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화양연화 시리즈]
에이코는 사랑을 품팔이하며 유녀로 길들여져 살았다. 노기 중위에게 충분한 사랑을 베풀었고 다음 상대인 유타카에게는 그의 아픔을 사랑으로 치유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타츠야가 그녀에게 들어왔다.
영교는 타츠야를 받아들이기로 주저없이 결심했다. 다시는 도쿄의 유녀로 돌아갈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타츠야는 자신의 마지막 남자라고 단정했다.
나는 그를 영혼으로 내 깊은 곳에 묻으리라
영교의 심장에서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의 울림으로 그녀의 결심을 온 몸 곳곳으로 알렸다.
아침 시간이지만 밤새 접대한 손님들에게 해장거리 아침상을 올린 지도 벌써 1시간이 지났다. 용산옥 사람들이 어정쩡하게 비공식적인 휴식을 몰래 취하는 일과 시간이다. 타츠야는 속이 꽉 찬 물총이 되어 두 번을 연달라 영교를 저격했다. 요리 전 삶은 닭과 같이 높이 치켜든 엉덩이 아래로 마룻바닥에 얼굴을 떨어뜨린 영교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눈을 뜨지 못했다.
자신의 벌어진 유카타 자락보다 영교의 갈라진 기모노 치마를 얼른 두 손으로 헝클어 가렸다. 다시 기모노에 가려진 영교의 동그란 엉덩이는 커다란 기모노 색상의 보자기가 되었다. 타츠야는 오른손으로 움켜잡아 비튼 유카타 안으로 몸을 가렸다. 파란 하늘에는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유곽 가운데 흙먼지 마당에는 햇살이 가득해졌다.
그날 밤까지 영교에게 허드렛일을 시킨 테스는 여차하면 잠자리 손님까지 그녀가 처리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좀 더 늦게까지 붙들어 두고 싶었다. 흙먼지와 땀내로 아무리 가려도 알아챌 수밖에 없는 품격의 문신이 영교의 얼굴에 박혀 있었다. 손이 모자라는 시간에 술상을 객실 안으로 들여만 달라는 핑계를 대며 테스는 영교에게 3층 오른 날개 끝 방으로 심부름을 시켰다. 단 한 번도 술상을 들고 가 본적 없던 용산옥의 3층은 한 발 한 발이 흔들다리 위를 걷듯이 위태로웠다.
권세 꽤나 있는 취객에게 잡히면 앞뒤 가릴 것 없이 발가벗겨져 강간당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겨우 문을 열고 들어가 술상을 내린 객실은 다다미 6장보다 더 넓어 보였다. 혹여나 사내들이 여럿이 숨었다 덮칠까 걱정되었다.
고개를 들지 않고 뒷걸음으로 문을 열려는 영교를 큰 손 둘이 가슴팍으로 밀고 들어와 갑자기 그녀를 낚아챘다. 양팔에서 빠져 나오려 발버둥 쳤지만 두 팔의 안는 힘이 무거운 쇠덩이 같았다. 가슴팍이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힌 체 다다미 위로 두 다리가 질질 끌려갔다. 갑자기 그녀의 상체가 번쩍 들리더니 이내 서양식 소파로 내동댕이쳐졌다.
아랫도리를 한 손으로 열어 곧바로 홅어내는 크고 따스한 손길이 싫지 않았다. 두려움에 감았던 두 눈을 어렵사리 용기내어 떠 보았다. 희미한 암흑의 실루엣이 보였고 그 암흑의 실루엣은 희미한 빛을 받아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희미한 장막을 걷어 낸 얼굴에서 상고머리를 한 타츠야가 그녀의 눈에 들어섰다. 시야가 차츰 영고의 초점에 맞추어졌다.
그는 영교의 몸 속 사방을 휘저어 다녔다. 발갛게 달아 오른 영교의 위아래를 번갈아 가며 그의 사랑을 심어주었다. 이 정도 흥분이야 충분히 참을 수 있어, 라고 여겼던 영교는 더 이상 자신의 과거 경력이 소용없음을 깨달았다.
사내를 소파의 반대편으로 밀어 눕히고 다다미 바닥에 널 부려진 샤미센을 영교가 주워들었다. 그녀는 정확한 그의 위치를 찾아 제대로 두 몸을 연결한 뒤 안정적으로 그의 아랫배 위로 걸터앉았다. 두 몸이 하나로 연결되자 얇고 여린 신음소리가 타츠야의 입가에서 새어 나왔다.
눈을 뜨지 못할 흥분 속에 사로잡힌 영교도 약에 취한 듯 허리를 서서히 돌려 가며,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머리를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우미노코에(海の声) 같은 먼 바다의 섬나라 민요 같은 곡조를 샤미센으로 뜯으며 그들의 신음 소리를 숨겼다. 신음소리와 성적 흥분의 오르가즘이 오가는 주기가 샤미센의 연주와 맞아 떨어지며 원곡과 다른 관능적 음악으로 변해 갔다.
3층 심부름 후에도 바로 내려오지 않는 영교를 떠올리며, 3층의 손님 누군가는 황홀경에 빠져 있겠구나, 라고 테스는 만족했다. 그녀의 방관 속에 영교는 타츠야와 샤미센 연주곡을 두세 가지 버전으로 지어갔다. 한 곡이 끝나면 타츠야를 핥아 정갈한 공연을 다시 준비했다. 타츠야가 다시 솟아오르면 샤미센은 또 다른 음조로 익숙한 음계를 뜯어냈다. 모든 곡의 연주가 끝난 뒤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포개진 두 몸은 한 동안 미동 없이 거친 숨만 골랐다.
정전에 대비해 한편에 켜 놓은 초들이 발산하는 불꽃의 가장자리를 둘은 하나가 되어 묵묵히 들여다보았다. 초들은 느리게 타 올랐지만 붉은 불꽃 속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빨려들었는지 그 육신은 얼마 남지 않았다.
밤늦게 퇴근한 영교는 밤새 몸속의 따스함을 잊지 못해 잠을 뒤척였다. 타츠야는 다시 샘솟은 육욕에 얼마 전 영교를 수소문했다는 거렁뱅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밤을 참지 못한 타츠야는 몇 년 만에 테스를 품었고 그런 타츠야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테스는 그의 힘만으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이른 새벽 제일 먼저 출근한 영교가 잠 한 숨 자지 못한 얼굴로 용산옥 부엌에서 세수부터 한 뒤 바깥주인에게 세수물을 올리는 것으로 다음날을 시작했다. 세수물은 타츠야의 얼굴이 아닌 그들을 씻는데 모자람 없이 모두 사용되었다.
하루 종일 테스와 하녀들의 눈을 피해 타츠야는 영교의 몸 속에 장전되어 있었다. 장전할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해 구부러졌을 때에는 영교의 입이 나서 주었다. 전날과 같이 3층 객실에서 샤미센이 기이한 음률을 타고 울려 퍼지자 테스의 눈치를 보던 하녀들과 게이샤들 사이에는 말없는 침묵으로 지라시가 눈빛으로 전파되었다.
늦은 밤 퇴근길에 오른 영교를 타츠야가 뒤따라 나섰다. 마작가게에서 며칠 놀다 올 거다, 라고 테스에게 너스레 떨며 장난치 듯 뛰어 나갔다. 테스는 하녀들의 눈빛을 가로채어 지라시 내용을 눈치 챘지만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타츠야를 놓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