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일어난 일
학교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아무리 매일 아침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하교 전 다시 당부해도, 아이들은 늘 쉬는 시간마다 뛰어다닌다.
무엇이 그리 급한 걸까. 특히 복도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때마다 주의를 주지만, 눈앞에서 보일 때뿐이다.
오늘도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교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여자아이가 숨을 몰아쉬며 외쳤다.
“선생님, 큰일 났어요. 선우가 지금 1층 복도에서 뛰다가 넘어졌어요. 지금 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체육관에서부터 전속력으로 뛰길래 제가 뛰지 말라고 했는데도..."
여학생 두 명은 선우가 어떻게 넘어졌는지 설명하다가 직접 가서 봐야 한다며 다시 교실밖으로 나갔다.
갑자기 작년에 일어났던 일이 생각나 등골이 오싹했던 나는 급히 복도로 나갔다. 여학생들도 계단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걱정 반 호기심 반 표정으로 우르르 몰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뒤따라가며 아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계단 아래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여학생들이 바닥에 불편하게 앉아 있는 선우 모습이 자기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웠나 보다. 더구나 선우도 여학생들을 향해 웃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아닌 웃음소리가 나서 약간 마음을 놓은 나는 웃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고 곧 5교시가 시작되니 교실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그러는 중에 보건 선생님이 휠체어를 가져왔고 아이에게 일어날 수 있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글쎄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엉덩이뼈가 아픈 것 같기도 해요. 아, 제가요. 미끄러졌거든요. 그냥 잘 멈출 줄 알았는데 계단 아래 물기를 못 봤어요.”
평소 말이 많은 선우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느라, 일어서느라, 바지에 묻은 흙을 터느라 꽤 산만했다. 다행스럽게 많이 다치지는 않아 보였고 본인도 계속 괜찮다고 했지만, 보건 선생님은 선우에게 혹시 모르니 휠체어에 앉으라고 했다. 머쓱한 표정으로 선우는 보건 선생님 말씀을 따랐다.
보건실로 가서 보니 선우는 왼쪽 팔꿈치 부분이 약간 쓸려 있었다. 보건 선생님이 그곳에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 중에도 선우는 계속 자신이 넘어진 이유를 설명하느라 애를 썼다.
“진짜 제가요, 멈추려고 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몸이 잘 안 따라주더라고요.”
“그랬구나, 이만하길 다행이다. 앞으로 복도 통행할 때 조심해야겠구나.”
보건 선생님은 아이를 진정시키면서 치료를 마저 끝냈다.
교실에 들어오자 아이들이 몰려들며 선우에게 괜찮냐고, 너 그러다 방과후 할 수 있겠냐고, 저녁에 태권도학원에 갈 수 있겠냐며 물어보기 시작했다.
"응, 괜찮아. 괜찮아."
선우는 밴드를 붙인 왼쪽 팔을 들어 올리며 씩 웃었다.
수업이 끝나고 하교하는 데 선우가 갑자기 아이들에게 들으라는 듯 혼잣말을 크게 중얼거렸다.
“아, 이제 절대 뛰면 안 되겠다… 정말 앞으로 꼭 명심해야지.”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생각한다.
'평소에 안전사고에 대해 입이 닳도록 말해도 자주 잊어버리더니 오늘 선우가 의도치 않게 다쳐서 크게 놀랐구나. 그래...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백교수가 불여일경험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