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또는 같이
길을 걷거나, 등산을 하거나...
혼자 하거나 아주 가까운 가족들과 갔고 아니면 내가 기획해서 인솔하는 행사로 진행했었다. 이번처럼 굳이 내가 진행할 일도 아니면서 가족도 아닌 지인과 함께 가본 것이 내 기억으로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
같이 걸을 때도 있고, 보폭이 달라질 때는 간격이 벌어질 때도 있었지만 서로 편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걷거나 때로는 나란히 걸으면서 감상을 나누기도 했던 이번 시간은 참 특이했다.
같이 있을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시간의 최대 범위는 얼마쯤 될까? 분명한 것은 한참의 호흡을 넘기면서도 서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색함이 없는 이 현상은... 내가 곁에 사람이 있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구나라는 것이다. 비단 이번에 함께한 분과의 문제는 아니다. 나는 웬만해선 곁을 잘 내주지 않는 사람이다. 대외적으로는 매우 활달하고 경쾌하고 말도 잘 하지만 나의 내적 공간은 잘 허용하지 않는다.
이번 길은... 나의 내면을 조금씩 열어보았던 시간이어서 내게는 의미 있었다. 천천히 얼음을 녹여내는 느낌이랄까. 길위에서는 그런 에너지가, 그런 용기가 채워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