 슬픔을 빼내었던 것만 같다. 할아버지께서 마지막 남은 힘을 내어 우리를 맞이해 준 것만 같아서. 면회 후 집에 돌아오고 나서 놀랍게도 할아버지께서 먼저 우리에게 페이스톡을 걸어주셨다. 그렇게 화면 속 우리 부부의 모습을 한참이나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어주시는 할아버지의 얼굴이 아직도 선하다. 그때 우리는 손가락 하트를 그리면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 이별의 순간이 다가온다는 걸 예감했던 것 같다.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건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감각일 듯 싶다.
3. 10월 말 결혼식을 앞두고 유독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목격하면서, 우울한 감정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분명한 건 일련의 일을 겪으며 감정의 선이 굵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닥까지 착 가라앉기도 하고, 그리움이 짙어져 스스로 주체를 못 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가까운 이가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서러움이 폭발하기도 한다.
어느 부분은 회복이 필요하고, 어떤 구석은 방치를 좀 요하기도 한다. 아무튼 간에 나라는 사람이 총체적으로 다시 기능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것도 없지만, 억지로 되는 것 또한 없다. 무엇이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태어나고, 살아가고, 죽는 그 모든 과정이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