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촌놈 출신 서울 주민이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서울 사람이 된다는게 큰 성공의 초석을 다진 양, 어깨가 저절로 춤을 췄다.
우리 학창 시절에 공부로 날고 긴다는 애들은 거의 대부분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우리 때는 지방 의대를 다니느니 최고 학부의 공대를 선호하는 자존심이 득세했다. 그래서 한동안 병원을 가도 진료 결과를 의심하는 조롱병이 있었다. 지금이야 그러든 말든 관심도 없지만.
촌놈이 서울에 올라와 사회계층의 특이점을 발견했다. 많이 배우고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부류에 섞일수록 촌놈 출신들이 늘어났다. 동네 어귀에 이웃사촌은 서울 태생이 다수인데, 일로 만나면 하나같이 촌놈들이다.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어디서 들어본 특목고나 지방 비평준화 고등학교 출신들이다.
성공하고자 서울까지 상경한 촌놈들, 게다가 명문대를 졸업하거나 사회적으로 유명해진 경우. 촌놈은 급격한 성공의 향유를 시도 때도 없이 체감하고 싶어 진다. 혹시라도 다시 추락하지 않을까, 남들이 나의 성공을 납득하지 않는 게 아닐까, 은연의 심연 속에선 프로이트의 자아와 페르소나가 격렬히 전투를 벌인다.
성공한 나는 정의를 위해서 생각하고 나의 용기는 공익을 위해 발휘되고, 나의 애정은 사랑이며 박애이다. 그래서 바쁜 내가 정의와 공익에 힘 쏟기도 바쁜데, 주변 사람들에게라도 행복을 주려는 희생정신으로 그들에게 애정을 건네준다.
이게 성공한 촌놈의 애정, 사랑, 그리고 박애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엔 비난과 비방이 전부이다. 애정어린 마음으로 내 곁에 있을 특권을 줬는데, 가로 막힌 장벽이었고 노예였다고 말한다.
정말 '딸'같아서 어루만졌더니 성추행이라고 울음을 터트렸다고 말한다. 모두가 환호하는 나만의 속살같은 속옷을 보여줬더니, 공포와 두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나는 분명 사랑을 억지로 베풀었는데. 나를 치욕스럽게 모욕한다. 더 이상의 이 세상 미련이 없다. 나는 세상으로부터 배신당했다.
입으로 말하는 페미니즘에선 나의 지식과 언변을 따라올 사람이 없을거다. 하지만 내게 여성과 펨은 나의 지성, 명분, 정의를 보여주는 소재에 불과하다.
나의 성정체성은 어릴적 훔쳐본 포르노 속의 거대남으로 일탈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품는 여자는 쑥쓰러워하면서 당연히 환호할 것이다. 그리고 난 포르노 매력남처럼 그녀들에게 멋있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선 다들 나를 성추행범이라 부른다. 사랑을 베풀어봐야 배은망덕으로 아무 소용이 없다. 인생 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