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부모님 사이의 갈등은 나에게 늘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분들의 다툼은 단순한 부부싸움에 그치지 않았고, 결국 이혼이라는 큰 결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시간이 흘러 내가 결혼을 하면서 부모님은 다시 재결합했지만, 두 분의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모습이었다.
나에게는 늘 헌신적인 두 분이었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언제나 냉랭하고 날카로운 모습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어른이 되어 부모님의 복잡한 감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자식으로서 그 시절을 견디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내 아이들이 어릴 때는 부모님 사이의 갈등이 잠시 가라앉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갈등은 다시 깊어졌고, 나는 더 이상 그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이어갈 수 없었다.
당시 이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지금과는 달랐다. 특히 나이가 들어 황혼 이혼을 결심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부모님은 다시 이혼하셨고, 엄마는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양로원에서 지내게 되셨다. 그곳에서 엄마는 또래의 할머니들과 함께 생활하며 오랜만에 진정한 평안을 찾으신 듯했다.
아빠의 간섭과 잔소리, 폭언에서 벗어나셨기에 몇 달에 한 번 찾아뵐 때마다 엄마의 얼굴은 언제나 평온하고 안정된 모습이었다.
엄마는 내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 지금이 너무 행복해.”
그러나 인생은 정말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엄마가 느끼신 그 짧은 행복은 한순간의 넘어짐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 사건은 엄마의 삶을 완전히 뒤바꿨고, 나에게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부모님의 관계를 지켜보며 자란 내 경험은 나에게 씁쓸한 교훈을 안겨준다. 우리는 모두 행복을 원하지만, 그 행복이 영원할 수는 없다. 인생의 아이러니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와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