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정원을 가꾸는 부지런한 정원사
실천8. 꾸준히 운동하기
"엄마, 오늘도 갈 거야?"
"응, 당연하지."
"히잉, 안 가면 안 돼?"
"안돼. 엄마가 건강해야 너희들이랑 오래오래 재미있게 놀지."
"알겠어... 대신 빨리 와야 해!"
엄마껌딱지인 둘째와 일주일에 세 번씩 똑같이 나누는 대화이다.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월, 수, 금요일은 저녁 식사 후 레깅스로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쭉 이어오고 있는 루틴이다. 1년 넘게 같은 운동을 하다니! 끈기와 근성이 부족한 나로서는 꽤 놀라운 일이다.
한 가지를 오래 하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일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동안 여러 운동을 접해봤다. 아빠가 대학입학 선물로 등록해 주신 대학교 스포츠센터의 새벽 수영강습이 그 시작이었다. 취직 후에 직장 선배를 따라 '여성전용 30분 순환운동'이라는 커브스에 등록해보기도 하고, 직장 근처 스쿼시센터에 등록해서 퇴근길에 운동을 마치고 귀가하는 코스를 만들어 나를 몰아넣기도 했다. 부른 배를 잡고 뒤뚱뒤뚱 걸어서 임산부 요가센터에 다니다가, 아이가 좀 커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뒤로는 하원시간 전에 매트 필라테스를 수강했다. 복직 후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체력이 도저히 따라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두 아이가 잠든 시간을 이용해 개인 PT를 받기도 했다.
처음 점핑을 접한 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김혜선 씨를 통해서였다. 튼튼한 말벅지와 엄청난 코어힘으로 지치지 않고 점핑을 하는 모습에 반해버렸다. 점핑 운동을 시작한 후로 덩치 큰 아들이랑 허벅지 씨름에서 처음으로 이겼다는 지인의 경험담에 이미 내 지갑은 열릴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하늘의 계시인 듯 마침 집에서 가장 가까운 헬스장에 점핑 프로그램이 개설되었다는 홍보전단지까지 받아 들자 등록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점핑 운동도 이전의 다른 운동들과 마찬가지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카드고지서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운 좋게 운동을 시작한 시기의 외적 요소와 내가 느끼는 내적 만족감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남편 외벌이로 빡빡한 살림살이에 큰 마음먹고 결제했으니 낭비하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압박, 흥겨운 음악에 맞춰 아이처럼 트램펄린 위에서 뛰며 땀 흘리는 쾌감, 집안일과 돌봄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쓴다는 자유로운 몰입이 빚어내는 삼박자에 제대로 휩쓸린 것이다.
게다가 첫 수업부터 지금까지 남아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강사님께서 매번 '에이스'라고 치켜세워주시고, 실제로도 새로 등록한 분들에 비해 동작을 그럭저럭 잘 따라 할 수밖에 없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처음에는 노래 한두 곡만 지나도 정말 숨이 꼴딱 넘어갈 것처럼 힘들었는데, 이제는 한 시간 운동이 끝나면 몸은 끈적끈적하지만 마음만은 개운한 기분으로 가득 차서 짜릿할 정도이다. 복근을 만들어 바디프로필을 찍을 계획은 없지만, 적어도 건강검진 질문지를 받아 들고 한 문항만큼은 자신 있게 체크할 수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땀 흘리는 운동을 하나요?'
"우리 몸은 정원이고, 우리 의지는 정원사이다." 셰익스피어가 운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셀로]에 그는 이런 문장을 남겼다. 다른 심오한 뜻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이 글귀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정원사로서 내 모습을 자주 그려본다. 운동하기 싫은 날이면, 잠시 방치했다가 잡초가 가득해진 우리 집 텃밭을 떠올리고 마음을 추스른다. 그러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원사가 되어 내 몸을 돌보는 일이 고되지만 아름다운 작업으로 느껴진다. 요가, 등산, 러닝, 수영 다양한 도구 중 마음에 드는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얼마나 매력적인지. 화려한 꽃(말벅지, 복근, 등근육!!)을 피울 가능성은 낮더라도 소박하고 단정한 정원을 계속 가꿔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