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필요한 것은 카페인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출근을 해서 커피를 마시겠지만 나는 눈을 뜸과 동시에 출근이다. 주부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물론 가족들이 깨기 전까지는 출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언제 일어날지 조마조마하면서 타 먹는 커피란 얼마나 맛있는지.
보통은 집에 있는 날이 휴일이겠지만 엄마에게는 집을 나가는 시간이 휴일이라고 해야 할까. 가끔은 집이 아닌 장소에서 푹 쉬다가 오고 싶다. 그게 나에게는 휴일로 느껴진다. 집에 있는 시간은 오히려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늘 자리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내가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집안일을 하기는 하지만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일도 병행하기 때문에 남들처럼 온 정성을 쏟아서 집안일을 할 수는 없다. 집안일만 하는 나는 내가 아닌 거 같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나의 주 업무이고 나머지는 부수적인 일로 느껴진다.
근데 요즘은 생각을 좀 바꿨다.
어쨌든 나는 주부이고 집안일은 꼭 해야 하는 것들이므로 이것을 주 업무로 생각하고 작가로서의 일은 아주 조금 뒤로 미루기로. 정말 아주 조금. 나는 글을 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많이 미룰 수는 없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도 분명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아주 미룰 수 없으니 즐기기로 했다.
물론 온전히 즐기지는 못한다. 나는 집안일 자체를 즐기지 않으므로.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즐겁게 하는 것 같다. 깨끗해진 집의 산뜻함이라든지, 깨끗한 싱크대를 보는 것, 잘 정리된 옷이 만족감을 주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전에는 이런 것들이 왜 뿌듯한지 전혀 알 수 없는 영역에 있었다면 지금은 그래도 조금은 만족하는 공간으로 옮겨 왔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만큼의 만족은 주지 못한다.
천상 글을 써야 사는 사람인가 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마음속에 응어리 같은 것이 자꾸만 맺힌다. 잘 쓰든 아니든 나는 글을 쓰는 것이 좋다. 특히 아침에 카페인을 충족하면서 쓰는 글이 가장 좋다. 베스트셀러의 작가라도 된 기분이다.
그 기분을 충분히 즐기고 나면 주말에는 늦잠을 자는 잠꾸러기 식구들이 하나씩 일어난다. 딸은 엄마가 있는 곳까지 이불을 끌고 나오고 남편은 핸드폰을 하면서 누워있다. 늘 아침의 첫인사는 하나이다.
"일어났어?"
이제 하루를 시작할 것인지 묻는 것으로 인사를 마친다. 그리고 늦은 아침이자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해 준비를 한다. 내가 할 때도 있고 배고픈 남편이 할 때도 있다. 주로 남편이 한다. 나는 아침을 잘 안 먹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아침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라서 먹을 사람이 준비하는 것이다. 남편이 아침을 차리면 아이와 둘이 먹는다. 나는 역시 아침은 거르는 편이다. 내가 차려도 마찬가지이다.
내킬 때만 조금 아침을 먹고는 보통은 과자 같은 걸로 때우고 만다.
건강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커피 정도면 아침이 충분하다.
카페인 중독인 모양이다. 하루라도 카페인이 안 들어가면 잠이 깨질 않는다. 그렇다고 매일 사 마실 수는 없으니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말고는 집에서 카누로 타마신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물론 그게 불만족이면 나는 다시 커피를 사러 나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이스 아메리카노이다.
얼죽아라고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근데 이건 좋아해서 마시는 게 먼저가 아니라 뜨거운 것을 못 마시는 것이 먼저이다. 나는 뜨거운 것을 잘 마시지 못해서 식혔다가 마셔야 하는데 이 식히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힘들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신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사람이 하다 보면 좋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집안일과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나에게는 그런 것이다.
오늘도 시작은 커피였고 식구들이 일어나자 집안일을 시작하는 평범한 루틴이 반복되었다. 때로는 특별함보다 이렇게 익숙한 것들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 그렇게 오늘을 활기차게 시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