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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성미 Aug 11. 2024

3. 빚진 시간들

연년생으로 아들 둘을 낳았다. 큰 애를 키우기도 전에 작은 애가 태어나면서,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할 일은 끝이 없었다. 보다 못한 부모님이 나의 집 근처로 이사 오셨고, 작은 아이가 돌이 될 때까지 키워주셨다.     

작은 아이가 세 살쯤 되었을 때, 나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육아는 오로지 엄마에게 떠넘기기 일쑤였다. 엄마는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엄청 힘드셨을 텐데도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늘 웃으며 손주들을 정성스럽게 돌보셨다.     


그때 나는 약간의 보수를 챙겨드리면서 얼마나 생색을 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엄마는 친척집에서 일을 하며 늘 쭈그리고 앉아 계셨기 때문에 무릎이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손주 둘의 간식부터 씻기는 것, 놀이까지 소홀히 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나는 원하던 일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 둘을 낳고 학교에 다니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엄마, 아빠의 뒷바라지 덕분이었다.     


부모님은 늘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나는 참 무심한 딸이었다.     


순간순간 왜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았을까? 왜 당연하다고만 생각했을까?


부모는 정말 자식에게 무조건 다 퍼주는 약자가 아닌데 말이다.     


엄마가 되면서, 그것도 아주 늦게 엄마를 이해하게 된 나는 참 바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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