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렵지만 소중한 일상

by 루카

내가 정신과 몸이 아픈 동안은 알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은 많이 알아가고 있다. 일상의 즐거움 같은 것. 아이가 장난을 치면 같이 장난을 치고, 웃으면 같이 웃고, 또 힘들면 울기도 하고. 이런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내가 여기까지 오기는 너무 힘이 들었다. 약을 먹으면서 버티기만 하는 세월이 벌써 몇 년이고 이제야 생각을 조금 다르게 할 수 있게 된 정도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거 안돼.”


나는 딸아이를 훈육할 기력도 없었고 내가 아프다는 이유로 아이가 영향을 받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가르치지 않고 모든지 해주려고 했다. 아픈 엄마 밑에서 부족하게 자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가르치지 않은 아이는 점점 이기적이 되어간다는 정설에 따라 나의 아이도 고집이 세지고 예절이 엉망이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하기 힘들던 안된다는 말, 위험하다는 말이 이제는 가능하게 되었다. 아이와 싸우는 것도 기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그런 기싸움에서 무조건 항복하고 해주는 엄마가 있었다면 이제는 7살 아이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일들에서 예외가 없다. 밥 먹여주지 않고, 혼자 옷 입고 벗고, 냉장고에서 우유나 요구르트를 꺼내 먹는 일. 이 정도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나는 아이의 말에 늘 가져다주고 입혀주고 먹여주었다.


“나는 엄마가 해주는 게 제일 좋아. 그게 가장 특별해.”


그 말에 속은 것일까 아니면 그저 “네가 해봐.”라는 말이 힘들어서 아이와의 실랑이를 피한 것일까. 둘 다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지금은 그 정도의 생기가 생겨서 아이와 다투기도 하고 가르치기도 하고 적절히 물러나 주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기력이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나에겐 너무 놀라운 변화이며 감사였다.


남들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나에게는 이제야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에 따른 어려움도 많다. 하지 않던 것을 하려다가 무리하면 체력이 금방 바닥난다거나 아니면 감정 조절이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런 것은 이제 병원에 다니며 꾸준히 치료하면 될 일이다. 그곳에서 나는 희망을 보았다. 남들에게 평범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는 이제야 찾아온 소중하고 행복한 일상이 되었다.


얼마 전에는 남편이 우리 가족 외식을 하자며 자기가 봐 둔 곳이 있다고 했다. 이전의 나는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집에서 시켜먹자고 하는 사람이었다. 나갈 준비하는 것 자체가 힘에 부쳤는데 어쩐지 요즘은 나가는 것이 신나고 기뻤다. 그래서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고기를 구우러 갔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를 양껏 먹고 그 해가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너무 예쁘고 아름다웠다. 우리 가족이 이렇게 나와서 웃으며 사진 찍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행복하고 좋아서 오는 길에 좀 눈물을 흘렸다. 사람이 행복해도 울 수 있다는 걸 겪어본 첫 번째 일이었다. 힘들고 어려워도 눈물을 참던 내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고 예쁜 풍경을 본 것만으로 감사하고 행복해서 눈물을 흘리는 날이 올 줄은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이런 소소한 것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작은 일들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최근에는 노래를 들으며 하는 설거지가 즐거웠다. 무언가 깨끗하게 닦는 일은 마음을 닦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내 마음이 너저분하다고 느껴지면 음악을 틀고 설거지를 했다. 그런 것들도 작지만 소중한 일이었다.

물론 아직도 쉬운 것보다는 어려운 일이 많다. 가끔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힘들고 잠을 아직도 잘 자지 못하거나 갑자기 현기증이 난다거나 하는 일들도 있다. 그리고 상황들이 안 좋을 때, 신경 써야 할 일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나는 여지없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나를 흔드는 바람에 계속 넘어져 엎드려 있지 않은 것은 이제 조금은 나아졌다는 신호가 아닐까? 물론 이러다가 다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을 즐기기로 했다. 가장 소중한 시간 지금.


그런 것을 깨달아 가는 것이 나에게는 기쁨이고 행복이다. 현재 코로나로 밖으로 많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집에서 가족들과 할 수 있는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가진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것을 가져본 일이 별로 없어서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잠깐 이상에서 눈을 낮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주변에 감사하고 행복을 찾는 일을 해보기를 권한다.


정말 식구들이 같이 밥 먹는 일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 작은 것에 행복하라는 말을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픔은 비교급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