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주세요

by 루카

전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전화가 싫다. 엄마나 친구들과도 전화를 잘 안 하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전화를 해야만 하는 순간들이 온다. 그러면 나는 긴장해서 땀부터 난다. 전화 내용은 별 거 아니다. 그냥 인터넷 신청이나 문제 상황을 알리는 정도의 전화이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는 것도 나에게는 너무 큰 일이라서 용기백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간혹 전화를 좋아하거나 예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나는 결례를 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전화 한 통이면 될 일이지만 나한테는 그저 전화 한 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게 힘들여 가면서 전화를 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은 그래도 세상이 나아졌다. 전화로 배달을 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내가 내 돈 주고 배달을 시키는데도 전화를 필요로 했던 시대에는 나는 차라리 나가서 사 오는 쪽을 택했다. 그 길이 멀다면 안 먹고 마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어플만 켜면 결제까지 되고 배달원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음식을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택배도 그렇다 택배원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물건을 받을 수 있다. 물론 관련해서 전화가 오는 경우에는 역시나 긴장한다.


이런 것을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지만 나는 사람 대면하는 것도 전화하는 것도 싫다. 그런데 연락하고 지내는 것은 좋아해서 종일 친구들과 문자로 수다를 떤다.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그냥 문자로 연락 달라고 말한다. 그것이 편하고 좋다. 감정 섞인 목소리들이 싫은 걸까? 아니면 오는 부탁들을 거절 못해서 부담이 되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모르겠다.


어쨌든 나처럼 전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내가 전화를 줄기차게 받아야 되는 때도 있었다.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만큼의 전화를 받는 업무를 했을 때였다. 그것도 모두 좋은 일로 하는 전화 거나 질문을 하는 전화가 아니라 대치 상황에서 싸우는 일이었다. 대부분 전화를 거는 분들은 그때의 나보다 지긋하신 분들이었고 나는 그 사람들에게 거절을 계속해야 하는 지리한 싸움. 그때 욕을 하도 먹어서 나는 장수할 것이다.


당시에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천식까지 왔다. 사람이 너무 싫은 일을 참고 계속하면 몸에 병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이다. 결국 그 일은 그만두게 되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멈추지 않을 것 같던 기침이 멈추었다.


그러한 경험까지 더해져서 나는 전화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사람이 되었다. 전화만 하면 땀이 나고 중언부언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다 지난 일인 것을.


어쨌든 이 글을 보는 나의 지인들은 부디 일이 있으면 전화가 아닌 문자를 해주길 바란다. 문자를 보낸다고 해서 내가 예의 없게 생각하거나 혹은 서운해하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전화를 걸지 않는다고 그대들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서는 늘 안부를 묻고 있다는 사실도 같이 알아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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