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괜찮습니다

by 루카

우울증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

우울증 유전..


매번 그런 기사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덜컹거린다. 혹시 내 아이도 그럴까 봐.

좋은 것은 못 줘도 나쁜 건 주면 안 된다고 엄마라면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자신의 안 좋은 것을 아이가 닮는 것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아이가 괜찮은지 알아보고 싶어 했던 마음으로 심리 상담 센터에 갔다.


일단 가정의 배경을 알아야 한다며 가족들에 대해, 나에 대해 물으셨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지금 조울증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고 있다고. 선생님은 그런 질문을 시작으로 아이가 그로 인해 엄마한테 집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혹시 아이 앞에서 자해를 하시거나 자살시도를 하셨나요?”

“아니오.”


그런 질문이 나를 너무 아프게 했다. 내가 그런 적은 없지만 누군가는 아파서 했을 행동이고 나도 장담할 수 없는 행동이라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돌았다. 아이가 그런 것을 보게 된다면 얼마나 상처가 클까. 나는 아이에게 내 병으로 인한 상처는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 덕분에 사람들이 아이에게 잘해준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것은 순전히 내 불안에서 시작된 행동이었다. 엄마로서 부족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픈 것과 아이가 별개이길 원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질문들에 솔직하게 털어놓아야 했다.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야 했다.


병원에 "저 상담치료를 받아 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물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아직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을 만큼의 힘이 없어요."라고 하셨다. 상담을 시작하면 나의 바닥까지 들여다봐야 하는데 그것이 힘들 거라고, 조금 더 약을 먹어서 치료한 후에 하자고 하셨다. 정말이었다. 아이 때문에 가정환경을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지쳐서 쓰러질 것 같았는데 만약 상의하지 않고 상담에 들어갔으면 나는 생활을 할 수나 있었을까? 아직은 이르다는 선생님의 얘기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내 다음은 아이의 상담이었다. 나는 아이가 혼자 들어가서 선생님과 잘 대화할 수 있을지, 엄마가 없어서 불안해하지 않을지 걱정했다. 하지만 그건 내 걱정에 불과했고 아이는 상담을 잘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엄마인 내가 다시 소환되었다.


“일단 아이가 우울증의 영향을 받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굉장히 자기 주도적인 성격이네요.”


그 얘기를 듣고 일단은 안심을 그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아이가 우울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잘 들어줬는데 그것이 과했던 모양이다. 물론 종종 듣는 이야기 이기는 했지만 나는 내가 그렇게 아이에게 강박적으로 다 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이가 엄마한테 집착하는 건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어서예요.”


선생님의 결론이었다. 아이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나와 있으면 자기 세상이라서 그렇단다. 그 말을 들으니 어찌나 웃기던지. 그리고 아빠랑 상의해서 교육을 다시 점검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면 대부분 아이에게 영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안 좋은 말을 많이 한다. 물론 그것이 걱정해주는 거라는 걸 모르지는 않는다. 엄마는 온전해도 아이에게 늘 죄책감을 가지고 사는데 그런 아픔까지 있으면 얼마나 노심초사 아이는 괜찮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많아져 버린다. 신경도 더 예민해진다. 아이에게 늘 웃는 모습을 가장하게 되니 훈육도 잘 안 된다. 내가 그런 상태였다. 그런데 아이들은 엄마가 어떻게 해도 상처를 받고 어떻게 해도 알아서 씩씩해진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도 주변에서는 나와 아이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한다. 엄마가 온전하지 못해서 애가 일찍 철이 들었다거나 애가 엄마가 휙 떠날 거 같아서 집착한다거나, 등등.


하지만 예상과 달리, 아니 오히려 역효과로 나의 아이는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조금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리 집 아이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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