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두 가지 생각이 싸운다. 대체로 극단적인 생각들로 싸운다. 이 질병의 병증 중 하나이다.
하나는 이대로 다 끝내고 싶은 나. 하나는 아파서 그런 거니 약을 먹고 자자고 하는 나.
둘이 얼마나 치고받고 싸우는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머리가 띵할 정도이다. 아프지 않은 사람이면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이고 아픈 걸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나의 병을 인지할 정도의 정신은 있어서 나는 속으로 갈등한다.
아프면 하는 생각들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나는 쓸모없고 세상에 믿을 사람 없고 내 미래는 허무하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 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 없게 된다. 그래서 그냥 이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젯밤 그런 생각들 속에서도 이건 아파서 하는 생각이다, 가짜 생각이다 하면서 꾸역꾸역 약을 먹고 자리에 누웠다. 아무도 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몇 번이나 나를 죽이는 작업이 내 안에서 계속된다. 약을 먹고 누워서도 끙끙 앓는다.
나는 왜 이런 병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고생하나 생각한다. 아마 나를 보고 있으면 그냥 자려고 누워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베개를 꼭 쥐어본다.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신호이다. 그래, 그래도 살아봐야지. 약발이 도는 시간 30분. 30분만 버텨보자고 그렇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누워서 딴짓을 한다.
딴짓을 할 정신이 되냐고 물으면 뭐라도 해서 생각을 멈추고 싶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다. 나는 주로 sns를 하는데 아플 때는 그 내용들이 암울한 생각들로 가득하다. 나중에 보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창피할 정도이다. 그래서 당연히 그 계정은 비공개이다. 단지 악을 쓰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물론 기분이 좋으면 또 거기에 주접이란 주접은 다 떨고 있다. 재밌는 드라마를 본다거나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혹은 일상에서 웃겼던 일들이 적힌다.
그러다 보면 이제 생각이 멈추면서 잠이 솔솔 온다. 대체로는 내가 언제 자는지도 모르게 까무룩 잠이 든다. 이런 생활이 일주일째. 6월의 저주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다만 나아진 것은 이런 생각을 보통 4시부터 시작해서 짜증이 나던 것이 약을 추가하고는 저녁 8시부터 시작한다는 점일까.
그래도 약이 없다면 이 마저도 되지 않고 하루 종일 누워 있을 거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나마 감사하며 아침을 맞는다.
내가 살아있음을 감사하는 시간도 아침이다. 2주 전만 해도 약을 먹고 있으면 하루 종일 평범하게 보냈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에너지를 쓸 데 없는 데다가 허비한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혼자 추측하고 의심하고 앓는데 시간을 다 쓴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팔이 부러졌는데 계속 무리해서 팔을 쓸 수도 없고. 쉬엄쉬엄 조금씩 내 속도로 나아가는 수밖에. 남들은 하루에 몇 가지 일을 하고 사는지는 몰라도 나는 그리 많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뭐 하나 하면 지쳐서 누워야 되고 또 어딜 다녀오면 힘들어서 끙끙대고 그러다가 또 무기력해지고 살기 싫어진다. 아마 거기서 그대로 일을 억지 진행하면 병이 악화될 것이다. 겨우 약 먹으면서 버티고 있는데 더 악화시킬 수는 없다.
나약해 보인다. 내가 나를 봐도 툭하면 쓰러지는 꼴이 우습다. 남들도 그렇게 볼 거라고 생각한다. 약하고 게으른 사람. 근데 이걸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니. 사는 거 참 힘들다.
그래도 어제 그렇게 하루를 버티고 오늘 아침은 안녕하다. 또 조금씩 굴러가는 나에게 감사하기도 하다. 괜히 집을 청소해본다. (나는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조금 깔끔해지니 내가 뭔가 이룬 거 같은 기분도 든다. 나 그래도 오늘 좀 움직였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다. 그럼 또 sns를 켠다.
오늘 나는 안녕합니다. 여러분도 안녕하신지요? 인사를 건넨다.
듣는 이도 없지만 안부를 물으며 나는 또 하루를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