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겨울 하늘. 뿌연 미세먼지가 내 마음처럼 하늘에 뿌려지고 차가운 바람은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병원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려, 무거운 발걸음으로 횡단보도를 향해 걸었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계신지 벌써 일주일째. 의사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십대로 보이는 소녀가 수면바지 차림에 얇은 잠바를 입고 작은 케이크를 들고 있었다. 그 옆에는 중년의 여성이 서 있었는데 손에는 계란 묶음이 들려 있었다.
"엄마, 너무 사랑해." 소녀가 갑자기 말했다.
중년 여성은 놀란 듯 딸을 바라보았다.
"왜 갑자기 그래?"
"그냥. 난 엄마가 너무 좋아."
"아이고, 우리 딸."
그녀는 목에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풀어 딸의 목에 두르며
"추운데 왜 이렇게 나왔어? 감기 들면 어쩌려고."
그 순간, 나는 갑자기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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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야, 학교는 어땠어?" 엄마가 물었다.
"그냥 그래." 나는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배고프지? 개떡 만들어놨어."
식탁 위에는 검은빛이 도는 떡이 놓여 있었다. 엄마는 그걸 '개떡'이라고 불렀다. 보기엔 별로였지만, 맛은 천국이었다.
"엄마, 이거 진짜 맛있어!" 나는 입 안 가득 떡을 물고 말했다.
"그렇게 맛있니?"
"응, 엄마가 만든 건 다 맛있어."
"으이그~~"
하면서 내 볼을 잡고 좋아라 하시던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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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자, 모녀는 팔짱을 끼고 길을 건넜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병원으로 향했다.중환자실 문 앞에 서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엄마..."
나는 침대 옆에 앉아 엄마의 손을 잡았다. 차갑고 힘이 없었다.
"엄마, 기억나? 엄마가 만들어준 개떡... 정말 맛있었어. 그맛은 영영 잊지 못할거야. 엄마,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나는 엄마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아마 엄마도 다 듣고 좋아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