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서로를 빨아들이다
[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용산역에 먼저 와 기다리던 영교를 뒤따라 만난 타츠야는, 거친 흡입기처럼 영교의 혀를 냉큼 삼킨 다음 있는 힘껏 빨아들였다. 껍데기만 남긴 영교를 자신의 몸속으로 몽땅 삼켜 넣고 싶었다. 경성역에서 내리는 기차표 두 장 값으로 10전을 치른 뒤 역 구석의 나무의자에 엉덩이를 포개 앉아 서로의 혀를 남김없이 삼키며 경성역행 기차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오 분 정도의 시간은 타츠야와 영교를 적시고도 남았다.
이등칸 좌석을 버리고 일부러 입석 손님으로 가장해 연결 칸으로 자리를 옮겼다. 열차 문을 등지고 주저앉은 영교 앞에 타츠야가 엑스자로 열차 문 위를 덮쳤다. 경성역까지 걸린 이십 분 동안 기차 쇳소리에 리듬을 맞추어 타츠야는 낮고 긴 신음을 숨겼다. 그리고 허리는 미동하지 않으려 사지에 온 힘을 바짝 주었다.
영교는 젖 먹던 힘까지 토해 내며 타츠야를 삼켰다. 기적소리와 차장의 확성기 안내 소리가 점점 커져왔지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으려는 둘의 집착으로 하마터면 개망신을 당할 뻔 했다.
아슬아슬하게 경성역을 내린 두 남녀는 인력거를 바로 잡아 신마치 입구의 요시와라로 향했다. 인력거는 갖은 애를 써 가며 울퉁불퉁한 길 위를 빠르게 달렸고 타츠야의 왼쪽 가슴 위에 얹은 영교의 손끝은 가느다란 미동으로 떨고 있었다.
어깨 위로 얼굴을 파묻은 영교를 걱정스레 타츠야가 바라보자 영교는 뒤집어진 반달 눈웃음을 포근히 지어 보였다. 오른손으로 그의 귀를 가리며, 앞의 인력거꾼이 아무 말도 듣지 못하도록 얼굴을 들어 올렸다.
"나. 자기에게 줄 선물이 있어"
일본어 발음이 약간 들어간 조선어로 영교가 사분 내를 풍기며 말했다. 타츠야가 대답 없이 웃어 보이자 영교는 인력거 앞의 좌우를 살피면서 기모노 속 다리를 벌렸다. 치마 속으로 한 손을 집어넣고는 눈을 감은 채 무언가를 한참 동안 아래에서 조몰락거렸다. 그녀는 분칠이 묻는 줄도 모르고 타츠야의 가슴 위로 얼굴을 파묻었고 긴 신음소리와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거센 날숨 소리를 뱉었다.
이내 촉촉이 젖은 눈물이 기뻐 보이는 눈망울을 더 크게 보이도록 고개를 든 영교는 타츠야의 품속으로 미끄러지며 타츠야의 입술로 촉촉하고 달달한 무언가를 밀어 넣었다. 허니 시럽과도 같은 끈적한 촉감은 달달함을 느끼도록 각인된 착각일 테지만 입술 위로 미끄러져 들어간 그것은 시큼한 향을 콧속으로 내풍겼다.
타츠야는 이내 그것이 영교의 몸이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자기가 사랑하는 내 몸에 넣어 재운 매실이야”
영교는 쉽게 말을 꺼내고도 이내 부끄러웠는지 타츠야의 가슴팍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흐뭇한 마음에 영교의 뒷머리를 쓰다듬다 영교의 몸에서 나온 매실을 눈으로 기억하고 싶었던 타츠야는 다시 뱉어내 매실의 점 하나 티눈 하나까지 자세히 보고 기억했다.
무슨 일인가 살짝 고개를 돌려 본 영교는 타츠야가 귀히 쥔 매실을 보자 더욱 부끄러워 타츠야의 가슴 아래쪽까지 얼굴을 파묻어 내려갔다. 타츠야는 신마치의 요시와라까지 매실 겉 영교의 체액과 매실 속 영교의 자궁을 상상하며 조금씩 조금씩 핥아먹었다.
그런 그를 사랑하며 아래쪽으로 얼굴을 더 내려간 영교는 그를 약올리다 감싸주기를 반복했다. 그날 밤, 밤의 눈동자처럼 생겼던 달만이 이들의 행각을 눈치챌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