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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Sep 08. 2024

7. 세 글자에 담긴 사랑

늦은 밤, 전화벨이 갑작스레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ㅇㅇㅇ 요양원>


"어머님께서 저녁부터 열이 나기 시작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서요... 병원으로 모셔야 할 것 같습니다."
"네, 바로 가겠습니다."


엄마는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고, 중환자실로 들어가셨다. 불과 일주일 전, 폐렴으로 입원하셨다가 기적같이 완쾌되어 다시 요양원으로 돌아갔는데... 그렇게 빨리 다시 병원으로 오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 순간, 면회는 금지되었다.


며칠 후, 10분간의 면회 시간이 허락되었다.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니, 엄마의 몸에는 수많은 주사 바늘과 기계들이 달려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가슴이 무너져 내리고, 눈물만이 흐를 뿐이었다. 눈을 뜨지 못하는 엄마의 귀에 대고 나는 속삭였다.


"엄마, 사랑해... 정말 사랑해... 미안해... 미안해..."


아직 나누지 못한 말들이 많아서였을까? 엄마는 며칠 후 일반실로 옮겨지셨다. 비록 말을 많이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나마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나는 엄마의 귀에 다시 속삭였다.


"엄마, 사랑해. 정말 사랑해."
"다음엔 비행기도 타고, 배도 타고, 여행도 많이 다니자."
"엄마 딸로 살아서 행복했어. 그리고 내 엄마가 되어줘서 정말 고마워."


사실 우리는 여행을 간 적이 없다. 비행기든, 배든 함께 탄 적도 없다. 젊을 때는 아이들 키우느라 바빴고, 나는 나름대로 내 삶에 쫓기며 엄마와의 시간을 놓쳤다. 그리고 철이 들 무렵, 엄마는 이미 아프셨다.


엄마는 늘 나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이곤 하셨다.
"딸, 사랑해."


오늘도 엄마를 잠시 보고 돌아서려는 순간,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가 내 등 뒤로 스쳤다.


"잘... 살아."


엄마와 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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