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학교가 끝나면 가방을 집에 던져놓고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친구들과 놀았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쯤, 나도 집으로 갔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나를 엄마가 화난 얼굴로 맞이했다.
“그렇게 친구가 좋으면 집에는 왜 들어오니?”라고.
어린 마음에 엄마가 왜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철이 들면서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엄마는 외로웠고, 나를 그리워했던 것이었다. 아빠는 늘 일 때문에 늦게 들어오셨고, 자식이라고는 나 하나뿐이었다.
지금처럼 여성들이 취미 생활을 즐기거나 소일거리를 찾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엄마는 외로웠고, 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친구처럼 나누고 싶었지만, 나는 그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했다.
방과 후 집에 오면,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간식, 특히 개떡을 만들어서 기다리고 계셨다. 나는 그 떡을 개눈 감추듯이 먹고는 쏜살같이 밖으로 나갔다.
학창 시절에는 잦은 이사로 인해 집과 학교를 늘 버스로 다녀야 했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엄마는 친척집에 다니며 파출부 일을 시작하셨고, 우리 모녀가 함께하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었다.
어릴 적 엄마와의 애틋한 추억이 많지 않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