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요시와라 궁전 결혼식
[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7월에 벌어진 지나 토벌 작전에 조선군 19사단과 20사단이 단독으로 출정했다. 도쿄 본영에서 호된 질책이 뒤따를 것이며 이로 인해 2개 사단이 다시 조선으로 복귀하리라 세간은 예상했다. 하지만 지나를 토벌하러 간 20사단은 결국 돌아오지 않았고 조선군이 사라진 용산 일대는 먹고 살 일이 막막해졌다.
경성 신마치는 군인보다 돈 많은 민간인 손님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아 타격이 적었다. 경성 유곽은 지나 토벌 이전과 다름없이 손님과 유녀들로 흘러넘쳐났고, 그 속에 타츠야와 함께 온 영교도 있었다.
에도 시대 최대 유곽 촌이었던 요시와라와 같은 이름을 사용한 신마치의 요시와라는 다다미 4장 반짜리 방이 80개에 달하던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타츠야는 영교를 위해 한 달어치 객실료를 선불로 계산했고, 첫날밤 게이샤 열둘을 불러 둘은 혼례를 치렀다. 객실 네 개의 칸막이를 빼내어 넓은 공간을 만들고 세상에서 가장 음탕한 혼례식을 치렀다. 혼례 하객처럼, 혼례식을 축하할 연예인들처럼, 공식적이지 않은 혼례의 효력을 몇 번이고 확인하려는 것처럼, 게이샤 열둘을 빼곡히 앉혔다.
타츠야는 여느 신랑과 달리 요시와라 여주인의 기둥서방에게 유카타를 얻어 입었고 영교는 도쿄에서 도망칠 때 챙겨 온 월화의 유녀 기모노를 입고 첫 신부처럼 단장했다. 다리 낮은 술상에 차려진 도자기 술병 속 청주를 늙은 게이샤가 혼례주 삼아 따라주었고 타츠야는 일본식 축하의 박수를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 짝”하고 큰소리를 울려 치며 합장했다.
축하 박수가 끝나기 전에 늙은 게이샤의 곁눈 짓에 나머지 열하나의 게이샤들이 샤미센과 코토를 콘체라토처럼 연주하며 노래하기 시작하였고 코츠즈미를 손에 든 늙은 게이샤는 타츠야에게 청주 한 잔을 더 따랐다. 이내 입 안으로 틀어넣은 청주를 영교의 입술이 닿기 전에 폭포수처럼 타츠야가 쏟아 냈다. 떨어지는 청주 폭포는 이내 둘의 입술이 닿으면서 산산이 부서졌다. 흘러내린 청주를 훑어가며 빨아먹던 타츠야의 혀놀림에 영교는 이내 흰자위를 드러냈다. 열두 명의 게이샤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눈동자의 갈색 빛은 타츠야와 영교의 몸으로 고정되었다.
타츠야 혀와 손이 치러 준 첫날밤 의식에 만족하던 영교는 머리에 꽂은 비녀 두 개를 빼들어 타츠야의 손에 쥐어 주었다. 비녀 머리를 영교에게 살포시 밀어 넣으며 영교의 유녀 오비를 끝까지 당겼다. 이내 신혼 밤의 이부자리가 만들어졌다. 비녀 머리는 영교를 영겁으로 흥분시켰다. 이내 타츠야가 비녀 머리를 대신하자 비녀 머리는 영교의 입 속으로 향했다.
용산옥 3층 끝방에서 들리던 샤미센의 변주가 그날 밤 요시와라에서 열 하나의 콘체라토로 변형되었다. 테스의 눈을 피해 몰래 연주하던 원조 샤미센 연주자 영교는 게이샤들에게, 더 크게 노래 불러, 더 세게 쳐야 해, 라면서 신음 섞인 명령어를 곡조에 같이 태웠다. 열세 줄 짜리 청아한 코토의 줄 튕기는 소리가 방 안 구석까지 퍼지면서 강한 칼날처럼 날카로워졌고 그 칼날은 숨이 다해 명맥만 잡고 있던 정숙함과 수치심을 사정없이 난도질했다.
한바탕 질척한 질액을 쏟아낸 영교는 가장 어려 보이는 게이샤에게 곁에 오라는 손짓을 했다. 한 달어치 깔 세를 미리 낸 타츠야에게 잘 보이려던 늙은 게이샤가 어린 게이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는 수 없다고 체념한 어린 게이샤는 제 몸만 한 샤미센을 옆에 두고 발목만 치켜올린 종종걸음으로 영교의 벗은 몸 곁으로 다가갔다.
영교가 어린아이의 손목을 홱 낚아채며 자신의 왼 가슴으로 그 아이의 작은 손을 갖다 얹었다. 흰자위만 남게 가냘프게 뜬 두 눈으로, 애무해 봐, 라고 중얼거렸다. 타츠야는 껄껄껄 거리다가 어린 게이샤에게 테스와의 결혼 예물반지를 빼 내 냉큼 던져 주었다. 그러자 발치에서 바라보던 시기심 많아 보이는 게이샤 하나가 얼른 달려와 낚아채었고 이를 놓친 어린 게이샤는 반지를 잡지 못한 두 손으로 영교의 가슴을 애무했다.
"저 반지는 제 거예요, 제게 저 반지 주실 거죠?"
울먹이기 시작했다. 네가 날 이렇게 기쁘게 해 주는데 당연히 저 반지는 네 것이지, 라며 영교가 두 눈을 감은 채 아이를 달래 주자 시기심 많은 게이샤가 이내 영교에게 그녀의 혓바닥을 집어넣었다.
산부인과 낙태 수술을 하는 의사처럼 한참을 영교의 아랫도리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게이샤는 입술 주변에 고기 기름칠이라도 한 것처럼 번질거리며 고개를 쳐들었다.
"마님, 제가 먼저 잡았고요, 제가 마님을 더 기쁘게 해 드리잖아요"
영교의 대답이 필요 없다는 듯 다시 고개를 처박았다. 자신의 손이 부끄러웠는지 어린 게이샤는 깊은 환각에 빠져 대답 없는 영교를 힐끔 쳐다보다 뭔가 결심이라도 한양 다시 한번 되돌아 다른 게이샤들을 쳐다보았다.
결심을 굳힌 듯 어린 게이샤는 영교의 손에 꽉 지어져 있던 비녀의 머리를 자신에게 집어넣었다. 그리곤 자신의 절정 어린 흥분을 영교 가슴을 주무르던 작은 손으로 고스란히 전달했다. 어린 게이샤의 손맛 어린 애무와 시기심 많은 게이샤의 혓바닥이 이끄는 오르가슴은 유명 지휘자의 오케스트라 명연주처럼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다, 다, 당, 당신두 해 봐"
영교는 헐떡이는 숨을 찾지 못해 간단한 문장을 잇지 못했다. 타츠야는 영교 허벅지 옆에 팔꿈치를 대고 누워 시기심 많은 게이샤가 영교를 빠는 얼굴과 어린 게이샤의 아랫도리에 까맣게 돋아난 털들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나머지 게이샤들 방향으로 몸을 튼 뒤, 재떨이 바닥에 담배 끝을 비벼 지지고는 청주 잔에 남은 두어 방울을 꽁초 끝으로 조준해 떨어뜨렸다.
"할멈이랑 해, 여보"
영교의 짖꿎은 앙탈이 들렸다. 영교의 입에선 거친 날숨 소리와 가늘고 긴 신음소리 만이 울려 퍼졌지만 타츠야는 분명히 영교가 좀 전에 중얼거린 부탁을 똑똑히 들었다. 샤미센을 뜯던 늙은 게이샤는 장난스레 눈을 치켜뜬 타츠야를 보며, 나 같은 늙은 게이샤에게 별 게 있겠나, 싶은 어진 눈빛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을 거두기 전에 타츠야는 순식간에 늙은 게이샤의 허리 뒤로 뛰어 돌아가 그녀의 등을 바닥에 누르고 허리는 위로 틀어 당겼다. 며칠 전 영교를 접한 그때처럼 그들의 첫 만남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갈라진 엉덩이는 처지고 흘러 늘어진 살결 사이로 여성의 종적을 찾을 수 없었지만, 타츠야는 한두 번의 더듬거림으로 금세 자기 방을 찾아갔다. 흉년에 메말라 갈라진 대지 위에 우수수 떨어진 우박들처럼 흰 분이 불결하게 일어난 입술 위에 반만 그린 늙은 게이샤의 빨간 입술이 타츠야의 격한 몸짓이 더해질수록 동그라미 모양을 원형으로 맞추어갔다.
나 같은 늙은이에게 별 게 있겠나, 라던 체념이 환희의 기쁨으로 바뀌는 데 아주 짧은 시간으로 충분했다.
나머지 아홉의 게이샤들은 이내 하나둘씩 떼 지어 서로의 가슴과 온몸의 구멍을 핥기 시작했고, 그날의 혼례식장은 모두가 짐승이 된 태곳적 자연의 들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