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도 살아내는 것인지도
학교는 그냥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부모님은 자식을 걱정하고, 선생님은 매일 뭔가를 다짐하며, 학생은 노는 게 제일 좋다고 말합니다.
특히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애매한 학교는 묘하게도 많은 이야기가 끼어들 자리를 남겨놓죠.
너무 커서 서로 얼굴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너무 작아 다 들킬까 봐 눈치만 보게 되는 것도 아닌, 그런 ‘적당히 피곤한’ 크기랄까요.
어쩔 땐 누군가는 학교에서 존재감을 팍팍 내고 싶어 합니다.
또 어떤 날은 선생님이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곤 하죠.
그럴 땐 뭐, 한숨도 나오고, 속으로 “이게 내 일이었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조용히 자기 자리 지키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분들, 분명히 계십니다.
희망은 거기서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학교를 도저히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은 참 안 죽습니다.
마치 잡초처럼요.
한 번 뽑았나 싶어도, 다음 날 아침 복도 구석에서 또 고개를 듭니다.
“여기요~ 아직 안 끝났어요~” 하고요.
그 생명력, 놀랍지만 은근히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 희망의 원천은, 아이들입니다.
“선생님~” 하고 손 흔드는 아이 하나에 마음이 스르륵 풀리고,
“오늘 머리 예뻐요” 같은 무심한 인사 한 마디에 하루가 환해지죠.
(물론 머리는 그대로인데…)
학교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엉망이고, 때로는 고요한 전쟁터 같죠.
하지만 희망이 자라기엔 이만한 흙은 또 없습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질긴 잡초 같은 생명력,
우리는 그 희망에 슬며시 기대어 매일 출근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또 하루를 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