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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절정의 사랑

[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by 아메바 라이팅

검푸른 새벽하늘 아래 주황색 동이 틀 무렵, 부산한 인력거 구르는 소리와 두부 장수의 귀를 찌르는 방울소리에 타츠야는 힘겹게 왼쪽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이내 무거운 천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눈꺼풀은 희미한 의식이 보이는 눈동자를 마저 덮었다.

선몽에서 계산한 시간이 오 분정도 흐른 뒤 어렵사리 두 눈을 가로 뜬 타츠야는 고개를 좌우로 한 번씩 그리고 위로 돌려 방 안을 둘러보았다. 깨끗이 정리된 방에는 그의 왼쪽 배에 왼손을 올려 잠이 든 영교만이 18장짜리 대형 다다미방을 채울 뿐이었다.

고운 밀가루 분 위로 바짝 마른 손바닥을 비비듯이 새벽녘에 곤두선 타츠야의 피부 위를 영교의 왼손이 마찰 없이 스치우고 지나갔다. 몸속의 정맥을 따라 유유히 노닐던 타츠야의 혈류가 잠에서 깨어나 봇물 터지듯 빠르고 강한 큰 파도를 일으키며 아래로 아래로 흘렀다. 물렁했던 연성이 딱딱한 강성으로 바뀌었고 이내 영교의 입에서 놀아나는 노리개로 변했다.

때마침 세숫물을 대야 큰 것과 작은 것에 담아 방문을 열고 들어오던 하녀 둘이 의심쩍은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길을 마주치지 않으려 고개를 피했다. 두 손바닥을 가릴 만한 크기의 잘 개어 온 수건 두 장을 큰 대야 옆에 두고 이마가 다다미에 닿도록 문안인사를 올렸다.

"잠깐만, 우리 마님이 지금 곧 바쁜 일을 끝낼 거야, 기다렸다 가져가거라."

완전히 하녀 쪽으로 돌아가지 않지만 성심으로 고개를 뒤로 돌린 타츠야가 하녀들을 타일러 기다리게 했다. 맨 얼굴의 허연 반투명 피부로 녹초가 된 영교가 타츠야의 가로누운 허리 위로 고개를 올리면서 하녀들에게 말했다.

"네들도 와서 해 볼래."

마치 진귀한 보석을 자신만이 발견한 양 하녀들에게 자랑했다.

"이리 와, 둘 다 이리 와, 오늘 일당은 내가 여주인에게 대신 치러줄게."

누군가 뒤에서 막내기로 밀어 밀려온 것처럼 잠시 주저하던 두 하녀가 간신히 타츠야의 등 뒤까지 옮겨왔다. 영교가 가로누운 타츠야를 밀어 눕히자 검붉은 홍두깨 같은 것이 영교의 타액으로 번질거렸다. 서른이 넘어 보이는 못 생긴 하녀가 먼저 다가와 향신료의 간을 보듯이 혓바닥 끝을 파르르 떨면서 주욱 내밀었다.


으음~~~,
낮고 짧은 신음을 삼키지 못한 타츠야가 하녀의 뒷덜미를 끌어당겼다. 한 번에 목젖까지 밀려들어갔는지 하녀가 두 번이나 헛구역질을 했다. 하지만 무슨 생각에서인지 이내 입술로 혓바닥으로 입속 공간을 조율하며 빠른 속도로 머리채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미친 피스톤처럼 흔들어대면서 머리 자락이 한 올씩 터져 나오다 이내 한 타래의 묶은 머리칼이 사방으로 터져 내렸다.

머리칼이 입속으로 들어갔는지 그녀는 잠시 멈춰 자신의 머리칼을 왼쪽 귀 뒤로 밀어 올렸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정리해 빼낸 뒤 다시 세찬 피스톤으로 돌아갔다.

“아, 아, 이빨, 이빨”

하녀의 무딘 치아가 사고를 쳤는지 타츠야가 크게 인상을 찌푸리며 아파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하녀가 놀라 고개를 쳐들며 말했다. 그 바람에 그녀의 입술 아래로 허연 물이 흘려내렸다.

타츠야와 영교는 요시와라의 여주인과 유녀들을 닥치는 대로 탐했다. 영교는 이들을 꼬드겨 끌어들이고 타츠야가 그녀들을 상대로 즐기는 애무와 섹스를 관음 하며 오르가슴을 느꼈다. 여왕벌과 반대로 타츠야를 위해 많은 여자를 꼬드기고 덫에 묶어 그의 품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츠야가 스스로 품을 수 있는, 스스로 만질 수 있는, 스스로 손을 뻗을 수 있는, 여자는 영교 밖에 없었다.

타츠야를 길들이는 영교의 사랑놀음이었다. 영교 앞에서 다른 여자를 취하는 타츠야의 섹스는 영교의 분신이 타츠야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고, 영교의 눈 밖 세상에서 타츠야가 사랑을 탐닉할 겨를과 정력은 대낮 한쪽 땅 위에 살짝 걸쳐진 희미한 달그림자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다. 완벽한 내 남자, 완전한 나만의 사랑, 영교는 더 이상 도쿄의 유녀가 아닌 여자로서의 그녀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는 제대로 찾았다 생각했다.

시월 말을 지나가며 요시와라 안에 타츠야와 몸을 섞어보지 않은 기모노와 저고리는 눈 씻고 찾을 수 없었다. 모두가 함께 한 타츠야는 만인 만녀의 생활에 꼭 거칠 통과의례였고 때에 따라 신입으로 들어온 하녀들이 스스로 그 의례에 참여할 정도였다. 한 달어치 치렀던 방값이 두 번째 선불 때 한 푼도 지급되지 않자 요시와라 여주인의 마음이 조금씩 불안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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