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나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방법을 알아 가는 것

by 루카

‘어떻게 하면 행복할까? 과연 행복이란 것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행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편이다. 사람이 어떻게 동화처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고 말할 수 있을까. 나에게 행복은 엄청난 것,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 때는 전교 1등을 한다거나 좋은 대학을 간다거나 하는 것들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행복은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행복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냐 하면, 그냥 남들만큼 했다.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쩐지 행복은 잡을 수 없는 높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마 내가 생각했던 전교 1등이라는 것을 이루어냈다고 해도 나는 행복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울 수는 있겠지만 내가 즐거워하고 바라는 것과 괴리가 있었다.


그럼 행복이란 무엇일까? 네잎클로버는 행운이고 세잎클로버는 행복이라는 말을 가지고 있다. 세잎클로버는 다수의 클로버이고 간혹 돌연변이로 생기는 것이 네잎클로버이다. 그래서 네잎클로버는 행운이라고 말한다. 행운은 정말 우연히 운이 따라주는 특별한 일이다. 그럼 행복은 수많은 세잎클로버처럼 도처에 널려 있는 것은 아닐까? 엄청 특별한 것은 아닐지라도 소소하게 일상에 있는 것이 행복은 아닐까?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쉽게 하지만 현실에서 자각하지 못한다.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고 싶은 것이 더 많고 거기에 행운까지 바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나 또한 그렇다. 행운이 와서 로또가 당첨되기를 바라면서 일상에 가지고 있는 것들은 둘러보지 못했다. 일상에 특별히 행복할 일이 뭐가 있냐고 묻는다면, 예전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행복하지 않았으니까. 나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안다.

나는 가볍게 걷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걸으면서 좋아하는 노래까지 들으면 금상첨화다. 이럴 때 행복하다. 행복이 상대적인 것은 아니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글라스를 끼고 최대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 앉아서 눈을 감고 바람을 맞으며 음악을 듣는 것도 좋아한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도 개운하게 해주는 느낌이다. 그리고 최근에 알게 된 것은 내가 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영어 가사 같은 거 하나도 모르는데 그냥 그 어감이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음악 자체도 미디움 템포를 좋아하니 그 둘이 합쳐지면 더 좋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을 때, 나를 위해 내가 뭔가 하고 있을 때 나는 행복하다. 그리고 소리 내어 말해서 구체화시킨다.


“와~ 진짜 행복해.”


그러고 나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된다. 평범한 일상들이 행복한 일상으로 갑자기 변한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나는 또 행복할 일상의 것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물론 아플 때는 그런 것을 찾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일상이 어둡고 힘겨울 뿐이었다. 특별하기는커녕 너무 평범해서 지겨웠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고 했던가. 내가 보는 시각을 아주 달리 해보니, 이제는 일상이 행복이 되어버렸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평이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가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상이 일상이고 늘 똑같은 일의 반복이라고 여겨서 모든 게 일로만 느껴졌다. 습관처럼 집안일을 떠올리면 노동적인 면만 떠오르고 거기서 무슨 재미를 찾고 행복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나에게 모든 일은 귀찮고 힘든 것이었다. 그런데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고 나니 좀 재밌다가 나중에는 이렇게, 나 행복하다, 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단기간에 말이다. 30여 년을 인생을 고행처럼 살아오다가 행복을 느끼니 그 감회 또한 이루 말할 수 없다.


처음 시작은 설거지였다. 나는 설거지를 무척 싫어했다. 음식 먹고 남은 찌꺼기를 처리하는 것도 접시를 닦아서 말리는 일도 귀찮았다. 그리고 약간의 결벽이 있어서 손에 이물질이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장갑을 끼고 하면 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장갑은 나에게 거추장스러운 또 하나의 이물질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불현듯 설거지를 하기 전에 노래를 틀었다. 흔히 말하는 노동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는 사이에 설거지가 끝이 났다. 하지 않고 쌓아둔 양이 상당히 많았는데도 그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걸 느낀 것이다. 처음에는 이 것이 거짓말 같아서 다시 시험해 보았다. 역시나 즐거웠다. 설거지 거리가 더 없는지 찾게 될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방법을 조금 바꾸면 내가 즐겁게 일을 할 수 있고 집도 깨끗해질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내가 치우기를 싫어해서 그렇지 어질러져 있는 걸 아주 잘 견디는 성격은 아니다. 결혼 전에는 어지르는 사람도 없었고 어질러져 있어도 금방 제자리를 찾아가니 내가 손을 댈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늘 어지러운 집이 나에게는 고통이었다. 치우면 되는데 ‘남이 어지른 것’이라고 좁게 생각하니 더욱 하기 싫었다. 그리고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마음도 컸다.


나의 최대 난제였던 설거지를 음악과 함께 해결하고 나니 다음은 그나마 나았던 청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물건을 일단 한쪽으로 다 밀어서 버리지 않은 것들을 쏙쏙 빼내고 다 버리는 작업은 뭔가 통쾌하기까지 했다.

엄마가 살림이 재밌다고 하는 게 이런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다. 마냥 내가 살림이랑 너무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았다. 단지 나에게는 잘해야 한다는 기대치와 부담감이 있었는데 그 이상을 실현하지 못해서 살림이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남들은 깔끔하게 잘만 하던데 나는 왜 안될까를 생각하니 더 하기 싫어지는 마법. 하지만 생각을 바꾸고 환경을 조성하고 나니 마법은 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를 위한 시간을 조금씩 가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처음이 조금이라도 걸어보자 였다. 나는 거의 붙박이장 수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덕분에 공부할 때는 도움이 되었는데 붙박이는 살림할 때는 완전히 불필요한 능력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움직여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목적이 없이 걷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일단 아이를 유치원에 버스를 태워 보낸 후 바로 들어가지 않고 일찍 문을 여는 커피숍까지 걸어가서 내가 좋아하는 흑당 버블 밀크티를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 집에 있다가 해가 좀 기울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그냥 그게 전부였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시키지 않고 걸어서 사러 가는 것. 아주 먼 거리도 아니고 주차장을 대각선으로 걷는 정도의 것.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오히려 기분이 좀 가라앉으면 맛있는 걸 먹어서 풀어야겠다며 또 그렇게 밖으로 나갔다. 물론 돈은 좀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밀크티와 아이스크림으로 내가 나아지는 길이 열린다면 그 정도 값은 비싸지 않았다. 그것을 두 달 정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음료를 사서 돌아오는데 그냥 들어가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을의 시작이었다. 나는 여름보다는 선선하거나 시원한 걸 좋아해서 인지 바람을 좀 맞고 싶었다. 그래서 공원 벤치에 앉아 음료를 마셨다. 갑자기 내가 광고 모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피식 웃었다.


그 후로는 음료를 들고 내가 편한 장소를 찾게 되었다. 이것이 일상이 특별해진 하나의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제는 음료값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조금 줄여보자는 생각과 더불어 이렇게 하는 방법 말고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나에게는 엄청난 발전이었다. 밖으로 나가길 그렇게 싫어하는 내가 밖에서 뭘 할 생각을 하다니.


나는 소음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낳기 전에 항상 이어폰을 꽂고 다니던 것이 생각났다. 음악은 필수처럼 몸에 달고 살았던 기억. 아이를 낳고 나서는 아이의 소리를 들으려고 빼놓았던 것을 다시 집어 들었다.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의 목록을 골라 벤치에 앉아서 가을바람을 맞으며 노래를 들었다. 진짜 바쁘고 여유롭지 않은 사람이 누리기엔 사치라고 느낄 정도의 여유였다. 10분이면 지겨워서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가 있었다. 그래서 알았다.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좋아하는 행동을 반복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장소도 내가 더 좋아할 만한 곳을 골라 갔다. 남들 좋아할 만한 곳은 많이 찾아봤지만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찾아본 것은 나에게 굉장히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해냈다. 여기저기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찜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시끄러우면 다른 장소로 가면 되니까 딱히 내 자린데, 하는 소유욕도 없었다.

그러다가 항상 듣는 노래 말고 다른 음악이 듣고 싶어 졌는데 요즘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 놓은 리스트를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둘러보았다. 마침 책을 읽고 있었는데 ‘독서하면서 듣기 좋은 팝’이라는 목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냥 틀었다. 바람은 선선했다. 책을 읽으려는데 어쩐지 집중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눈을 감고 그냥 음악을 들었다. 딱히 집중을 한 건 아니었는데 듣다 보니 마음에 드는 음악이 속속 나오는 것 아닌가. 그래서 알게 되었다. 나는 잔잔한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하고 천천한 분위기를 즐긴다는 것을.


그렇게 일상에서 재밌는 일들이 늘어났다. 설거지를 하면서 노래를 듣고 청소는 빗자루로 쓱쓱 밀어서 버리지 않을 것은 빼고 왕창 버리고 가득 찬 쓰레기통은 되도록 빨리 비우고 산책을 하다가 앉아서 음악을 듣고. 그게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 주었다. 혼자서 자꾸 행복한 일을 찾다 보니 일상이 점점 행복해졌다. 널려있는 세잎클로버처럼 일상의 많은 것이 행복해졌고 즐거웠다.


여하튼 일상에서 특별한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은 즐거웠다. 많은 책에서 나를 위한 일을 하라고 하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체험해보니 ‘이거다’ 하는 감이 왔다. 나는 작년보다는 조금 더 행복해졌다. 아니, 몇 달 전보다 지금이 행복하다. 물론 여전히 행운이 오기를 행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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