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루틴을 만드는 법

by 루카

누룽지를 좋아한다. 그 만드는 시간까지도.


일단 밤을 프라이팬에 넣어 얇게 펴고 물을 자작하게 넣은 후 구워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다. 40여분을 기다리는 것, 그 시간이 중요하다. 실제로 누룽지가 눌게 되는 시간이다. 앞에 일들은 그저 준비에 불과하다.


우리의 삶의 일도 이와 같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준비를 다 했지만 때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일들.


나는 나의 병이 하나의 기다림과 같다고 생각한다. 누룽지를 만드는 것처럼 서서히 나아가는 병.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간들을 버텨야 하고 불 조절을 잘하면서 조금씩 바라봐주면 되는 일 아닌가 한다.


습관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하는 것처럼 나의 병도 한 번에 나아질 수 없음을 인식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집에서 키우는 구피가 새끼를 낳았다. 배는 진즉 불러 있었는데 새끼는 이제야 낳은 것이다. 앞으로 한 두 마리 더 낳을 예정으로 보이는 배를 보고 있지만 보고 있는 동안에는 새끼를 낳지 않는다. 이 역시도 기다려야 한다. 어미의 배가 까매지도록 기다렸다가 한 마리씩 나오는 것을 봐야 하는 것이다.


기다림을 요하는 일들이 많다.




살을 빼는 것도 그렇다. 지금은 약에 살이 찌는 약이 들어가 있어서 서서히 찌고 있지만 오늘부터 운동을 조금씩 해보려고 한다. 그동안 원체 운동을 안 했으니 체력이 좋을 리도 없다. 오래 운동을 할 수 있지도 않을 것이다. 조금씩 하다 보면 늘겠지라는 마음으로 스텝퍼 위에 다시 서봐야겠다. 이번에는 2주만 열심히 해보자.


일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계획을 짧게 잡는 것이 좋다. 그래야 지키기도 쉽다. 나의 미라클 모닝도 이제 인증 3일이 남은 것을 보면 2주 정도의 계획을 짜는 것이 좋아 보인다. 주말에는 좀 쉬어주기도 하면서. 그럼 스텝퍼 하는 것도 2주로 짧게 잡고 시작을 해보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집에 작심삼일 10번만 하고 일본어 공부하자는 내용의 책이 있다. 아, 나는 일본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꾸준히라는 것은 그만큼 힘든 것이어서 그 책을 골랐다. 작심삼일이 10번이면 한 달이다. 한 달만 꾸준히 해보는 것도 좋을 거라는 판단에서 책을 샀다. 아직 시작 단계라서 결과를 말할 수는 없지만 책의 내용은 그만큼 알차다.


뭐든지 해보는 것, 시작하는 것이 어렵고 그다음 어려운 것이 유지하는 일이다. 나는 일단 10분짜리 일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 10분만 매일 하는 일이 있다는 것. 10분씩 2주를 하는 것이다. 일상의 규칙도 그런 식으로 잡아서 몸에 습관을 들이는 방법이다.




내가 오늘부터 이 루틴을 만드는 것은 7시에 일어나는 일, 그리고 스텝퍼, 일본어이다. 하루 한 시간씩 할 생각도 없다. 그냥 10분만 하기로 한다. 그래도 꾸준히 하려면 10분은 해야 된다. 각자의 시계가 다를 것이다. 하루에 1시간은 해야 루틴이 잡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짧은 시간으로 잡아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각자에 맞게 시간을 정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아침에 글 쓰는 것도 하나의 루틴이다. 매일 쓰는 글들은 글이 아니라 하소연이거나 일기에 불과해서 이런저런 말들을 주절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드는 중이다. 뭐라도 쓰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라는 마음이다.


이렇게 오늘도 오늘의 규칙을 만들어 지켜간다. 그것이 쌓여서 나의 병을 낫게 해 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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