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 교사와 비누는 닮은꼴
손을 씻고 비누를 내려둔다. 새삼 며칠 전보다 조금 더 둥글어진 모서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의 서슬 퍼렇던 각은 간데없고 이제는 제법 매끈해졌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제 몸을 깎아 거품을 내는 동안, 비누는 소리 없이 작아지고 있었다.
그동안 깨끗해진 손만 생각했지, 비누를 찬찬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다. 물에 닿아 거품을 만들고, 오염을 씻어낸 거품이 함께 떠내려갈 때마다 비누의 하루는 눈에 띄지 않게 줄어든다. 비누는 말이 없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자신을 내어주지만 그 과정은 소란스럽지 않다. 거품은 금세 사라지고, 이전보다 단정해진 주변만 남을 뿐이다.
새 학기를 앞둔 텅 빈 교실을 바라보다가 문득 교사는 비누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교실이라는 세면대 앞에 서서 우리는 매일 자신을 녹여낸다. 목이 쉬도록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아이의 마음이 열릴 때까지 기다리고, 다시 말하고 또 기다리며 흐트러진 질서를 다시 세우는 동안 교사의 목소리와 에너지도 조금씩 닳는다.
교실의 평화와 아이들의 무탈한 일상은 그 닳음 위에서 겨우 균형을 잡는다. 수많은 설명과 셀 수 없는 인내가 거품처럼 교실 구석구석으로 흘러든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 정리된 책걸상과 조용해진 교실에는 교사가 내어준 시간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스며 있다.
아직은 모서리가 또렷한 3월이다. 이 긴 여정 끝에 연말의 내가 얼마나 둥글어질지, 혹은 자그마한 조각만 남게 될지 가늠해 보며 비누를 만지는 손길이 조심스러워진다.
때로는 찌든 마음을 팍팍 닦아주는 단단한 빨랫비누처럼, 때로는 지친 아이의 하루에 향긋한 위로를 주는 호텔 비누처럼. 나의 작아짐이 아이들의 커짐으로 이어지는 하루 속에서 둥글게 닳아가며 올해도 내 몫의 거품을 풍성히 낼 수 있기를.