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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잰 Feb 02. 2024

[길:제주 올레 올래?] 코스 07 (2)

  깜짝이야. 이 매력적인 제주에 왜 썩은 섬이지? 생각했다가 '강정마을회와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안내해 놓은 것을 보고 이해했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인데 섬 앞에 바다로 유입되는 민물로 인해 바다생물도 없고 이 지점으로 들어온 고래들이 안타깝게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죽어 나간 적이 많았다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지금은 '서건도'로 불린다. 걷기가 아니었다면 보지 못하고 지나쳤을 것들이다. 걷기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낀다. 


  '서건도'를 지나면 '올레요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간단히 요기를 할까 생각했었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아쉽지만 패스~

여기서 중간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제주의 바닷길을 따라 계속 걷는다. 제주가 '삼다도'라더니 바람이 장난 아니다. 게다가 맞바람을 계속 맞으면서 가니 마치 내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전진하는 한 명의 전사'가 된 듯하다. 바람에 몸이 흔들리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걸어간다. 식당이 나올 때까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니 허기가 몰려온다. '올레요 쉼터'를 통과했어서 어디 먹을만한 곳이 있을까 했는데 '켄싱턴 호텔'쪽으로 나가니 식당들이 제법 보인다.  우리의 선택은 얼큰한 짬뽕. 짬뽕은 지난밤 한잔으로 인한 속도 달랠 겸 최고의 메뉴인 것 같다. 국물이 정말 얼큰하다. 나중에 이 근처 지나가시는 분들께 추천하고 싶다. 둘 다 만두를 넘 좋아해서 군만두도 주문해 보았는데 군만두는 그냥저냥. 짬뽕은 훌륭하다. 강력 추천!!!

홍쉐프 중국집

  둘이 함께 하는 여정이어서 혼자 갈 때보다는 사진도 덜 찍게 되고 사색의 시간은 줄어들지만 서로를 알아가는 그런 맛이 또 있다. 둘 다 만두 좋아하고 얼큰 짬뽕 좋아한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제주도 맞바람도 두렵지 않다. 다시 신발끈 챙겨 묶고 길을 나선다. 여기부터는 종착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강정마을을 통과하니 어느새 고지가 눈앞이다. 

여기가 그...강정마을이다. '구렁비야, 일어납서'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112237
고지를 눈앞에 두고 월평교 설치로 인한 우회길 진입. 이번 여정에서 나의 소중한 발을 지켜준 폭신폭신 등산화와 폭신폭신 양말.

  우회로로 들어서면 제주 농가길을 만나게 된다. 농가길 사이사이를 요리조리 걷다 보니 어느새 7코스 종착지에 도착했다. 

월평 아왜낭목 버스 정거장과 7코스 종점

  넘 뿌듯하고 기분 좋다. 이번에도 2코스 클리어! 같이 했던 동행도 제주올레의 매력에 푹 빠진 모양이다. 다음에 남편이랑도 오고 싶다고 하니 소개한 사람으로서 흐뭇하다. 이렇게 또 하나의 작은 목표를 달성하고 제주 바닷길의 냄새와 바람과 풍경을 온전히 눈과 가슴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한결 깊어지고 커졌다. 뿌듯함을 가지고 이제는 서울로 복귀할 준비를 해야 할 때다. 아왜낭목 정거장을 오른편에 두고 100미터 정도 걸어 오른쪽 골목 그리고 다시 좌회전하면 제주 공항으로 향하는 600번 버스 정거장이 있다. 거기서 600번 버스를 타고 시간 여유가 좀 있으니 중간에 쉬리 촬영지 겸 여러 차례 정상회담을 했었던 곳을 들르기로 했다. 정거장명은 '파르나스 호텔'인데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한 '킹더랜드' 촬영지라고 한다. 듣고 보니 로비가 진짜 그 로비인 듯하다. 그리고 이 호텔의 야외풀이 그렇게 유명하다던데 다음에 함 와봐야겠다. 


  '쉬리의 언덕'은 제주신라의 정원인데 파르나스 호텔 쪽에서 걸어 올라가면 금방 찾을 수 있다. (제주신라에서는 투숙객 외에는 진입 못하게 되어 있다고 어디서 읽은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여기서 바라보는 일몰이 기가 막히다고 한다.   

쉬리의 언덕

  좀 더 머무르며 일몰을 즐기고 싶었지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항공사에서 나의 예약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어쩐지 모바일 체크인이 계속 안 되고 문자도 일절 없기에 이상하다 했다. 예약한 항공권 플랫폼 직원이 약 1시간에 걸쳐 답을 찾았다. 공항에 가서 직접 체크인을 하면 된단다. 왜 어플에서 발견이 안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조속한 문제해결을 하겠다고. 나는 오늘 서울만 보내 주면 된다고 나름 여유 있게 전화를 종료했다. 하지만 인파가 몰리거나 또 공항에서도 안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어렵게 얻은 종이 탑승권! 종이 탑승권 정말 오랜만에 본다. ^^;;;

  공항에서 느긋하게 이른 저녁 먹고 온 김에 한라산도 좀 사면서 시간을 보내며 건강정보를 열어 보고는 많은 걸음수에 흐뭇해한다.

저녁식사 @진고복, 한라산@공항 면세점 옆 편의점에서만 판매, 귀여운 감귤 카드지갑@공항 면세점


  이번 여정은 둘이 함께 했기에 또 색다른 여정이었다. 나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고 또 즐긴다. 타인들은 나를 보고 정말 활달하고 사회적인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실은 매우 내향적이고 차가운 사람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마음의 틈을 만들고 곁을 내어 함께 한 1박 2일이 내게는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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