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 삶을 뒤흔들던 그 시절, 엄마는 치매라는 또 다른 싸움을 하고 계셨다. 몇 년 만에 찾아온 기회, 엄마를 휠체어에 태우고 요양원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
바람 부는 날이었다. 엄마 목에 스카프를 둘러드리고, 요양원에서 받은 담요로 무릎을 덮었다.
2시간의 짧은 시간
길은 평탄했지만, 휠체어를 밀기가 쉽지 않았다. 가는 중에 엄마 발이 자꾸 미끄러졌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엄마, 발에 힘줘요!" 그때 엄마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발이 자꾸 떨어져..."
순간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이내 무어라 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지금도 마음에 걸린다.
공원에 도착해서 준비해 간 간식을 엄마께 먹여 드렸다. 우리는 조용히 주변을 둘러봤다.
산책하는 할아버지, 벤치에 앉아있는 아줌마들, 장난치고 있는 남학생 둘
엄마는 말없이 앞을 보셨고, 나는 그 침묵 속에서 그저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흘러 바로 옆 성당에 들러 성모상 앞에 섰을 때, 천주교 신자인 엄마는 힘겹게 손을 들어 성호를 그으셨다.
"엄마, 무슨 기도했어?" 물었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 침묵 속에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돌아가는 길, 내 마음은 이상하게 무거웠다. 억지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불렀지만 웬지 허공에 그냥 떠다니는 소리로 들렸다 .
요양원에 도착해 복지사님과 인사를 나누려는 순간,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봤다.
그 순간 나도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흐르며 마스크로 닦는 척 하고 엄마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리곤 이내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내게 하트를 보내주셨다.
그 작은 동작에 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내 울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시간이 엄마와의 마지막 외출이 될 줄은.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의 모든 순간이 얼마나 귀중했는지. 엄마의 침묵, 그 눈물, 그리고 마지막 하트까지. 모든 게 엄마의 사랑을 말해주고 있었다.
우리 삶은 때론 평범하고, 때론 힘들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사랑과 추억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난다. 엄마와 함께한 그날의 기억은, 이제 내 삶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됐다.
사랑해, 엄마. 그리고 고마워. 엄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