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푸른 밤하늘의 삐뚤어진 야경을 스치듯 관음 했다. 1분도 지켜볼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쓸쓸한 자정을 홀로 맞다, 침대에 드러누워 케이블 영화 채널을 입력했다.
웬 빤스 입은 남자랑 여자냐?
철 지난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이었다. 눈 작은 인형처럼 생긴 홍콩 여배우가 젊은 시절 유덕화 곁을 쌍둥이처럼 걷는다.
유덕화의 빤스 같은 반바지와 대칭을 이루는 미니스커트가 참 잘 어울린다 생각했는데, 잠시의 흐뭇했던 미소가 올드패션의 옛 기억이 깊숙히 담긴 폴더 속에서 장만옥을 발견했다.
남자 배우와 키나 몸집이 비슷했던 우리 젊었던 시대의 Femme Nostalgia, 장만옥이었다.
나는 중학생 시절 일본 영화와 드라마에 흠뻑 빠졌었다. 고등학생 시절 광풍처럼 몰아쳤던 홍콩의 각종 시리즈 영화에 모두가 열광했지만, 그 흔했던 영웅본색도 보지 않았다. 물론 소피 마르소도 내겐 역외의 흥미였다.
갑자기 심취했던 헤비메탈과 하드락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는데 혈안이었다. 주말마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들어보지도 못했던 이름이지만 테이프 디자인이 헤비메탈처럼 보이기라도 하면 긁어 사 모았다. 지금처럼 들어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이나 배려가 없던 투박한 아날로그적 상업행위가 헤비메탈 테이프를 내다 파는 가게 주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극장 앞을 줄지은 나또래의 남녀들이 흔했고, 페인트칠처럼 어색하게 극장 지붕 밑을 가득 채우던 포스터 간판이 '너도 들어 와봐?'라고 귓가를 속삭이는 듯했다.
어쩌다 그때 봤던 몇 되지 않는 영화가 '열혈남아'와 '폴리스스토리'였다. 유덕화와 함께 한 장만옥, 그리고 성룡과 함께 한 장만옥. 같은 얼굴이지만 분위기와 눈빛이 달랐던 장만옥이 '열혈남아'에서 너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