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1월 초 신혼여행에서 복귀한 이후 쉼 없이 달려왔던 한 달이었다. 조금 쉬어가라는 의미인지, 몸이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말엔 하루 종일 잠만 잔다. 어제는 계단을 내려가다 오른쪽 발목에 힘이 풀려 또 접질리고 말았다. 옆에서 말을 걸어 주의력이 산만해졌다거나, 추워서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는 건 핑계겠지. 정말이지 이제는 조심성을 길러야겠다. 집에서 냉찜질과 온찜질만 반복하면서 쉬고 있다.
2. 사회생활하며 존엄성을 잃는 순간들이 있다. 모욕감을 주는 사람들, 약함과 다름에 대한 이해가 너무나 결여된 사람들 사이에서 짓밟히는 느낌이 드는 때. 그럴수록 생각한다. "그리고 네가 더 나이가 들면, 강한 자 앞에서 용기 있고 약한 자 앞에서 관대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내가 바라는 전부야." <작은 땅의 야수들>에 나오는 구절처럼 살자고. 그나저나 이 소설은 아빠가 빌려준 소설인데 좋아서 야금야금 읽고 있다. 이런 소설을 딸에게 빌려줄 수 있는 아빠가 있어서 좋다.
3. 그를 보고 있자면 내가 삶에서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절박감이 드는 사람이 있다. 빳빳하게 다려진 옷, 이번 시즌에 구입한 것 같은 최신 트렌드 아이템, 깔끔하게 손질된 머리, 언제 봐도 잘 정돈된 화장, 어머니가 싸준 건강한 도시락, 그런 것들로 구성된 사람들은 날 불안하게 한다. 현재 나의 삶에는 그림자 노릇을 하는 타인의 돌봄노동이나 나만을 위해 소진할 수 있는 잉여자산 같은 것들이 없다. 이것은 열등감이고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해결방법은... 내 안의 콤플렉스를 해결하는 것뿐이겠지만.
4. 그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같이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불편하다. 신변 잡이식 대화가 내겐 여전히 어렵다. (빼박 INFJ...) 그런 순간에 익숙해져 봐야지, 하고 노력해보던 순간들도 있었지만 안 맞는 모자를 쓰는 건 역시 그만둬야 한다.
5. 연말엔 역시 연말정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마음과 선물 주고받으며 보내야지. 올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남는 건 어떤 게 있었을까? 이벤트는 엄청 많았는데 말이지. 무려 결혼을 했고... 삶의 터전도 새로 잡았고. 회사에서 이 지겨운 무수리로서의 막내 생활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6. 또 다치면서 느끼는 점. 뭐든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쳐야 한다. 춥다고 움츠러드니까 몸이 마비되는 것 아닌가. 추위에 쫄지 말고 어깨펴고 당당하게 걷기. 권력이 날 작게 만들수록 더 덤덤하고 나다운 모습의 내가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