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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 May 07. 2021

엄마 미안해

"엄마 미안해."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본다. 아니, 눈치는 훨씬 전부터 본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건 근래에 들어서이다. 


"미안할 일 아니야. 엄마한테 안 미안해도 돼."


그렇게 말해도 매번 미안하다고 한다. 내가 기분이 나빠 보이거나 화가 났을 때, 입을 꾹 닫을 때면 어김없이 말한다.


"내가 엄마 기분 나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대부분의 일이 아이 때문에 기분 나쁜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가 표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아이는 사과를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미안해하며 산 것일까? 내가 눈치라도 줬나 생각해본다.


난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다. 우울증에 기인해서 그럴 때도 있고, 생각이 많아져서 굳은 표정일 때도 있다. 그것을 아이가 다 구분하기는 힘들 것이다. 나는 그때마다 말해주지만 아이의 표정이 쉽게 밝아지지 않는다. 어쩐지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언제나 웃으면서 생활하던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알 것도 같다. 아이는 생각보다 엄마의 감정 파악에 빠르다.


"네가 미안할 일 아니야. 엄마가 잠깐 생각 좀 하느라 그래. 기분 안 좋은 줄 알았구나?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하지 않아도 돼."


이런 변명들을 해본다. 아이는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다.


"엄마가 생각하느라 표정이 안 좋았던 거야? 무슨 안 좋은 일 생각했어?"

"아니, 그냥 다른 생각."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 기분 위주의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내가 아이를 미안한 아이로 키우고 있는지 반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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