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는 날이다. 약이 다 떨어졌기도 하고 그동안의 경과보고 겸 약 조절 겸.
요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 내가 두려워하는 6월이 다가오고 있어서 그런 듯하다. 나는 6월에 항상 제일 힘들고 그게 괜찮아지려면 가을이 되어야 하던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쉽게 좋아지지는 않는다.
6월에 뭐가 있냐고 물으면 나도 모른다. 그냥 6월은 나에게 항상 재수 없는 달이고 기분이 꽝인 달이다. 그나마 장마라도 오면 좀 낫고. 더워지는 시기라서 그런가? 나는 더위를 무척 싫어한다.
어쨌든 오늘 의사 선생님과 그런 이야기들을 했다. 별 일 아닌 것에 자꾸만 짜증이 난다고 말이다. 그럴 때 있지 않나, 아무 일도 아닌데 그동안은 괜찮던 일이 짜증부터 나는 경우.
선생님은 나에게 다른 사람의 우울이나 불안과는 조금 다른 성향이라는 얘길 하셨다. 물론 이것도 제가 그렇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서 겨우 얻어낸 결과이다. 의사 선생님은 대체로 내 얘기를 들으시지 진단명을 내려주시지는 않는다. 어쨌든 오늘 알게 된 것은 내 병은 뿌리가 아주 깊어서 성향이 되어 있는 경우라는 것이다. 성향이 쉽게 변하는 게 아니 듯 내 병은 그것과 밀접한 어떤 것.
결론은 병원에 오래 다녀야 한다는 말이다. 혹은 평생일지도 모른다.
6월에 나쁜 일이라면 지금까지 셀 수도 없이 많다. 6월만 되면 기분이 나빠서 연인과 헤어지거나 짜증이 나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마침 아버지 기일까지 겹친다. 아주 골고루 재앙이다. 아, 재앙은 좀 심한가. 어쨌든 나한테는 그만큼 안 좋은 일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6월에만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유독 6월에 생기는 일들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만큼 나에게 버겁다는 의미이다. 같은 걸 겪어도 내가 견딜 힘이 없는 상태가 6월이다.
그래서 지금은 메가리카노를 시켜놓고 크로플을 먹고 있다. 먹는 걸로라도 내 기분을 좀 돌려놓아야겠다. 아,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약 성분 중에 살찌면서 기분을 조절하는 약이 포함되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처음에는 조금 놀랐다. 여기서 살이 더 찔 수 있다니. 그것도 약 때문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하지만 그것은 곧 긍정 사고로 대체되었다.
이제부터 찌는 살은 약 때문인 것으로. 그러니 잘 먹고 잘 자자. 그 시작은 많은 양의 커피부터이다. 물론 정신질환에 카페인은 좋은 영향이 있기보다는.... 여기까지만 얘기하겠다. 특히나 카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는 사람은 더 그렇지만 그래도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긴 하니까 그걸 바라보며 커피를 마신다. 남들은 하루에 열 잔도 마신다는데 나는 고작 한 잔인데 뭐 어때? (물론 1리터짜리 커피지만) 그래도 나름 몸 생각한다고 연하게 시켰다.
몸에 안 좋은 커피는 마시면서 와중에 몸을 생각해서 연하게 시키는 것. 그게 인생의 아이러니 아닐까.
병원에 다녀오면 아무리 좋아졌다는 말을 들어도 기력이 없어지고 기분이 다운된다. 내가 병원에 다녀야 한다는 자체 때문인지 아니면 어쨌든 그것도 활동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그냥 기분이 별로다.
그래도 난 오늘을 살아야 한다. 기분에 따라서가 아니라 살아 있음으로 살아야 한다. 커피를 마시고 나니 삶의 의지가 좀 생긴다. 그래 인생이란 이런 거지.
아이러니한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 사는 것. 그것이 이번 생의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