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루잰 Feb 03. 2024

[길:제주 올레 올래?] 에필로그

혼자 또는 같이

  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거나...

혼자 하거나 아주 가까운 가족들과 갔고 아니면 내가 기획해서 인솔하는 행사로 진행했었다. 이번처럼 굳이 내가 진행할 일도 아니면서 가족도 아닌 지인과 함께 가본 것이 내 기억으로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같이 걸을 때도 있고, 보폭이 달라질 때는 간격이 벌어질 때도 있었지만 서로 편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걷거나 때로는 나란히 걸으면서 감상을 나누기도 했던 이번 시간은 참 특이했다.


  같이 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시간의 최대 범위는 얼마쯤 될까? 분명한 것은 한참의 호흡을 넘기면서도 서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색함이 없는 이 현상은... 내가 곁에 사람이 있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구나라는 것이다. 비단 이번에 함께한 분과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웬만해선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사람이다. 대외적으로는 매우 활달하고 경쾌하고 말도 잘 하지만 나의 내적 공간은 잘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길은... 나의 내면을 조금씩 열어보았던 시간이어서 내게는 의미 있었다. 천천히 얼음을 녹여내는 느낌이랄까. 길위에서는 그런 에너지가, 그런 용기가 채워지나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길:제주 올레 올래?] 코스 07 (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