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아이와 엄마를 만났다
친구들과 워터파크를 처음 가는 막내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잠귀가 밝은 나도 아이가 이 방 저 방을 종종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머리는 지끈거리고 눈꺼풀은 무거웠지만, 아이가 만들어 내는 온갖 기척에 귀는 쫑긋 세워져 있었다.
그러다 “아, 배고파!” 하는 소리에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벌떡 일어났다. 아무리 피곤해도 아이의 ‘배고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남편의 ‘배고파’는 짜증을, 아이의 ‘배고파’는 모성애를 일으킨다. 계란 프라이, 무생채, 오렌지 반쪽, 물 한 잔. 고작 그 정도 차림이지만 아이는 맛있게 먹는다. 배고픔 앞에서는 반찬투정도 사치다.
식사를 마친 아이는 빈 그릇을 싱크대에 가져다 물에 담근다. 몇 년 동안 누나, 형의 ‘교육’을 받은 덕분이다.
“밥그릇이랑 숟가락, 젓가락은 부엌에 가져가서 물에 담가놔!”
엄마인 나보다 누나와 형이 더 무서울 때가 많다.
그런데 아이가 입고 있던 옷을 거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다.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잔소리를 꾹 삼키고 속으로 열을 센다.
잠시 후 옷걸이를 가져와 옷을 정리하는 아이를 보며, 말하지 않길 잘했다고 혼자 웃는다. 다 챙긴 아이를 배웅한 뒤 커피를 내리려 부엌으로 향했다.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더니 아이가 다시 들어와 방으로 쏜살같이 들어간다.
“왜 다시 온 거야? 뭐 빠뜨렸어?”
“아뇨, 가방 바꿔가려고요.”
허 참…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 순간, 막내 나이만큼의 내 시절이 떠오른다. 친구 만나러 가는 날이면 거울 앞에서 몇 번이고 옷을 바꿔 입던 나, 그 모습을 보고 혀를 끌끌 차던 엄마의 얼굴. 잊고 있던 내 안의 아이가 불쑥 고개를 내미는 순간, 젊었던 엄마의 모습이 함께 겹쳐지고, 코끝이 시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